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78) -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의 ‘원조 학화할머니 호두과자 병천점’
무작정 우겼던 흰 앙금이 알고 보니 진짜 원조여서 다행이었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지방(대전 또는 충청도) 사람들이 서울에 상경하면 음식에 대해 의아한 점들이 종종 생기곤 합니다.
왜 당면순대가 순댓국에 들어가 있는 것인가? 왜 두루치기에 두부 아닌 고기가 들어가 있지? 하는 것들인데요. 또 하나가 왜 서울의 호두과자는 검은 팥앙금이 들어가 있는 것인가? 였습니다. 분명 어린 시절 필자가 종이봉투에 담아 즐기던 호두과자는 대부분 하얀 빛깔의 팥 또는 강낭콩 앙금이었으니까 말입니다. 종종 들던 의문이었습니다.
생각하면 토란대가 들어간 육개장도, 막장에 찍어 먹는 순대도 다 지역마다의 방식과 변화가 있는 것인데, 그저 익숙한 백앙금의 호두과자가 진정한 호두과자다 했던 것 같네요.
그런데 이 호두과자만큼은. 막상 천안의 병천 아우내거리를 직접 방문하고 나니, 이거 본질적으론 흰 앙금이 원조가 맞겠구나 싶었습니다. 바로 호두과자의 창시자가 백앙금을 사용했다 하니 말입니다.
위키백과에까지 창시자로 등록되어 있는 천안의 ‘학화할머니 호두과자’, 천안 하면 무조건적이다 못해 반사적인 병천순대와 함께 명물로 꼽히는 녀석을 직접 만나러 가본 필자입니다. 분점이지만 병천 순대거리에 위치해 있어 겸해 방문하기 좋은 ‘원조 학화할머니 호도과자 병천점’으로 가볍게 간식거리의 글로 즐겨보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아, 이분이셨구나. 사진 속의 할머니가 故 심복순 할머니로 호두과자를 창시한 분이라 합니다. 필자의 경우 병천순대를 접한 뒤에 바로 인근에 위치한 학화할머니 분점을 도보로 찾았는데요. 서울에선 만나기 힘든, 고대하던 ‘흰 앙금’의 키워드가 있어 반갑게 쌍수를 들고 반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원조 할머니의 인자한 웃음을 보고 있자니, 멋모르고 그냥 익숙한 흰 앙금이 원조야 했던 필자가 괜스레 머쓱해지네요. 이젠 알았으니 제대로 원조라 외칠 수 있겠습니다.
포장만을 위한 이 집. 바로 들어가 주문해 봤네요. 녀석은 서울을 올라가는 길에 벗 삼을 소중한 간식거리입니다. 포장만 가능하다 보니 내부는 그렇게 볼거리가 많진 않은데 그나마 예스러운 멋의 빼곡한 상자들과 호두빵을 찍어내는 모습 정도 엿보는 재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내부의 호두과자 같은 공장과도 같은 기계들도 촬영하긴 했는데, 영 유리에 비춰 보이질 않으니 패스입니다.
여기 그나마 사진으로 조금 나오네요. 15개입 작은 박스를 구매했고 고대하던 천안의 흰 앙금의 원조 할머니와 크로스.
호도과자
가지런히 알알이 배치된 녀석들을 찍는 건 깜빡해 굉장히 아쉽습니다. 여하튼 간 잠시 쉬어가는 어느 휴게소에서 녀석을 개봉했는데요.
그렇지! 한 입 베어 물자 나오는 큼직한 호두알과 흰색의 팥앙금. 이게 참 색은 연한데, 나름의 노하우 때문인지 검은 팥앙금보다도 짙고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작은 한 알 뿐이라 과장되어 보일 수 있지만은 정말입니다. 짧은 순간, 맛의 깊이를 느꼈네요. 이거 친히 방문한다면 구매할 만하구나.
천안의 학화할머니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같은 충청권역의 대전의 무수한 노점들이 백앙금을 썼던 것도 그러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순댓국에 병천순대를 쓰는 것도 대전은 보편화되어 있고 말이죠.
그나저나 덕분에, 하얀 봉투 속 호두과자와 땅콩빵의 추억을 잠시나마 느꼈네요.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 ‘원조 학화할머니 호두과자 병천점’을 간식거리로 만나본 이야기였습니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의 ‘원조 학화할머니 호도과자 병천점’
- 영업시간 매일 08:30 ~ 21:00
- 가게 앞 임시 주차 정도는 가능해 보인다.
- 오로지 포장만 가능 / 개수 단위로 단일 메의 백앙금 호두과자만을 판매 중이다.
- 앙금은 백이지만 팥을 근간으로 하며 껍질을 벗겨낸 팥으로 백앙금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 예스러운 호두과자 상자와 함께 호두과자를 찍어내는 내부의 모습도 가볍게 엿볼 수가 있다.
- 단순한 호두과자인데, 맛있다. 깊이 있게.
- 확실히 노점의 것과는 비교가 되질 않는 내공의 맛. (물론, 노점도 좋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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