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24) - 경기 과천시 별양동의 '오매김밥'
단순히 김밥을 마는 집 아닌, 김밥을 요리하는 집이었다.
작년 여름에 서울대공원을 방문한 후 목표했다가 찾지 못한 김밥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주말 양재꽃시장을 찾은 김에 팟 하고 생각이 나 점심 해결을 위해 찾아가게 되었는데요. 아마 이 집만의 독특한 구성으로 여태껏 기억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바로 그 특이한 구성이라 하면 무청입니다.
시래기고기김밥이라는 메뉴가 이 집의 시그니처이죠. 그 외에도 발효김치김밥, 수제 라면, 토마토 소스를 기반으로 한 이색 쫄면까지 선보이고 있으니, 아주 이색적인 구성으로는 눈도장을 제대로 찍을 수 있는 집입니다. 만나보도록 하시죠.
정부과천청사역 인근 상가에 위치한 '오매김밥'이 백스물네 번째 고독한 먹기행의 주인공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도착한 '오매김밥'의 모습입니다. '생활의 달인' 타이틀이 큼직하게도 붙어있는데요. 가게 외부에선 요리에 대한 철학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사장님 내외가 나름의 프라이드를 갖추고 계신 분들인가 봅니다.
음, 대개 이런 집은 너무 과하지만 않다면 새로운 맛을 느낄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생각인데요. 본인들만의 건강한 시도들이 음식에 배어있어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기대 일발 장전하고 입장해 봤습니다.
아쉽게도 내부는 협소한 관계로 바로 메뉴판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테이블 자리들은 이미 손님들로 차 있어, 카운터석에 나란히 앉은 필자였습니다. 메뉴판과 함께 기분 좋은 문구도 촬영했는데요. 저 한 꼬다리에 주저하는 이들이 많았을 텐데, 이 집은 흔쾌히입니다. 멋지지 않나요? 남은 한 꽁다리도 소중히. 어찌 보면 주인장이 본인들이 만든 음식들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말이 되기도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이미 목표한 김밥은 어렵지 않게 택했는데, 수제 라면도 라면이지만 쫄면이 참 벙상치가 않아 집중했습니다. 토마토, 어려운 치즈의 종류들. 이 쫄면 레시피가 맞는 것인지. 시래기 고기, 발효 김치만큼이나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킨 쫄면.
필자도 쫄지 않고 응수해 줬습니다. 시래기고기김밥, 발효김치참치김밥, 오매 쫄면을 주문했습니다.
국내 분식의 단짝 국물부터 시작. 파 한 줌의 저 국물, 별거 아니지만 없으면 은근히 섭합니다. 특히나 이렇게 추운 때에는 말이죠.
국물로 목 몇 번 따숩게 풀어주니 주문한 김밥 두 줄이 툭 하니 나왔습니다. 워낙 생긴 게 묵직해 툭 떨어졌다고 하고 싶네요. 거기에 베일에 싸인 쫄면도 등장했는데요. 메뉴판에서도 궁금했는데 이렇게 또 한 번 본인의 모습을 감추고 나오더군요. 파헤쳐 주마.
김밥은 단면을 살짝 들춰 보았는데, 오호. 당연히 정말이지만, 그래도 정말 시래기입니다.
일반 쫄면보다는 조금 더 되직해 보이는 쫄면도 세팅을 마쳤구요. 그렇게 김밥 두 줄과 쫄면 한 상 완성입니다. 덧붙여 이색과 도전이 담긴 수제 분식 한 상 되시겠습니다.
김밥부터 시작하는데, 좌로 시래기고기김밥, 우로 발효김치참치김밥입니다.
별다를 게 없어 보이나 시금치의 초록 아닌 진득한 녹빛의 무청과 다진 고기 들어간 게 전자이고, 묵은지스런 김치와 참치, 소량의 옥수수가 들어간 녀석이 후자인데요. 색감이 적어 그런지 굉장히 건강해 보입니다.
바로 한 입을 해보는데, 음. 맛있더군요. 자극적이지 않은 건강한 맛이에요. 느껴지는 단맛도 짠맛도 다 적절해 그런 인상을 받았나 봅니다. 시래기 김밥은 역시나 특유의 향이 퍼지는데, 음. 이게 이렇게도 되는군요. 이색 재료가 섞였음에도 들어간 고기와 집중적으로 섞여 만나니 승부가 되는 느낌.
게다가 분식치곤 호화롭고 정성이 참 가득한 느낌이었습니다. 간판의 말 그대로였네요. 단순히 마는 집 아닌, 김밥을 요리하는 집입니다.
궁금했던 쫄면도 바로 시식해 보았습니다. 음?! 이 녀석은 김밥보다도 순간 느낀 임팩트가 강했는데, 이색적이면서도 참 매력적이네요. 역시나 흔히 아는 쫄면은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되직한 스타일의 소스, 그래. 흡사 파스타스러운 소스인데 굉장히 맛이 풍부합니다. 파스타 스타일로 자극적인 일반 쫄면을 중화시킨 맛. 강한 쫄면 본연의 맛과 파스타의 농후한 맛이 서로 줄다리기 중이더군요.
때문에 무엇을 먹고 있는가 살짝 헷갈리기도 했는데요. 그 덕인지 거부감 없이 술술 들어갑니다. 들어간 양배추와 소스만 한 꼬집해서 먹어도 맛있고 말이죠.
토마토 쫄면. 이런 게 있을 줄이야. 시래기 김밥까지 해서 참 다시 봤습니다. 역시 수제향이 강한 집 이퀄(=) 적절한 도전과 시도들이 어우러진 집.
덕분에 점심을 아주 두둑이도 채워 까스활명수를 사 마신 필자였네요.
앞으로 서울대공원이나 경마장을 찾는다면 포장으로 들러야겠단 생각으로 글도 마무리.
이색 김밥과 쫄면(혹은 라면) 두 가지를 동시에 품을 수 있는, 요리를 하는 김밥집. '오매김밥'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경기 과천시 별양동의 '오매김밥'
- 영업시간 07:30 ~ 19:30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주차 가능 (단 가게 전용 주차장이 아닌, 상가 바로 앞 갓길의 노상 공영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때문에 주차 할인은 지원되지 않더라.)
- 공간은 협소한 편으로 테이블식 구조 (2개 정도의 4인 테이블, 4인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카운터석으로 구성)
- 화장실은 상가 화장실로 외부에 위치 (남녀 구분)
- 시래기고기김밥, 발효김치김밥, 수제라면, 이색 쫄면을 서비스 중인 집. 정형화된 분식이 아니다 보니 손맛의 느낌이 강한 편이다.
- '생활의 달인'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 집인데,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찾는 이들도 많은 듯하고, 아주 친절하게 장사 중이시다.
- 김밥은 큼직한 편으로 포만감이 상당했는데, 참 정성스럽게 맛있다.
- 쫄면은 흡사 스파게티의 느낌이 나기도. 딱 쫄면의 시큼함과 토마토, 치즈 구성이 적절히 섞여있는 맛. 거부감 없이 들어간다.
- 아주 오래간만에 만난 정성 가득, 손맛 느낌 강한 분식집.
- 서울대공원, 경마장, 국립과천과학관 등을 찾는 길로 경유해 포장하기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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