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80) - 은평구 불광동의 '구룡포막회'
막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즐기는 어른들만의 고급진 소꿉놀이.
당신도 놓치지 마시라.
처음엔 계절 따라 티스토리에 음식을 소개를 할까 했었는데, 이거 안 되겠습니다. 소개할 곳들도 태산이고, 겨울까지 기다리자니 소개할 음식점들도 더욱 쌓일 테니 말이죠. 물론, 꼭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느냐는 또 아니기에 소개하는 별미. 막회.
이곳은 겨울 별미들로 유명한 구룡포를 상호로 삼고 있는 곳입니다. 막회와 과메기를 다루는 곳이기도 하죠.
참 겨울만 되면 요 녀석이 톡톡 텔라파시 교신을 보내곤 하는데. 저의 경우도 주로 겨울에 찾았지만, 이번엔 근시일 내에 또 한 번 찾아볼까 하고 있기도 합니다. 은평구 주민들에겐 익숙할 불광동 먹자골목에 위치한 곳입니다. '구룡포막회'의 참가자미, 물가자미 막회를 여든 번째 먹기행으로 만나보도록 하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어두운 밤, 불광동 먹자골목 한 켠을 밝은 조명으로 비추고 있는 '구룡포막회'. 금요일 저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미 몇 번인가 만석의 고배를 마셨던 터라 헐레벌떡 찾아갔었지요. (한창의 식사 시간에만 붐비거나 웨이팅이 있었던 것 같긴 합니다.) 다행히 이날은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었습니다.
대충 썰어 담아냈다는 가벼운 명칭의 느낌과는 달리, 금액은 꽤나 무게가 나갑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막회는 마구잡이 회의 뜻이 아니라 뱃사람들이 갓 잡은 가자미류회를 야채와 양념장과 비벼먹는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식당 내 소개글을 참고했습니다.) 지금은 또 어떨지 모르겠네요. 세 번째 성공이었으니 바로 막회 中짜를 흥겹게 주문.
주문과 함께 소소한 찬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요. 주목할 것은 바로 요 한 그릇의 전용 초장입니다. 아주 떡 하니 듬뿍 담겨 나온 모양새죠. 슥슥 야채와 소면 등과 비벼야 하기에 막회에서는 빠질 수 없는 요소인데, 때문에 넉넉하게 담겨 나옵니다.
그래도 먼저 주목해야 할 이유라면, 초장 맛이 참 좋습니다.
끝맛이 달콤한 스타일의 초장인데, 확실히 공력을 실은 듯한 느낌이더군요. 음미하니 비법일지 무얼지 모르겠으나 까끌까끌한 무언가가 느껴지기도 했는데, 뭐 정확한 정체 파악은 불가. 그대로 소면에 비벼도 맛있을 것만 같았던 기가 막힌 양념장이었습니다. 이 녀석이 탕 하고 퀄리티 스타트를 끊어주는데요. 와사비를 정말 좋아하는 필자지만, 막회 세계관에서 만큼은 간장, 와사비는 그대로 루킹 삼진 아웃입니다.
이제 취향따라 기분 따라 근사한 막회에 싸드시기만 하면 됩니다. 당시 구성은 참가자미와 물가자미. 간혹 다른 식당에서 보면 막회라는 녀석이 때에 따라 가자미 아닌 구성으로 바뀌거나 첨가되기도 했었는데요. 그래도 참 찰떡인 가자미회가 등장하니 좋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식을 하는데, 음. 언제인가 포항에서 원 없이 집어먹던 학꽁치회의 추억도,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의 추억도 뇌리를 스치더군요. 제대로 된 포항과의 교신. 이래 싸 먹으나 저래 싸 먹으나 좋고. 부드러운 단맛이 도는 참가자미는 그대로 살짝 양념장을 적셔 회로만, 뼈째 씹히는 단단한 식감의 물가자미는 쌈으로만. 횟감의 종류는 적은데 내 방식대로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회가 소량 남았을 땐 비빔과 국수로 마무리. 추운 겨울이었던 것 같은데, 참 기분 좋은 시원함으로 하루가 끝났습니다. 이거이거 그래도 날이 선선해지는 시기이니 바로 다시 찾아가 봐야겠어요.
추운 날의 단단한 식감 때문일까요? 왜 겨울철에 유독 이 녀석이 숙성, 활어회보다도 생각나는지는 모르겠으나, 한 가지는 확실하게 배웠습니다. 막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즐기는 어른들만의 근사한 소꿉놀이. 이것 참 좋다는 것을 말이죠.
은평구 불광동의 '구룡포막회'
- 영업시간 매일 11:40 ~ 22:00
- 주차는 불가하다 보는 것이 맞겠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겨울철 별미 가자미 막회와 과메기를 주력으로 하는 곳.
- 무엇보다도 막회에 곁들이기 위해 나오는 넉넉한 초장이 참 맛있다. (횟감 다음으로 이등공신쯤 되지 않을까?)
- 금요일 18시를 기준으로 순식간에 만석이다. 한창의 시간대엔 웨이팅이 발생하기도.
- 불광 먹자골목이란 점도 있지만 동네의 사람들도 상당수가 찾는 집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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