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385) - 오사카시 키타구 카미야쵸의 ‘마루만즈시 히가시도리점’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고독한 먹기행, 오사카 겨울 여행 편 #13
누구나가 일본에 간다면 코스로 나오는 조용한 심야스시집이란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겠지만, 필자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부족한 예산이 첫째였고, 핑계 조금 보태 그런 곳들은 예약이 필요했는데 알아볼 짬이 나질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스시의 경험은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기본부터 시작하고 싶었던 연인과 공통된 바람도 있었는데요.
때문에 오사카에선 편하게 앉아 주류와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시장 분위기의, 그런 스시집을 원하고 막연히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4일차에 접어들었는데도 도통 맞는 집이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이러다간 출국날까지 스시집은 구경도 못하겠다 싶어, 점심으로 반경의 스시집을 즉석으로 찾아 나서게 됩니다. 오전 11시부터 활짝 열려 있어 의도치 않게 찾게 된 집이었습니다.
히가시도리에 위치한 스시집. 이때까진 단순히 스시 노포 정도겠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오사카를 진하게 담은 가성비 점심 세트여서 놀랐습니다. 책에서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검증이 필요한 정보도 본편에서 가볍게 다룰 예정인데요. ‘마루만즈시 히가시도리점’에서 1인분 니기리 세트와 밧테라(고등어 누름초밥)를 만난 이야기, 삼백여든다섯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소개해 보겠습니다.
丸万寿司 東通り店
* 구글 맵스 검색을 위한 일본어 상호, 마루만즈시 히가시도리점이다. 스시 앞에 단어가 붙으면 즈시로 발음한다.
신조 아야코의 ‘스시용어사전’이란 책에서 오사카의 ‘마루만’이란 스시집에서 1912년 마쓰마에즈시(松前寿司)라는 용어를 상표 등록했다가 철회했다는 정보를 읽을 수 있는데, 뿌리를 두고 있는 동일한 집인지, 전혀 다른 집인지는 모르겠다. 마쓰마에즈시는 다시마 말이 고등어 봉초밥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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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 가지 배웠습니다. 회전초밥이 아니라면 오전 시간에 오픈한 스시집을 찾긴 힘들다는 점 말입니다. 그러다 열려 있는 집이 덜컥 나타났는데, 다른 메뉴로 가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더욱 지체되겠다 싶어 과감히 입장했습니다. 중년 정도 되어 보이는 손님 한 분이 오전부터 해장하듯 스시를 꿀꺽 집어 드시는 모습에 혹한 것도 있었습니다. 여하튼 한국이었으면 참치란 단어가 크게 붙어 있을 것 같은, 그런 간판의 마루만즈시라는 곳이었습니다.

입구의 메뉴판 먼저 소개해 보겠습니다. 런치 특선에 대해 홍보하고 있습니다. 니기리즈시 위주의 구성과 치라시즈시, 지라시즈시라 불리는 덮밥처럼 떠먹는 스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지라시즈시: 찐 형태인 무시즈시의 반대 개념으로 찬 종류의 흩뿌림 스시로 보시면 된다. 우리가 아는 속된 말로 찌라시(흩뿌림, 광고 전단)의 의미다.
직접 먹고 나서 드는 생각으로 이곳의 가장 큰 강점이라면 가성비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점심 메뉴 중 니기리 세트는 약 9종의 스시와 말이가 등장하는데 단돈 900엔. 거기에 일반적인 미소 장국 아닌, 생선을 넣고 우린 진한 오사카식 된장국(아카다시)도 함께 합니다.
더불어 ‘오사카 만의, 오사카 특유의’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이유가 되겠습니다. 솔직히 이곳을 찾기 전 바로 근처에 위치한 일본 최초의 회전초밥집, ‘겐로쿠즈시’ 분점을 들릴까도 고민했었습니다. 가장 처음으로 초밥을 맛있게 즐긴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보통은 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인데. 그래도 지라시즈시며, 밧테라, 아카다시, 나마시라스(생멸치) 등 오사카스러운 키워드들은 이곳에 더욱 응축되어 박혀 있지 않나 싶기도 하네요.

