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355) - 대구 중구 동인동4가의 ‘왕거미식당’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대구의 10미(未)를 찾아 떠난 즉석 여행.
약 13년 만에 날을 잡고 찾은 대구를 방문하고 느낀 필자의 감상은 이러했습니다.
웬만한 곳들이 중심지에 모여 이동하기가 편한 도시.
정류장 ‘건너‘의 도시. 말장난의 도시, 그렇지만 다양한 걸 만나는 맛이 또 있는. 3호선 모노레일은 참으로 부럽다. 그런 인상들 중에서도 말장난이 유독 포인트였는데요. 누른국수(칼국수), 야끼우동(해물볶음짬뽕), 오드레기(힘줄, 차돌 직화구이), 찐교스(찐만두).
실제로 만나면 아 이 녀석이었구나 할 법한 것들이 굉장해 보이는 단어들로 포장이 되어있는 곳이 바로 대구였습니다. 경상도스럽습니다. 그런데 이걸 또 만나는 재미가 있긴 있네요.


당연히 마찬가지 중 하나이자 대구의 10미 중 하나라 불리고, 대구 하면 언급이 되지 않을 수 없는 녀석이 뭉티기죠. 대구 10미 고독한 먹기행의 첫 번째 주자로 선정을 해봤습니다.
삼백쉰다섯 번째 이야기인데요. 장소는 가장 유명해 보이는 듯한 ‘왕거미식당’에서였습니다.
게시글 하단의 요약 정보만 참고 가능

‘노포들과 고택들이 도심 곳곳에 참으로 많구나.’
이 날 점심으로 찾은 따로국밥집도 그러했는데, 이곳 역시 그 분위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대구란 도시 자체가 곳곳에 진한 역사를 품고 있었는데요. 이건 대전과는 달라 꽤나 부러웠습니다.
도착한 왕거미식당입니다. 생고기에 왕거미라니 왜인지 작명이 좋단 생각도 드네요. 소문대로 웨이팅은 거의 디폴트였습니다.

이곳을 나설 때쯤 촬영한 사진인데, 이쯤에선 웨이팅이 더 늘어난 것도 같았습니다. 필자의 경우 목요일 17시 반에 방문해 약 10분 정도 대기한 뒤 입장했습니다.
번호표는 따로 없고 그저 온 순서대로 입장하는 방식입니다. 무거운 메뉴들로 회전율이 그리 좋진 않다 보니 한창의 시간엔 각오를 하셔야겠단 생각입니다.

들어온 내부의 모습입니다. 절반은 좌식, 절반은 테이블식입니다.
약간 내려앉은 듯한 천장의 모습에 이거 괜찮은 건가 생각도 했네요. 그럼에도 대구 현지의 한복판에서 뭉티기를 접한다는 사실에 마냥 설렜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착석 후 메뉴판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만만치 않은 가격들이죠. 그래도 메인은 저 생고기인 뭉티기인데, 오드래기라는 녀석을 추가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꽤나 심도 있게 고민했네요. 두 가지를 시키면 10만 원은 훌쩍 넘게 되니 말입니다.
다행히도 옆 테이블에 등장한 오드래기의 모습을 슬쩍 보곤, 아주 나중의 인연으로 미루잔 판단이 섰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흥미롭긴 한데, 보니 맛이 예측이 되는 차돌, 양지, 힘줄 직화구이. 뭐랄까, 대개 대구가 이런 식이었습니다. 재미난 말장난들이 많았습니다.

자, 그렇게 주문후 깔린 기본 찬입니다. 방문했던 식당 대부분에서 기본 찬은 특색이 없었던 대구였습니다.
내륙이라 그럴 수 있지마는 이건 대전과 비교해 봐도 조금 약하단 생각입니다. 너무 조연도 아닌 단역처럼 등장한 것 같다고 할까요?
맥주 안주겠지만 같이 나온 설탕을 친 강냉이는 무엇이며,

아귀찜에 들어있어야 할 법한 매운 콩나물찜은 무엇인가 했습니다. 조합이 살짝 의아했는데요. 여하튼 그랬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대구에선 담근 김치 하나 먹은 기억이 없는 것 같기도 하네요. (물론 그럼에도 높은 먹기행 점수를 주고 싶은 곳이 대구이긴 합니다.)


참소주도 깔아주고 뭉티기가 등장했습니다. 이게 참 사진으로만 볼 땐 거나해 보였는데, 실제 크기로 보면 애걔걔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사진 바로 우측의 콩나물찜 찬 그릇과 크기를 비교해 보면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선홍빛보단 진홍빛에 가까웠던 뭉티기의 색상. 한 250그램 정도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목포에서 만난 생고기와는 그 분위기가 꽤나 달랐습니다. 본격적으로 한 점을 해보았는데요.


음, 솔직히 처음엔 너무나도 심심한 맛에 목포의 것과 같이 감격의 표정과 찡그림이 팟 하고 나오진 않았습니다. 허나 이상하게도 씹다 보니 묘하게 점점 그 매력 지수가 올라가네요. 계속 씹고 음미할수록 말이죠.

