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62) -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3가의 ‘조점례남문피순대’
소개할 이집은 개인적으로 지방의 랜드마크 맛집들 중 가장 궁금했던 집들 중 하나로 손에 꼽는 집입니다.
아마 은근히 순대의 도시인 곳에서 나고 자란 필자의 태생에서 비롯한 경쟁 심리도 기인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블로그 집필 초기부터 풍문으로만 들어왔던 집이기도 하죠. 전주 풍남문 인근 남부시장의 피순대집을 드디어 찾아가 보게 되었습니다.
아마 순수 피순대로만의 인기도라면 이곳이 제일 아닐까 싶네요. 그야말로 전국구 피순대집인데, 개인적으론 한옥마을 인근이라는 관광구 입소문 덕도 있었겠다 싶은 생각이었습니다.
전주 남부시장의 대표 명물 중 하나인 피순대집, ‘조점례남문피순대’를 백예순두 번째 고독한 먹기행의 주인공으로 만나보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객사길부터 풍남문까지 도보로 이동해 도착한 전주 남부시장, 그곳에서 마주한 ‘조점례남문피순대’의 모습입니다.
순간 좀 놀란 게 시장 안에 이리 큼직한 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었는데요. 뭔가 역설적이지만 시장 안에 더 큰 차원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런 대비가 더욱 강했던 이유라면 시장의 장사는 한산해진지 오래인 듯한데, 이곳만은 북적북적 불이 밝아 있더군요.
그렇게 입장했습니다. 전국구 피순대 좀 맛보고 싶다면 꼭 만나야 한다는 조점례 할머니와 논산의 연산 할머니. 아, 할머니를 드디어 뵙습니다.
그 언제일지 모르겠으나 간판에서 그리고 식당 내부에서 푸근한 시장 할머니였을 당시의 모습도 만나 뵐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전주 한옥마을 외에는 인적이 뜸한 일대였는데, 유명 음식점들이 그러하듯 이곳만은 북적북적이네요. 흡사 사람들이 유명집들에만 숨어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도 받은 필자였습니다.
적당한 곳에 착석해 메뉴판으로 시선을 옮겨 보겠습니다.음, 가격은 요즘 물가스런 편이라 생각되긴 하는데, 관광지 탓인지 늘어난 유명세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시장스럽다는 가성비는 그리 체감하진 못했습니다. 하긴, 과거엔 작았을지 몰라도 내외부를 보면서 큼직한 유명 식당에 온 건지 시장에 온 건지 도통 헷갈리긴 했던 필자였습니다. 확실한 건 예상과 다르게 시장의 느낌은 아니었다는 점.
피순대 작은 접시 하나와 순댓국을 주문한 필자입니다.
기본 찬들이 깔리기 시작했고, 이 또한 순대국밥집들과 크게 다르진 않은 듯하였는데, 음?
갑자기 끼어든 깻잎에 의아하더군요. 여긴 네가 낄 자리가 아닌데? 싶다가 이내 초장통을 보고는 끄덕거렸습니다. 익히 순대를 초장에 즐긴다는 전라도. 튀김쌈도 들은 적이 있는 듯한데, 피순대쌈이 될 수도 있는 건가? 썩 와닿진 않으나 될 법도 하겠다 싶은 생각으로 태이블 한 공간을 허용해 줬습니다.
피순대 小짜
(극강의 부드러움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순대의 창자가 존재하는 건가? 싶을 정도.)
순대국밥
(선택의 여지가 없는 얼큰 스타일. 피순대는 쉽게 물릴 수 있기에 동시 주문을 추천.)
그렇게 주문 후 바로 등장한 이 집의 시그니처 피순대 한 접시와 순대국밥입니다.
뭐랄까 마주한 순대는 참으로 알차더군요. 빈틈이 없다고 할까요? 삐져나온 모양새 하나 없이 정갈하게 뭉텅뭉텅 슥 썰려 더욱 그런 느낌을 받게 하는 순대였는데, 색감과 질감이 심장을 요동치게 만듭니다.
