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43) - 이탈리아 아말피의 ‘루이사 가스트로노미아 아르티지아날레(Luisa gastronomia artigianale)’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아말피 해변에 도착해 짐을 풀고난 뒤, 첫 끼니는 어느 파니니 가게에서 해결했습니다. 가만 생각을 해보니 피렌체도 그렇고, 로마에서도 그렇고 매 도시의 첫끼는 대부분 샌드위치였네요.
방문하며 느낀 공통의 분모라면 이태리의 샌드위치 가게들은 우리나라의 카페와 같은 캐주얼한 분위기는 아니란 점이었습니다. 왠지 정육점, 식품점의 느낌이 강했다고 할까요? 매번 내부에 걸려있거나 진열된 둔탁한 햄과 치즈가 그런 인상을 받게 한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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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햄들처럼 꽤나 오래 묵은 사진을 몇 장 꺼내보겠습니다. 다녀온 지도 벌써 반년이나 흘렀네요. 소개할 집은 이탈리아 아말피 작은 도심의 중심부에 위치한 어느 파니니 샌드위치 가게입니다. 아니, 상호의 뜻 그대로와 분위기로 보자면 가게보단 장인의 식당이란 표현이 맞을 수 있겠네요.
독특한 점으로 모든 메뉴가 유명 영화들의 이태리어 제목으로 되어있습니다. 때문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느라 시간이 좀 걸리긴 했네요. 이백마흔세 번째 이야기로 이태리 아말피의 신선한 재료 기반의 파니니 샌드위치 식당. 약칭 ‘루이사’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게시글 하단의 요약 정보만 참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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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피도 식후경.
살레르노에서 배를 타고 도착하자마자 아말피 두오모, 대성당이(Cathedral of St Andrew Apostle) 보이는 중심가로 들어왔습니다. 평이 출중한 어느 파니니 샌드위치를 만나기 위해서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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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작은 도심이라 생각했건마는 찾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골목골목이 많다 보니 문득 느껴지는 베네치아 골목의 데자뷔. 지도 앱은 무용지물입니다. 목적지를 근처에 두고도 한참을 찾아 헤매었네요. 이태리에서 방문했던 곳들 대부분이 그러했으나 역시 아말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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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분위기 또한 다른 도시의 곳들과 마찬가지로 흡사했으니. 이 또한 예외는 아니었네요.
우리가 샌드위치를 적당한 요깃거리로 여긴다면 이태리는 그 이상의 요리이자 음식으로 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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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된 와인들과 함께, 보통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치즈와 햄 등에서 그런 기운을 느꼈다 할까요? 구성이 비슷해도 여기서 차이가 갈리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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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주문. 아무래도 지리적인 접근성으로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그런지, 주 거리가 아닌 골목엔 이런 집들이 꽤 있는 듯합니다. 영어는 지원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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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기를 돌리자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샌드위치와는 관련 없어 보이는 이름들. 찾아보니 명화들의 이태리어 제목이었네요.
차례로,
SCIUSCIÀ (구두닦이, 이탈리아 영화)
IL PATRIOTA (패트리어트, 멜 깁슨 주연의)
LA VITA È BELLA (인생은 아름다워, 누구나 울었을)
AMARCORD (아마코드, 이탈리아의 코미디 영화)
LA GRANDE BELLEZZA (더 그레이트 뷰티, 이탈리아 영화)
QUINTO POTERE (네트워크)
LA STANGATA (더 스팅)
MEDITERRANEO (지중해, 이탈리아 영화)
IL GLADIATORE (글래디에이터)
IL TUO PAΝΙΝΟ * 이건 예외로 당신이 직접 주문하는 당신만의 파니니
채식, 비건용인 오펜하이머와 그린북도 있었는데, 사장님이 영화를 꽤나 좋아하시는가 봅니다.
필자는 칠면조햄이 들어간 퀸토 포테레를. 연인은 구운 호박의 키워드가 동했는지 아마코드을. 그렇게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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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를 받고 페로니 맥주도 더해 가게 앞 몇 안 되는 테이블에 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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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코드와(좌) 퀸토 포르테(우)
각각의 영화 이름이 재료 또는 맛과 어떤 연관이 있는진 모르겠습니다. 한입을 싹 베어 물어보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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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꽤나 맛있습니다. 내내 도시마다 잦았던 샌드위치에 싫증을 느낀 시점이었으니, 솔직히 이 정도도 대단한 찬사입니다. 역시나 재료는 말할 것도 없이 신선한 느낌이었고 말이죠.
이곳의 샌드위치는 필자의 입맛과도 조금 통했다 하겠습니다. 아님, 퀸토 포테레란 선택이 좋았던 걸지도.
재료로 들어간 타지아스카 올리브(고급 품종의 올리브)의 맛까진 제대로 느끼진 못했으나, 서브웨이의 이탈리안 BMT와도 유사했기에 적잖이 이곳의 맛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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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아마코드는 살짝 실패인 듯합니다. 쌉싸름하면서도 그윽한 맛이 짙습니다. 아마 구운 호박과 함께 프로볼라 치즈가 주는 맛으로 인해 싱그러운 맛은 다소 약한 편. 꼬리꼬리하면서도 진한 맛을 즐기는 이들에게나 적합할 듯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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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벼운 이태리 파니니 샌드위치 탐방기는 짧게 마치겠습니다. 말대로 가볍게 즐겼으니까요.
그래도 참 좋았던 것이 비슷해 보여도 재료마다의 풍미도 그렇고, 선도도 그렇고. 여기서 딱 알게 깨우쳤네요. ‘유럽의 샌드위치는 단순 간편식이 아닌 요리구나.‘ 하고 말이죠.
이탈리아 아말피의 ‘루이사 가스트로노미아 아르티지아날레(Luisa gastronomia artigianale)’
- 영업시간은 현재 임시 휴업 중으로 조회되어 확인이 필요하다.
- 홈페이지 주소: http://amalfifinefoods.it/
- 포장 또는 매장 외부의 3개 정도 테이블에서 취식이 가능하다.
- 화장실은 가보지 않아 모르겠다.
- 작은 아말피 시내지만 워낙 골목 깊숙히 위치해 있어 지도를 보면서도 찾기가 힘들었다.
- 영화의 이름들이 붙은 샌드위치
- 재료의 신선함 때문일까? 메뉴 선택의 덕도 있어 보이지만 꽤나 기억에 남는 유럽의 샌드위치였다.
- 구글 맵스의 평가도 상당히 높은 점을 근거로 찾았는데,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연인의 평도 높았던 것으로.
- 퀸토 포테레와 아마코드를 주문했는데, 한국인의 입맛으론 서브웨이와도 흡사한 퀸토 포테레가 더욱 잘 맞을 듯하다.
- 상호는 번역하니 ‘장인의 요리 루이사’ 정도로 번역이 된다. 기본적으로 샌드위치를 대하는 자세가 달랐고, 재료의 신선도는 월등히 높은 느낌. 그래서 값도 좀 있었나 보다. 기억이 나질 않지만 이전까지 먹었던 것보다 값은 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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