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2) - 전남 여수시 교동의 '복춘식당'
맛에 처음으로 굴복 당한 하루였다.
오늘 소개할 집, 꽤나 독특합니다. 필자는 여행 중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 집, 정말 글을 쓰기가 편하겠구나. 정말 흥미로운 집이다.'라는 생각이요. 그만큼 한 끼의 식사지만 꽤나 여러가지를 보고, 경험하며 느낀 점이 많았던 집인데요. 본래의 인기에 더해 성시경 씨의 유튜브에도 소개가 되어 더욱 관심이 쏠린 집 같더군요. 살펴보시죠.
고독한 먹기행 스물두 번째 이야기는 전남 여수시에 위치한 '복춘식당'의 아귀탕과 장어탕을 맛본 후기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필자의 경우 웨이팅 없이 어렵지 않게 입장했습니다. 여수에 머무르며 저녁에 이곳을 지나치니 한창의 시간 땐 웨이팅도 자주 발생하는 듯합니다. (바로 본 게시글에 기술 예정이지만, 이 집 웨이팅은 어떻게 소화하는지도 좀 의문이네요.)
자, 그렇게 착석 후 메뉴판부터 살핍니다. 인상 깊은 점이라면 술의 종류가 참 많지요.(전반적으로 여수에 저런 식당들이 많은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필자의 경우 아귀탕, 그리고 장어탕을 한 그릇씩 점심 메뉴로 주문하려 했는데요.
이거, 주문을 하기부터가 꽤나 난관입니다. 주문을 받으러 오시질 않아요. 여직원분이 오시길래 주문을 접수해 주시나 했는데, 주문은 꼭 남자사장님만이 받아주는 시스템인 것 같습니다. 아리송하긴 합니다. 이 때무에 주문이 꼬이는 일도 발생하는 듯하고, 손님이 온 순서대로 차곡차곡 응대나 정리가 되지 않는 듯한 느낌도 받았어요. (허나 주방을 제외한 홀의 직원분들은 여유로워 보였으니, 이 또한 답답할 노릇입니다.)
조금 고집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이 의아한 분업 시스템 탓에, 지금 막 들어온 손님, 자리에 앉은 손님, 음식은 언제 나오나 기다리는 손님, 각개 전투 중인 직원분들. 이런 박자가 모두 더해져 약 8명 정도가 동시에 어리둥절한 상태로 있는 것도 목격했습니다. 더욱이 기다리다 순서가 잘못되었는지 분노를 표출하는 손님들도 보였는데, 농담이 아니라 보고 있는 제가 조마조마했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필자 본연의 임무는 수행해야죠. 내부를 잊지 않고 살펴봅니다. 쟁쟁한 유명 인사들이 꽤나 거쳐간 집인 듯하군요.
그러던 중 필자의 눈길을 끌었던 건, 필요에 따라 프라이빗 룸으로 활용하는 듯한 공간의 이름들이었습니다.
당시 들릴 예정이었던 '향일암', 전날에 들렀던 '오동도'. 뭔가 귀엽고 좋네요. 여수스러운 방 이름이 되겠습니다. 이곳은 예약이 없는 경우 개방해 놓고 홀과 마찬가지로 손님을 받는 듯합니다.
기다리니 기본 찬이 등장했습니다. 이 또한 딜레이가 있긴 했어요. 음, 참을성 느긋한 충청도인인 필자의 인내심도 조금 자극하더군요. 당장 급한 곳들부터 순차적으로 응대하면 되는데, 뭔가 홀 직원분들의 손들은 다른 곳을 고집스럽게 향하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우선은 나왔으니 살펴보시죠. 콩나물, 콩자반, 미역무침이 나와주었구요. (특이한 점으로 여수의 미역, 감태무침은 예상했던 맛과는 좀 달랐습니다. 초무침이 아닌 약간 밍숭맹숭한 간의 느낌이랄까요? 나름 독특한 포인트입니다.)
갓김치, 어묵볶음, 멸치볶음, 더해 물갓김치라 해야 할지, 그런 독특한 김치도 한 종류 더 있었습니다. 밑반찬은 전반적으로 무난하단 생각입니다.
이후 메인 음식이 나오기까지 대략 30분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등장한 장어탕인데요. 중간에 다른 테이블의 주문 오류도 보였고, 앞서 기술했던 순서 관련 컴플레인은 필자에게도 해당되었습니다. 필자보다 늦게 들어온 이들에게 먼저 메뉴가 나가더군요. 허나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이해를 했습니다.
필자는 2인 기준, 각기 다른 탕 2개를 주문했는데, 주방을 슥 보니 여러 인수의 몫을 솥에 한 번에 끓여내 소분하는 방식인 모양이더라구요. 완성된 아귀탕부터 담아주는 대로 나가다 보니, 동일한 탕 메뉴로 통일 주문한 이들부터 나간 듯합니다. (그래도 개선이나 작은 설명과 같은 장치 마련은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기다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기에, '왜 저기가 먼저지?' 하고 누구는 용납되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죠.)