이 전용 고추기름장에 쿡 찍고 아쉽지 않을 정도로 둘러야 간이 좀 밸 정도로 슴슴했던 뭉티기였습니다. 굉장히 목적성과 목적의식이 강한 생고기였다고 하겠습니다. 인위적으로 창조한 젤리 식감의 고기랄까요? 생고기임에도 근막 힘줄 등을 제거해 고기 본연을 느끼기 위해 창조된 고기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씹고 즐기다 보니 입에 감긴다라는 표현은 좀 이해가 되었는데, 찰진 식감은 덜했다는 게 개인적인 평입니다. 흔히들 뭉티기가 찰지다 쫄깃하다 하는데 필자는 그런 표현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표면도 상당히 매끈매끈하기에, 각 잡힌 모양을 씹는 끝에서 느껴지는 질긍질긍한 식감이 되려 매력적이었다고나 할까요? 규칙적이게 입에서 감기고 그걸 음미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접시를 반쯤 비우니 그제야 왜 매력적이라고 하는지도 알 것 같네요.
허나 그럼에도 목포의 것과 비교를 하자면 필자는 목포 생고기에게 한 표를.



목적성을 두고 만들어진 고기. 그래, 다른 녀석들은 지역 특성으로 파생되고 붙어난 말장난일지 몰라도, 뭉티기 너만큼은. 뭉텅뭉텅, 뭉티기란 표현일 수밖에 없는. 다른 표현으론 대체할 수 없는 그런 음식이겠구나.

개인적으로 뭉티기는 대구만의, 아예 별개의 음식이구나 하는 것도 배운 듯합니다.
식감이 참 그러했습니다.
대구 중구 동인동4가의 ‘왕거미식당’
- 영업시간 16:00 ~ 21:00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해 보인다.
- 테이블식 및 좌식의 구조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 (남녀 구분)
- 오픈 시간에 맞춰가지 않으면 웨이팅 가능성이 높다. 번호표 없이 외부에서 순서대로 대기하는 방식. (자신의 순서 자가 점검이 필요하다.)
- 대구의 유명 뭉티기집들 중 한 곳.
- 아귀찜에 있을 법한 매운 콩나물찜도 기본 찬으로 등장하는데, 기본 차림은 생각보다 매력적이진 않았다.
- 워낙 방문객이 많아 그런지 서비스는 훌륭하지 못한 편.
- 욕심으론 이런 집들은 여유가 있어야 더 괜찮게 느껴진다는 생각인데, 인기를 감당하지 못해 넘쳤다. 그래서 예측이 되는 부분들이 좀 많았다.
함께 읽으면 좋을 ‘고독한 먹기행’의 또 다른 관련 글
2024.10.20 - [지방 편/전남 목포시] - (전남/목포시) 생고기와 선지의 육체미 대회, ‘우정식육식당’
(전남/목포시) 생고기와 선지의 육체미 대회, ‘우정식육식당’
고독한 먹기행 (160) - 전남 목포시 상동의 ‘우정식육식당’선지와 생고기의 육체미 대회!서로의 탄력과 부드러움을 뽐내며 경쟁했다.그저 고기의 선도만 좋으면 됐지 했던 늘상 요리라 칭하기
lonelyeating.tistory.com
2023.05.28 - [서울 편/종로구] - (종로구/낙원동) 소 특수부위를 맛볼 수 있는 육회집, '동대문허파집'의 허파전골과 육사시미, 서비스 지라
(종로구/낙원동) 소 특수부위를 맛볼 수 있는 육회집, '동대문허파집'의 허파전골과 육사시미, 서
고독한 먹기행 (50) - 종로구 낙원동의 '동대문허파집'더운 날 노상으로도 좋고, 추운 날 내부에서 뜨거운 전골에 한 잔도 좋다.종로 골목의 노포는 언제나 옳다.서울에서 흔히들 육회가 생각날
lonelyeating.tistory.com
2024.12.07 - [서울 편/종로구] - (종로구/종로4가) 광장시장 육회골목의 대명사 ‘창신육회 본점’
(종로구/종로4가) 광장시장 육회골목의 대명사 ‘창신육회 본점’
고독한 먹기행 (194) - 종로구 종로4가 광장시장의 ‘창신육회 본점’약 10년 뒤쯤이라면 신림의 백순대와 같이 육회 타운이 들어설 것만 같은 골목. 광장시장 육회 골목의 대명사 중 하나임에도
lonelyeating.tistory.com
'지방 편 > 대구광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대구 10미를 찾아서, 막창과 땅콩막장 ‘걸리버막창’ (3) | 2025.11.15 |
|---|---|
| 대구 10미를 찾아서, 매운 마늘찜갈비 ‘삼미찜갈비’ (4) | 2025.11.14 |
| 대구 10미를 찾아서, 남문시장의 납작만두 ‘남문납작만두’ (6) | 2025.11.08 |
| 대구 10미를 찾아서, 대구식 육개장 따로국밥 ‘화개장터가마솥국밥’ (3) | 2025.11.06 |
| 대구 10미를 찾아서, 50년 화상 노포의 야끼우동과 군만두 ‘영생덕’ (1) | 2025.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