자, 진정하고 바로 한 입을 해보는데, 음. 실속 있는 모습에 단단해 보이지만 반전의 부드러움. 싹 녹아 퍼지네요.
그리고 먹자마자 그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아, 이건 정말 평화로운 맛이다. 누구든 날 받아들여라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그런 피순대였네요. 맛의 깔끔함, 식감에서 느껴지는 극강의 부드러움이 절로 그런 생각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그래서였을까요? 양면과도 같은 아쉬움이 공존하는 듯했으니, 애초에 순대를 즐기는 필자에겐 조금 심심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너무도 깔끔한 맛에 초점이 맞춰진 나머지 순대 본연의, 그 특유의 진하고 녹녹한 향은 좀 빠진 듯한 느낌도 있었거든요.
이쯤 되어서 다시금 느끼지만 역시 대전의 순대는 만만치 않다는 점과 함께, 서울의 ‘와가리피순대’. 조점례피순대에 밀리지 않는 상당한 실력자였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살짝 반전을 줘볼까란 생각으로 생애 첫 순대 초장도 곁들여 보았으나, 음. 아쉽게도 순대 취향이 확고한 필자에겐 큰 자극이 되진 못했습니다. 전 새우젓이 제일 좋네요.
그럼에도 인정은 인정입니다. 대중적이라면 확실히 이 맛이 더욱 먹힐 거란 생각이 확고하니 말이죠. 그래서 이만큼 유명세를 얻었을 수도 있고 말이죠. 그만큼 깔끔하고 평화로운 피순대. 강한 음식군에 속할 수 있는 녀석인데 그 경지를 넘어섰습니다. 시장 순댓집이 이렇게 큼직한 식당이 되어버린 과정과도 꽤나 닮았습니다.
국밥 안에서도 몇 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순댓국 구성은 대전의 ‘오문창순대국밥’과 비슷한 구성으로 소창과 오소리들로 이루어진 뿌들뿌들한 내장 순댓국. 선택의 여지없는 다대기 선가미의 얼큰 칼칼한 맛인데, 술안주로는 나쁘지 않네요. 녀석 또한 폭넓게 많은 이들이 무난하게 즐길 수 있을 듯싶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이라면 이런 곳에서 전북의 소주(하이트)를 즐기지 못한 점이었으니, 유난히 식당에서 지역 소주를 만나기 힘들었던 곳이 전라북도 전주입니다.
여하튼 간, 풍문으로만 들었던 전주 남부시장 피순대의 이야기는 여기까집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아님 참으로 평화로운(호불호가 적을) 맛 때문인지 뭔가 조금은 아쉬웠던 ‘조점례남문피순대’. 다음의 피순대는 논산의 연산할머니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어떠한들. 지방의 순대는 항상 옳고 매번 달라 좋은 건 사실입니다.
드디어 만나본 전주 남부시장의 명물 ‘조점례남문피순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3가의 ‘조점례남문피순대’
- 영업시간 매일 06:00 ~ 22:00
- 주차는 불가해 보인다. (인근의 남부시장 주차장 권장)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 (남녀 구분이 된 시장 전용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는데, 상태는 좋지 않은 듯. 연인이 경악했다.)
- 전국구 유명 피순대집으로 콩나물국밥과 함께 전주 남부시장의 명물 중 하나 되시겠다.
- 포장 및 택배 배송 주문도 가능해 이를 위한 손님들도 분주히 방문 중.
- 꽉 들어찬 순대소를 감싼 정갈한 모양새의 피순대. 단단해 보이나 이후 반전. 씹는데 부드럽게 녹아 퍼진다.
- 순대를 담고 있는 소창에도 별도 노하우 또는 공장이 들어가는 듯한데, 돼지 창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질긴 감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 특이한 건 전라도답게 순대용 초장통이 비치되어 있다는 점. 필자에겐 그리 와닿는 취향은 아니었다.
- 순댓국은 다대기가 선첨가된 얼큰 스타일의 순댓국. 소창과 오소리 위주의 순댓국으로 내용물은 대전의 ‘오문창순대국밥’과 흡사하다. 국물은 순댓국 국말답지 않은 심플한 얼큰탕의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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