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78) - 은평구 대조동의 '독도쭈꾸미'
지도 검색만 해도 수두룩하게 나오는 수많은 '독도쭈꾸미'의 상호들.
그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인정할 만한 가성비집. 앞으로 동네 쭈꾸미는 이곳이다.
최근 주말에 이곳을 방문하며 문득 든 생각입니다. 아 이 집, 은평구의 유명 맛집들 못지 않게 꽤나 자주 찾았었구나. 제 나름의 생각으로 한 번 아닌 또 가게 되는 집, 거기에 얹어 또 방문한다면 맛집의 칭호를 붙이는데요. 즉 개인적으로 들어맞는 취향의 맛집은 유명세 아닌 '재방문'에 기준을 둡니다. 그만큼 재방문하는 집들은 참 소중하기도 합니다.
이미 쭈꾸미 세계관의 최강자로 알려진 동대문의 '나정순할매쭈꾸미' 만큼의 명성은 아니지만, 전 이 집도 참 좋아합니다. 오싹하게 매운 쭈꾸미가 생각난다면 도보로 방문할 수 있거든요. 일흔여덟 번째 먹기행의 주인공입니다.
NC백화점 불광점 뒤편 소소한 식당 거리에 위치한 '독도쭈꾸미'를 만나보도록 하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첫 방문 당시 촬영한 가게의 외관입니다. 연이은 맛집 공략 실패에 팟하는 기분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때로 기억하는데요. 마침 꽂힌 것이 매운맛. 화끈하게 날려버릴, 그리고 어느 정도 야장의 분위기가 나는 집이 없을까? 하고 살피던 중 찾아가게 된 집이죠.
뭐랄까, 들어가자마자 느낌이 확 왔습니다. 글로는 정의가 힘든데, 오랜 연식과 함께, 적지 않게 들어찬 단골로 추정되는 손님들을 보며 직감하게 되었죠. 동네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구나라는 추측.
메뉴판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꽤나 이전의 사진을 보니 역시 금액이 인상된 부분은 있으나, 가성비의 느낌이 강한 집이었습니다. 쭈꾸미의 매운맛 조절도 총 4단계로 선택이 가능한 점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맵찔이지만, 그래도 맵싹함에 부딪히는 것을 즐기는 필자다 보니 주로 3단계로 가는데요. 이 또한 땀이 좌르륵 흐르더군요.
약칭으로 나정순과 옥천매족보단 덜하지만 참 기분 좋게 스트레스를 날릴 매운 맛이랄까요?
바로 등장. 철판에 끓여주기만 하면 되는데요. 금세 수분이 나와 보글보글 끓는 모양새가 되어버리죠. 아, 이곳은 고구마가도 함께 합니다. 개인적으로 닭볶음탕, 닭갈비의 고구마는 그리 좋아하는 필자인데, 화끈하게 매워서인지 이 조합은 참 좋더군요. 매운 입안을 달래주는 힐링과도 같은 포인트.
근접 촬영을 하진 못했는데, 이 기본 곁들임에서도 한 가지 주요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시원하게 냉장되어 나온 데친 양배추입니다. '나정순할매쭈꾸미'에 천사채라는 찰떡이 붙어있다면, 이곳은 시원한 데친 양배추. 정말 좋습니다. 매운 쭈꾸미와 전투를 벌이다가도 쌈장에 콕 찍어 넣으면, 입안을 리프레쉬해 주는 느낌. 짧은 휴식감을 느끼게 해주는 양배추죠.
양념도 참 마음에 들고 전반적으로 훌륭합니다. 방문하자마자 이 동네의 매운 쭈꾸미는 여기서가 결정되어 버렸죠. (가족분들이 운영한다는 역촌역 인근의 2호점도 있으나, 왠지 모르게 여기가 더욱 맛있다는 생각입니다. 이후 볶음밥을 제조해 주시는 사장님의 엄지 손톱을 보며 세월의 흔적을 느끼기도 했는데, 어쩔 수 없는 세월의 맛이 녹아나나 봅니다.
아, 최근 방문하면서 느낀 점이라면 쫄면 사리의 조합 또한 굉장히 매력적이었단 점.
마무리 또한 꽤나 훌륭했는데요. 이때부터, 이 집을 정기적으로 찾기 시작했지요.
이후에 '나정순할매쭈꾸미'도 집필하겠지만, 참 만족스러운 기억이라면 이 집이 더욱 월등합니다. 인근의 주민 외엔 멀리서 찾기엔 동네 특성상 부담감이 있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찾아보시지요. 겸해 인근의 대조시장을 눈요기하는 것도 좋겠구요.
그나저나 매운 맛을 떠올려 그런지, 글도 참 가볍게 휘리릭 입바람 불듯 가볍게 쓰여졌네요.
'독도쭈꾸미'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은평구 대조동의 '독도쭈꾸미'
- 영업시간 11:00 ~ 23:00 / 매주 화요일 휴무, 매달 마지막 주 월, 화 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가게 앞으로 임시 주차를 해놓는 것도 보이지만 그리 권장하고 싶진 않다.)
- 원형 스테인리스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반 외부로 건물 2층에 위치 (남녀 구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 천막을 친 테라스 구역과 내부 구역으로 야장 아닌 야장의 느낌도 어느 정도 난다.
- 가성비가 좋은 편으로 동네 주민들이 자주 찾는 듯한 집. 사장님도 친절하시다.
- 맵기는 총 4단계로 선택이 가능.
- '나정순할매쭈꾸미'에 천사채샐러드가 있다면, 이 집은 시원한 데친 양배추.
- 고구마 사리가 기본으로 들어가 있어, 맵단의 힐링 조합을 느낄 수 있는 것도 특징.
'서울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평구/역촌동) 비 오는 날, 습기마저 증발시켜 버릴 것 같은 조명의 유혹, '바로전집'의 동그랑땡과 배다리 막걸리 (4) | 2023.09.22 |
---|---|
(은평구/불광동) 막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즐기는 어른들의 소꿉놀이, '구룡포막회'의 가자미막회 (0) | 2023.09.15 |
(강남구/논현동) 중도를 표현하는 듯한 평양냉면, '진미평양냉면'의 냉면과 만두 (1) | 2023.09.03 |
(은평구/대조동) 전주식 콩나물국밥이 서울에도, '넷길이콩나물국밥' (2) | 2023.08.24 |
(은평구/녹번동) 조합이 또 하나의 보쌈이 되는 굴보쌈집, '충무칼국수' (2) | 2023.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