내부로 들어와 또다른 메뉴판. 바로 중간쯤 네모난 모양의 각 초밥이 밧테라라는 녀석으로 고등어 누름스시(오시즈시)입니다. 이건 운 좋게도 점심 니기리 세트 구성으로 한 점 맛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아래로 보이는 게 마쓰마에즈시. ‘스시용어사전’에서 기술하고 있는 ‘마루만’이란 상호의 스시집이 1912년 상표 등록을 했다가 철회했다는, 그 스시입니다. 책 속의 모습과도 동일하네요. 그 마루만이 이곳이 맞다면 프랜차이즈화 되긴 했어도 어찌 되었든 역사는 100년도 넘은 스시 노포란 것입니다. 워낙 흔한 상호일 것 같아 정확진 않습니다.
* 밧테라: 고등어 누름스시, 누름초밥. 더욱 넓은 개념으로 오시즈시라 불리는 녀석이다. 틀에 넣고 눌러 만드는 스시로 하코즈시에 해당되기도 하며 오사카에서만 만날 수 있는 녀석이다. 포르투갈어인 bateira(작은 배)에서 기원. 간사이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스시인 것 같다.
그렇게 런치 세트 2인과 맥주를 한 병 주문했습니다. 매우 뜨거운 진한 녹차를 받고 나서 매장 내부를 둘러보는데, 음. 좋게 말하자면 자유분방한 분위기인데, 조금 어수선한 느낌. 부러 사진으론 남기진 않았는데요. 새벽까지 하는 스시집이라 그럴까요? 전날의 치열한 흔적 때문일지, 개인적으론 그런 분위기를 많이 느꼈습니다. 근처인 겐로쿠스시와 비교해 이건 단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노포 스시집들이 원래 이런 지는 또 모르겠네요.

등장한 런치 세트입니다. 한 접시에 모여 등장했습니다. 가장 먼저 관심이 쏠린 건 맨 앞의 잔멸치 군함말이. 시라스즈시로 잔멸치 스시입니다. 완전 생까지는 아니어도 살짝 절여진 생멸치에 가까운 식감. 비린 맛은 없었습니다.

사진으로 봐도 진하지 않나요? 같이 나온 진한 된장국. 우리나라의 찌개까진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진한 맛이 느껴진 된장국이었습니다. 후에 알아보니 아카미소라는 붉은 된장에 생선 머리를 넣고 끓이는 오사카만의 방식이라고 하네요.


본격적인 시식 시작입니다. 내부에 대한 인상으로 인해 꽤 불안했었는데요. 맛을 보니 음? 생각보다 밥과 재료의 힘이 느껴진다 생각했습니다. 우려 대비해서는 가성비적으로 꽤 괜찮게 나왔다는 생각입니다.

처음 맛보는 잔멸치 군함말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그 외 한치, 오징어다리, 아카미, 마끼들도 괜찮았는데요. 개인적으론 밧테라와 전갱이스시일지 푸른 생선은 조금 비린 감이 강하게 느껴졌던 것 같네요. 누름초밥의 밧테라란 소재를 획득한 게 어디냐 싶다가도, 살짝 위태롭기도 한 밥알(샤리). 잘 쥐어진 듯하면서도 전열을 이탈한 밥알들도 꽤 보였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 오랜 노포 스시집으로 좋게 표현해서 투박하다고 해두겠습니다.
그래도 900엔에 이 정도에 배부르게 라니. 가성비는 월등합니다.
* ‘스시용어사전’ 이란 책에 따르면 이런 새벽이 있는 스시집은 낮엔 견습생격의 직원들이 가게를 본다는 이야기를 읽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타베로그’의 리뷰엔 저녁 시간의 주인장을 칭찬하는 리뷰를 본 것 같기도.

그렇게 오사카 특유의 감성을 한 접시의 점심 세트로 즐길 수 있었던 마루만즈시였습니다. 이후 생각보다 포만감이 상당해졌습니다. 다만 오래된 곳이라 그런지 몰라도, 젊은 세대들에게 통용될 수 없는 불안 요소들이 다소 섞여있던 것도 사실이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저녁에 찾는다면 또 다를지 모르겠지만요.
여하튼 처음 오사카의 겐로쿠즈시를 찾았을 당시 초새우 초밥만 찾던 뜨내기가 이젠 이런 집도 덜컥 들어갈 줄 알고, 그래.
한 걸음의 걸음마는 떼었습니다.
오사카시 키타구 카미야쵸의 ‘마루만즈시 히가시도리점’
- 영업시간 매일 11:00 ~ 익일 새벽 02:00 (금, 토는 03:00 까지)
- 카운터석과 함께 테이블석도 구비 중 / 화장실은 가보지 않아 모르겠다.
- 오전과 새벽이 공존하는 연식이 되어 보이는 스시집
- 오랜 노포 스시 체인 같았는데, 흡연도 가능한 곳이다.
- 전날 새벽까지 영업을 해서 그런지, 오전의 가게는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 청결도 가 약해 보였는데, 이게 조금 큰 단점. 다만 우려 대비 스시는 괜찮게 나왔다.
- 점심의 가성비는 극강이 아닐까? 900엔에 오사카스시의 풍토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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