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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

(은평구/역촌동) 비 오는 날, 습기마저 증발시켜 버릴 것 같은 조명의 유혹, '바로전집'의 동그랑땡과 배다리 막걸리

고독한 먹기행 (82) - 은평구 역촌동의 '바로전집' 


다른 음식들에 비해 유독 전을 맛있게 하는 집을 찾기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경험에 기대어 보자면, 그래. 진주의 '하연옥' 정도. 일정한 간격의 노란 옷을 입은 육전은 참 일품이긴 했네요. 그런데 또 이렇게 생각해 보면 궁금한 것이, 전을 잘 하는 맛집은 찾기도 어렵고, 희소가치가 있는 편인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막걸리에 전에 열광하는 것인가? 입니다.

 

'바로전집'의 동그랑땡

서울에 갓 상경한 스무 살 적엔 도통 술맛을 모르니 비 오는 날에 막걸리! 하면 그리 공감이 가지 않았는데, 이제야 좀 알 것 같습니다. 막걸리와 전에 열광하는 이유. 이 집에서 처음 찾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소하게 정감이 가는 이 집을 근거로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유독 흔히 말하는 주막, 탁줏집이 적은 은평구여서 일까요? 비오는 날이면 이곳은 매번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여든두 번째 먹기행의 소재로 만나볼 음식은 은평구 역촌동에 위치한 '바로전집'의 동그랑땡과 배다리 막걸리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마치 들어오라 손동작하는 듯한 불빛. 이 집보단 더 짙은 느낌이긴 한데, 젊은 시절 자주 다니던 신촌의 '동학'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현재는 영업 종료)

먼저 가게 외부의 모습부터 보시죠. 왜 우리는 비오는 날 전집이나 민속주점을 찾는가? 이 집의 외관을 보면 나름의 답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비가 오는 습한 날에 비해 따뜻하고 밝은 분위기. 흠씬 비가 와 어두운 날과는 너무나도 대비되는 저 집중적인 조명 불빛들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렇진 않지만, 마치 노란색 불빛이 습기마저 증발시켜 줄 것 같은 아늑함을 불러일으킨다고나 할까요?

이런 감성은 허름한 전집이 아니면 느낄 수 없다 생각하는 필자입니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며 전집에 대한 그러한 감상이 가능했습니다. 우리가 비오는 날 민속주점에 열광하는 이유를 말이죠.

 

 

비 오는 날은 매번 허탕을 쳐 그나마 널널한 저녁에 다시 찾은 필자입니다. 메뉴판과 함께 간략한 내부의 모습인데요. 무수히 많은 여러 세대들의 낙서 흔적들. 가끔 살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특이한 것이 만평스러운 그림들도 꽤나 있구요.)

그나저나 이곳의 특이한 점이라면 낙서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한데, 젊은 나이부터 중장년 층까지 두루 방문한다는 것. 만평과 아무개 하트 아무개 낙서가 빼곡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글이 너무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네요. 곧장 음식으로 넘어가 보자면, 이곳에서 필자의 주력 메뉴는 동그랑땡입니다. 도톰하게 잘 부친 동그랑땡. 어린 시절 어머니와 친척분들이 속재료를 준비해 만들던 동그랑땡의 맛과 크기와는 상이하지만, 그래도 참 맛나더군요.

 

 

자, 동그랑땡을 만나보기 전에 워밍업입니다. 해장라면과 기본 찬들. 술집에 가까운 집이니 당연히 김치는 담근 김치는 아니지만, 뭐. 이런 분위기나 전집에서는 허용입니다. 생마늘종은 꽤나 마음에 들구요. 해장라면은 황태일지 콩나물과 해물을 넣어 끓였는데, 좀 달큰한 맛이 강합니다. 탁 치는 무언가가 더 참가되었으면 하는 마음. 그래도 이런 주점에서는 뭔들.

 

 

케찹은 별도로 요청하면 내주십니다.

이제 메인 동그랑땡인데요. 때깔이 참 기가 막힙니다. 어린 시절 집스타일은 표면에 야채 함량이 많이 보였었는데, 고기 동그랑땡에 가까운 모습. 그리고 꽤나 큼직합니다. (이건 집마다 다 다르더군요.) 이렇게 막걸리와 함께 날 잡수쇼하고 나온 동그랑땡에 빠질 수 없는 대표 파트너가 있으니, 바로 좌측의 케찹입니다. 참 어릴 땐 오로지 간장파였던 필자인데, 연인의 취향따라 먹어보다 보니 동그랑땡+케찹 조합에 혜안을 얻게 된 필자입니다.

 

아, 여기서 하나 빠지면 섭한 녀석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곳을 방문한다면 권장하고 싶은 것은 막걸리.

 

 

경기도 고양시의 막걸리, 배다리 막걸리입니다. 궁정동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즐기던 막걸리라 하지요. 그 때문인지, 인접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남북정상회담의 만찬주로도 쓰인 막걸리라 합니다.

 

막걸리 종류가 많은 집들을 찾다 보면 더러 볼 수가 있는데, 음 그리 많진 않은 것 같기에 처음 접한다면 권장해 보는 술입니다. 맛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듯한데요. 뭐랄까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맛. 일반적인 막걸리들은 진함과 농후함이 지배적이라면, 요 녀석은 농후한 맛과 맑은 맛이 각기 층을 이루고 있는 느낌입니다. 입안에 살짝 머금고 있자면 농후함이 맑음 위에 떠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어요. 참 매력적이더군요. 아, 다만 은은하게 도는 맛 때문인지, 맛이 강한 음식과 먹으면 그 매력이 확 죽습니다. (홍어삼합과 먹었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이제는 막걸리를 즐길 때면 녀석을 자주 찾는 편인데요. 이곳은 막걸리만 포장 주문도 가능하기에 이따금 종종 찾아 방문하고 있죠. 은평구 주민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겠습니다. 인근 주민들이라면 비 오는 날 꼭 한 번은 들러봐도 좋을 집. 다음 비가 올 때나 찾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은평구 역촌동의 '바로전집'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은평구 역촌동의 '바로전집'

- 영업시간 16:00 ~ 01:00 (라스트오더 00:0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 대중교통 이용 시 역촌역 1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정도.

- 테이블식 구조로 원형의 스테인리스 및 사각의 목재 테이블 구비.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포장 주문도 가능 (한창의 퇴근시간, 특히나 비 오는 날이면 웨이팅도 있기에 상당히 오래 걸릴 수 있다.)

- 막걸리만 포장 주문도 가능. (개인적으로는 배다리 막걸리를 추천.)

- 전형적인 탁배기집인데, 20~50대까지의 연령대가 두루 찾는 집. (내부의 낙서에서도 흔적을 엿볼 수 있다.)

- 비 오는 날은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근방의 탁줏집 중에서는 제일 명성을 떨치는 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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