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38) - 은평구 신사동의 '마쯔(松)
앞으로 몇 차례는 더 만나고 탐구해야 할 것 같은 집.
생각해 보면 동네 인근으로 괜찮은 이자카야를 찾기 힘들었던 곳이 바로 은평구입니다. 소개할 집은 조금 뒤늦게 찾게 된, 마음이 드는 이자카야인데요. 배달 앱을 통해 주문한 표고 하사미아게(표고 속에 고기를 채운 튀김)의 맛이 범상치 않아 눈독을 들여놨던 집이었죠.
사시미 외에도 메뉴들 전반적으로 공력이 실려있는 듯해 이따금 원거리 주문으로만 교신 중이던 그곳을, 모처럼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단순히 동네 이자카야로만 지나치고 넘겨버리기엔 아쉬운 내공이 있는 맛과 구성. 은평구 신사동 고개 인근으로 위치한 이자카야 '마쯔'가 백서른여덟 번째' 고독한 먹기행의 주인공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매번 가야지 가야지만 하다가 직접 찾은 '마쯔'의 모습. 그런데 예상했던 것과는 그 분위기가 달라 으음? 하고 말았네요.
배달로 만난 그 인상 깊었던 맛에 당연히 조용한 분위기일 거라 생각했었거든요. 동네 주민들이 편히 찾는 생기 넘치는 이자카야였다니. 선입견을 갖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들어온 내부 역시, 인근의 주민들로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는데요. 적절한 소음과 탁 트인 분위기. 자리에 앉자마자 느껴지는 개인적인 촉이라 해야 할까요? 그런 게 딱 하고 왔습니다.
메뉴판입니다. 사진으론 일부만 올린 것인데, 역시 독특한 구성의 이자카야류의 메뉴들이 많은 편이죠. 톡톡 튀는 조합과 구성에 놀랐었는데, 역시입니다. 이번 한 번의 만남으로는 아쉬울 집. 몇 차례의 걸친 만남과 탐구가 필요한 집입니다.
그나저나 요새 우후죽순 늘어나는 저가형 단품 이자카야들. 그도 간단 한 잔이라면 나쁘진 않다만, 확실히 확연한 차이가 느껴지네요. 이미 몇 차례 맛을 보았기에 신뢰도 있고 말이죠. 설레었습니다.
그리고 만나본 적 없는 항정살구이와 청어알 젓갈, 도쿠리 한 병을 우선 주문했습니다.
먼저 기본 찬입니다. 이 녀석부터 칭찬을 좀 해야겠습니다. 찬부터 단조롭게 나오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중식풍의 향이 느껴지는 어묵볶음이었는데, 고추기름에 볶은 것인지 화한 풍미가 있어 마음에 들더라구요. 첫 단추부터 시작이 좋으니, 사케 첫 잔 또한 절로 춤을 추지요.
당연히 등장한 메인, 항정살구이도 합격일 수밖에요. 아주 멋들어지게 등장해 줬습니다.
눈으로 봐도 바싹 구워진 듯한 단단한 겉면에 부드러운 항정의 속이 잡힌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굳이 유일한 흠을 끄집어내자면 부족하고 아쉬운 양 정도. 때문에 배를 채우기 위해서보단 2차의 자리로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늘 그렇듯 생소한 조합은 설렘을 만드러내는데, 메뉴판의 글자서부터 궁금해진 녀석. 바로 청어알 한소끔 얹어 항정살 한 점 시식을 해보았는데요. 으음, 좋네요. 무엇보다도 질감 있는 겉면과 다르게 속은 아삭아삭 씹히는데, 그 식감이 참 좋습니다. 고깃집에선 느낄 수 없는 항정살. 확실히 힘이 있는 이자카야에서나 느낄 수 있는 맛이라 해두겠습니다.
연이은 리듬이 좋아 멘치카츠를 마무리로 주문해 봤습니다. (멘치, mince의 변형된 일본식 표현으로 흔히 부대찌개에서 민찌로 알고 계실 그 민찌와 동일한 뜻입니다. 즉, 다짐육카츠.)
녀석도 역시나 나온 모양새는 합격이었는데요. 아, 소스는 개인 취향으론 조금 아쉽더군요. 안 그래도 몽글몽글하고 기름진 녀석인데, 타르타르가 더해지니 살짝 느끼함이 과중되는 듯한 느낌. 와사비 아닌 겨자와 진한 소스였으면 필자에겐 더욱 잘 맞았을 듯합니다.
그래도 동네 이자카야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집은 거듭 칭찬의 연속일 수밖에.
동네분들을 대하시는 친근한 서비스도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도 최근 실패의 횟수가 많았는데, 아주 간만에 기분 좋은 한 입이었습니다.
은평구 신사동에 위치한 이자카야, '마쯔'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은평구 신사동의 '마쯔'
- 영업시간 17:00 ~ 24:00 (주말의 경우 익일 01:00까지)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해 보인다.
- 테이블식 구조 (야외 테라스도 갖추고 있어 야장의 분위기도 즐길 수 있다. 야외 테라스는 세 테이블 정도 구비.)
- 화장실은 건물 계단에 위치한 것으로 추정 (가보진 않아 모르겠다.)
- 회, 튀김, 구이, 조림 등 다양한 안주류를 다루는 이자카야인데, 음식 하나하나 느껴지는 맛이 빼어났다. 심지어 기본 찬도 그러했다.
- 요리사의 추천 메뉴도 날에 맞게 변화를 주는 듯하다.
- 특이한 점이라면 음식의 맛으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곳임에도, 지역 특성상 동네 어르신들도 많이 찾는다는 점이다. 그 모습이 재미나기도 했고 보기 좋았다.
- 고급진 이자카야들 특유의 옹기종기, 조용함, 좁음의 키워드와는 상반되는 탁 트인 개방형 이자카야. 그런 상반되는 분위기 또한 한잔하기엔 꽤나 마음에 들지 않았나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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