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12) - 중구 무교동의 ‘이북만두’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썩 내키지 않는 부분들이 있는 이북식.
그런데 그 속에 또 익숙함이 있기도 해 참 아리송하다.
여름이 길어진 탓인지 유독 느끼는 추위가 점점 매섭습니다. 이런 추운 날, 주말 도심을 걷다가 불쑥 떠오르면 반가운 소재 중 하나가 뜨끈한 속풀이 만두전골이 아닐까 싶은데요.
과거에 오로지 얼큰을 추구하던 시절엔 그리 달갑지 않던 메뉴였는데, 만두를 좋아하는 연인으로 인해 서서히 정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아니, 맑은의 매력에 정을 붙이게 된 게 맞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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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합정동 만두전골집의 좋은 기억을 장착하고 명동 방문 후에 찾아가 봤습니다. 시청역 인근의 만둣집인데 조금 특이합니다. 간판부터 ‘이북’이 붙어있거든요. 이북스러운 굴림만두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옥집만 봐도 오랜 연식이 밴 듯한 집인 것 같은데 만나보시죠. 이북 평안도 스타일의 만둣집 ‘이북만두’가 이백열두 번째 고독한 먹기행의 주인공입니다.
게시글 하단의 요약 정보만 참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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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척이었음에도 진입하는 골목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중심가에서도 속된 말로 짱박힌 골목에 위치한 이북만두였는데, 때문에 주차는 아예 불가하다 보시는 게 맞겠습니다.
한옥의 집, 가끔 이 근방의 뜨문뜨문 집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전쟁 아닌 시대의 격변 속 에서도 살아 남은 한옥집 같다는 생각이요. 건물 사이에 둘러싸여서도 끄떡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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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내심 걱정이 들기도 하네요. ‘이북식’. 만날 때면 ‘음? 이게 왜 여기에 들어가지?’ 라는 생소함을 느낄 때가 많았는데 괜찮을지 말이죠. 그래도 굴림만두니까 설렘 반인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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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자마자 눈이 한 번 싸악 뜨입니다. 범상치 않은 입구로 짐작은 했지만은 한옥의 집을 개량한 구조네요. 아마 홀로 보이는 공간은 마당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연식이 상당하단 방증. 빌딩숲 사이의 한옥이라, 진정 시청, 종로 일대의 아니. 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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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꽤나 방대한 메뉴네요. 곳곳에 만두들이 침투하고 있기에 안심은 됩니다. 만두는 진짜겠구나 싶은 생각에 말이죠. 시청역 인근이어서일지, 고상하게 느껴지는 이북식이라서일지 가격은 그리 가성비는 아닙니다.
만만한 녀석이라 해도 전골이란 두 단어 들어가는 순간 가격이 치솟곤 하는데, 이런 때는 음식만을 향한 객관성의 능력치가 보다 상승됩니다.
굴림만두전골 중짜를 주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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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찬 먼저 등장했습니다. 이 시점에 아쉬운 점이라면 테이블에 미리 가득 쌓인 컵과 접시. 음, 썩 좋아하진 않는 요소입니다.
찬은 보이기엔 서울스럽다가도 서울스럽지 않은 찬이었는데요. 밍숭한 어묵볶음에 그러했는데 김치는 맛을 보니 뭔가 나름의 기운이 느껴져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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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림만두전골 중짜
그렇게 굴림만두전골이 등장했습니다.
듣던 대로네요. 흔히 동그란 모양의 만두면 굴림만두라 부르곤 하는데, 이 녀석이 진짜배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두피 없이 몽글몽글 밀가루를 묻혀 만든 녀석. 계란을 더했는지 색은 노르슴합니다.
크기 또한 상당한데요. 중짜 기준으로 저 녀석이 4개 정도 들어가 있습니다. 다만 사실상 녀석을 빼면 들어간 건 크지 않기에 전골류의 가성비를 언급했다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나저나 매번 느끼는 이북식답게 들어간 당근은 살짝 아리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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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이고 휘젓고 나니 얼큰으로 변신합니다. 다대기가 듬뿍 들어가 있었나 보네요. 이 지점에선 연인과 필자의 표정이 상반된 색을 표출합니다. 기본 얼큰 만두전골이라니, 맑은도 좋지만 반가운 기색은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자 그렇게 끓어오르는 국물의 맛을 음미해 보는데, 음. 이 알 수 없는 익숙한 맛. 만두전골에선 쉽사리 느끼지 못했던 맛이라 헷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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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녀석이었나?’ 콩나뭉이 듬뿍 들어가 있었습니다. 나룸 소소한 반전의 연속이네요. 얼큰한 콩나물국의 맛이 포함되어 있었으니. 해장이 필요한 분들이나 술꾼들에겐 환대받을 만한 메뉴입니다.
흔히들 아는 만두전골은 아니기에 독특했으나 맛은 무난한 편입니다.
간혹 얼큰을 즐기는 순간 그 얼큰함에 매료가 되었는데, 정의하자면 슴슴한 만두전골을 찾았다면 불호가 있겠으나 얼큰함을 즐기는 술꾼들에겐 만족스러울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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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림만두도 그 결이 살짝 비슷한데, 녀석의 모습도 소개해 보겠습니다. 익숙한 만두소에 몽글몽글 표면을 두른 모양새. 딱 그대로인데 이게 국물에 적셔지니 식감은 거의 없습니다. 만두소는 익숙한 맛이나 간은 꽤 강한 편. 이 역시도 연인과 필자 간 호불호가 갈리더군요.
보들보들한 식감이 새로워 필자는 마음에 들었는데 연인은 그렇지 못한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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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습니다, 어려워. 매번 이 호불호 갈리는 이북식이 그렇습니다.
그래도 평안도식 굴림만두를 서울 한복판의 중심에서 만나보는구나 하는 감회에 한 번쯤 찾기 좋다 생각하는 곳입니다. 나중에 주당 친구들을 여럿 동반해 데려가기에도 좋다 생각하구요.
필자가 젊은 시절에 좋아했던 맛. ‘조금 더 젊었더라면 아주 쌍수를 켜고 환영했을 지도.’
결론적으로 방문한 필자와 연인이 그러했듯, 딱 반반의 집이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점만 침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북은 참 친해지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과 함께 글도 마무리. 무교동 ’이북만두‘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중구 무교동의 ‘이북만두’
- 영업시간 매일 11:00 ~ 20:30 (브레이크타임 14:30 ~ 16:30, 라스트오더 20:00)
- 주차는 불가하다. (시청역 인근임에도 꽤 깊숙이 들어가는 협소한 골목에 위치)
- 디귿자형의 한옥을 개량한 구조. 테이블식. 그 옛날(?) 서울 한복판스러워 재미나다.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로 추정 (가보지 않아 모르겠다.)
- 이북식 만두인 굴림만두를 선보이는 곳. 그 외에도 각종 한식 및 독특한 메뉴를(김치말이밥) 다루고 있다.
- 단품을 제외하자면 가성비는 좋은 편이 아니다. 시청 인근이라 감안해야 할 요소.
- 굴림만두전골은 독특하게 콩나물이 들어간 얼큰의 스타일.
- 위생적인 측면은 조금 아쉬웠다. 직장인이 많이 방문해 그런지 매뉴얼화된 모습. 썩 달갑진 않은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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