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378) - 오사카시 주오구 혼마치의 ‘제로쿠’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고독한 먹기행, 오사카 겨울 여행 편 #6
셋째 날, 오사카의 랜드마크인 오사카성 방문 전입니다. 동시에 방문 전으로 닭육수 시오라멘을 찾기 전이기도 했습니다. 사카이스지혼마치역에서 내려 평일 오전의 도심을 만끽하며 오사카의 중심부인 혼마치를 여유롭게 걷고 있었는데요.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 버렸습니다. 어디서 시간이라도 보내야 하나 생각하던 중, 굉장히 진귀한 모습의 카페 하나가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카페라는 표현이 있기 전부터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 목조식 카페, 도대체 얼마나 된 곳이지?’ 우리나라 종로, 을지로 일대의 노포에 부합하는 정도가 아닌, 깊은 세월의 무언가가 느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흥미롭게 눈에만 담고 지나쳤습니다. 목적지였던 ‘라멘초로’ 앞까지 왔다가 아직 오픈까지 40분이나 남았단 사실에, 연인을 설득시키고 도보 5분 거리의 그곳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만날 운명이었나 봅니다.

거듭한 그 세월을 검색해 보니 무려 100년이 넘는다고 합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되는 개업 연도가 1913년. 우리와 좋지 않은 시기부터 존재했던 곳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일시적 단절, 이 아닌 그 시기부터 현재까지를 담고 있는 듯한 이곳. 방문 당시에도 이질적인 무언가가 느껴졌는데, 필자와는 동시간에 공존할 것 같지 않은 기분에 그랬나 봅니다.
오사카 혼마치 거리에 위치한 ‘제로쿠’라는 곳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삼백일흔여덟 번째이자 여섯 번째 오사카 겨울 여행 편이기도 합니다.
Zeroku Hommachi, ゼ-六 本町店
* 구글 맵스 검색을 위한 일본어 상호, ‘제로쿠 혼마치’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오사카의 상인 정신 贅六(쓸데없는 사치와 같은 6가지)에서 유래한 상호라고 한다. 흥미롭게도 사전으로 검색하면 당시 도쿄 사람들이 오사카나 교토사람을 비웃는 말이기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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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 커피라니. 게다가 주력 디저트는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대로 지나치면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짧게 검색을 통해 살펴봤는데요. 이곳은 오사카 여행 중엔 들려야 하는 곳이다란 강한 직감과 본능이 필자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들어와서 잠시 외부와는 안녕. 그도 그럴 것이 도로변인데도 매우 고요한 이곳입니다. 들어오자 맞이하는 짧은 인사 소리 외에는 음악 하나, 말소리 하나 없었습니다. 그저 정해진 위치에서 각자가 서있거나 앉아이기만 한 적막한 내부. 좁은 공간이라 그런지 소리를 내기도 더욱 조심스러웠습니다.

메뉴판인데 간단합니다. 따뜻한 커피와 홍차, 그리고 모나카냐 아이스크림이냐 정도입니다. 세트로는 450엔.
* 아이스커피는 여름 한정 메뉴다.
재미난 점은 커피의 한자, 珈琲(가배). 그 시절의 드라마에서 조선 사람들이 한자음을 그대로 읽어 부르던 표현이 메뉴판에 존재합니다. 일본의 한자 차용 방식을 기반으로 부르는 방식이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원래는 신세카이의 추억의 킷사텐(오랜 느낌의 다방)을 먼저 찾으려 했는데, 이곳이 먼저가 되었네요. 따뜻한 커피 모나카 세트에 커피 한 잔을 더했습니다.

어렵사리 담은 내부입니다. 몇 가지 룰이 있기 때문인데요. 사진 촬영은 가능하나 직원이나 손님은 나오지 않게 촬영해야 합니다. 한국어로 된 안내판도 있었는데, 어느 곳이든 일본은 미리 가능한지 물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등장한 커피와 모나카입니다. 찻잔을 뜨거운 물로 예열해 담겨 나온 드립커피. 다만 입구 바로 옆이긴 하고 강한 난방 상태는 아니어서 살짝 춥긴 했습니다. 거기에 적막하고 고요하기까지 하니 말이죠. 또 거기에 시킨 건 아이스모나카였으니까. ‘태극당’의 것도 먹어보지 못했는데, 이게 더 먼저가 되었습니다.

한 입 베어 물어보았습니다. 솔직히 커피는 큰 인상은 없었습니다. 순한 스타일의 드립커피 정도였는데요. 모나카는 색다릅니다.
농후하고 진한 바닐라가 아닌 조금 더 상큼한 맛. 바닐라에 과일이나 박하가 섞였나 싶은 상쾌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여름이었다면 더욱 좋았을 듯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만나봐서 다행이란 생각이었습니다. 과거엔 센베이 가게에서 시작했다고 하네요. 맨 아이스크림보단 빵시트지로 덮인 구체의 아이스모나카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전반적으로 어디와 많이 닮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대학로의 반세기 역사를 담은 카페 ‘학림’과도 꽤나 통합니다.

동네에 일찍 도착해 두길 잘했습니다. 덕분에 고요한 시간도, 생각하는 시간도, 지금 다시 되짚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사카 주오구 혼마치의 ‘제로쿠’ (Zeroku Hommachi, ゼ-六 本町店)
- 영업시간 평일 09:00 ~ 17:00 (구글 지도 앱 참고)
- 주말 토, 일은 휴무
- 도로변에 위치한 100년이 넘은 오랜 찻집. 드립커피와 홍차, 아이스모나카를 선보이는 곳이다.
- 한 시대를 관통해 그런지 목조풍의 건물과 내부, 보통 아닌 연륜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 결제는 오로지 현금만 가능하다. 그리고 금연이다.
- 사진은 손님들과 직원이 나오지 않도록 촬영할 것.
- 각자의 자리를 고수하고 가만히 있었던 시간. 모나카 담당 직원도, 커피 담당 직원도, 대각선의 손님도, 필자와 연인도. 한동안을 가만히 즐겼다.
- 분점들도 조회되어서 놀랐는데, 일부는 상업성 짙은 요새 가게와도 같아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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