자, 이제 다 나왔으니 맛을 봅시다. 장어, 부추, 숙주, 양파, 고사리 등으로 걸쭉하게 끓여낸 모양새입니다한 입 떠봤는데요. 허.
상당히, 꽤나, 매우 맛있습니다. 서비스는 서비스고, 맛은 맛입니다. 부정할 수 없는 맛있는 맛이더군요. 지금까지의 인내를 녹여내기까지 합니다. 서비스 전반은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맛있으니 이거 화가 나다 못해, 웃음기 섞인 짜증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때문에 굉장히 난해하더군요.
걸쭉함과 동시에 산초가 많이 들어갔는지 얼큰함이 상당한 맛인데요. 손맛이 좋다 해야 할지, 깊이 있게 시원하고도 얼큰한 맛이 제대로 된 보양식을 맞닥뜨린 기분입니다. 앞서 조금 실망감의 아우라가 몸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네요.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냐면, 정말 맛있어 여수에 온다면 이 맛을 또 느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여수에서 먹어본 음식 중에선 제일 강렬했어요. 아마 지인들에게도 추천하지 않을까 싶은데, 참 앞서 기술한 인내의 과정을 거쳐야 할 테니, 이것 참 딜레마로군요.
그래서 정의했습니다. 이건 맛집 계의 안티 히어로라고 말이죠.
숙소에서 저녁에 감상한 MCU의 '베놈'과도 같은, 그런 혼란스러운 맛집.
장어탕처럼 걸쭉하진 않고 얼큰 스타일로 나온 아귀탕입니다. 연인이 주문한 아귀탕은 어떤지 맛을 봤는데요. 역시나, 녀석의 맛도 공력이 상당하더군요. 포항의 '양포생아구'와 견주어도 이 작은 한 그릇이 밀리진 않습니다. 더군다나 싱싱했던 '양포생아구'의 간의 맛을 이 단 한 그릇을 통해 느낄 수 있어서 또 좋았습니다.
따로 무얼 하는진 모르겠지만, 아귀의 맛도 참 부드러우면서도 탱글탱글한 것이 식감 또한 살아있군요. 그래도 필자의 마음에 비수(?)를 꼽은 것은 아귀탕 아닌 장어탕입니다.
좋아하는 추어탕이지만 비교했을 때 상대도 되질 않을 것 같습니다. 정말 맛있게 먹으면 맺히는 인중의 땀. 주문진 '남매식당'의 홍합밥 이후로 오래간만에 느끼는 현기증과 열기.
이후 사진은 많이 남기질 못했습니다. 그릇에 얼굴 묻듯 식사를 했으니 말이죠.
계산 후 나가는 길. 갑자기 어딘가에서 지원을 나오신 듯, 다른 직원분이 추가로 등장해 서빙과 계산을 보조해 주시니 그나마 조금 나아진 듯하네요.
정말 맛있게 먹은 것인지, 이후 예정인 집들에 대한 기대감, 식욕이 싹 사라졌습니다. 정말 어려운 집입니다.
주방에 계신 할머니일지, 아주머니의 공력일까요? 그렇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고, 납득했습니다. 이런 역경 속에서도 인기 가도를 유지 중인 집이니 말입니다. 주방에서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는 집인가 봅니다. 서비스 체계만 조금 원활하게 보완한다면, 더욱 번창하지 않을까 싶네요.
달리 표현할 말이 없고, 재차 말하지만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던 집.
맛집 계의 안티 히어로. '복춘식당'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남 여수시 교동의 '복춘식당'
- 영업시간 09:00 ~ 20:30 / 매달 1, 3번째 월요일 정기휴무
- 그 외에도 갑작스런 내부 사정으로 휴무일이 생기는 듯하니, '지도'의 업체 정보를 참고
- 주차는 불가 (가게 앞으로 대놓은 차도 있으나 골목이 비좁고, 갓길 주차가 많음. 가게 인근 공영 주차장 권장)
- 테이블식 구조 (룸식의 공간도 있으나 개방 운영 중)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 아귀탕, 장어탕, 아귀찜 등을 메인으로 운영 중이며, 동시에 서대회무침과 금풍생이도 다루고 있음
- 응대, 주문 접수 등, 서비스적으로는 너무나도 부족한 느낌. 때문에 회전율이 낮기도 함. 의아한 주문 접수 체계
- 음식의 순번이 다소 뒤죽박죽 나오기도 하며, 대기 시간이 긴 편 (상세한 내용은 본문 참고)
- 손님이 많다기 보단 들어와 대기하는 손님이 차곡차곡 쌓였다 해도 과언이 아님
- 그러나 부정할 수 없이 뛰어난 맛. 주방의 공력으로 손님을 불러 모으고 있는 집
- 맛과 가격을 두고 봤을 때 충분한 가성비집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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