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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

(영등포구/당산동6가) 사소함이 주는 섬세함, 싱싱한 활오징어회와 대구지리, '우리바다세꼬시'

고독한 먹기행 (116) - 영등포구 당산동6가의 '우리바다세꼬시'


사소함이 섬세함을 만들고 전환을 만들어 낸다.

맛집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대입되는 공식이다.


맛집들을 방문하는 재미. 그 재미 중 하나가 특정 장르의 음식점들을 연이어 방문하다 찾아내는 나름의 공식인데요. 이후의 집들마다 이 나름의 공식들을 대입하는 재미 또한 있지요.

횟집을 방문할 때마다 대입하는 필자만의 공식 하나를 소개하자면, 사장님이 낚시에 일가견이 있는 분이라면 중박 이상의 횟감은 물론이거니와 술안주로도 합격 도장 꽝꽝인 한 접시가 나온다는 점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소개할 이 집 또한 그러했습니다. 어차피 해산물이니 거나한 맛집이라기보단 있는 그대로 나오는 집인데, 뭔가 모양새도 그렇고, 구성을 잘 아신다고 해야 할까요? 소위 말하는 술꾼들의 취향을 잘 아시는구나 싶기도 하더군요.

필시 사장님도 낚시로 무수한 해산물들을 접하며, 이런 건 이렇게 나와줘야지라는 나름의 지론이 있지 않으실까 싶네요.

 

불금 당산역 인근에서 만난 오징어횟집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백열여섯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만나보도록 하시죠. 세꼬시와 오징어회를 주력으로 다루는 '우리바다세꼬시'가 그 주인공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옳거니. 간판부터 합격이었습니다. 필자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올곧은 폰트였거든요.

우리바다 세꼬시라니. 뭔가 간판부터 국내산으로 무장한 집임을 어필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나저나 입구의 강렬한 상어는 왠지 모르게 죠스바를 떠올리게 합니다.

 

 

 

내들어오니 바깥에 비해 층고가 살짝 낮습니다. 때문에 아늑한 감은 있는데 퇴근한 이들로 북적여 데시벨은 조금 높은 편이더군요.

그런데 음? 필자는 들어오자마자 이 포인트에 집중했습니다. 가게 내부 곳곳에 붙은 사장님들의 인생샷들 말이죠.

낚시에 일가견이 있는 횟집 주인장들의 심벌과도 같은 인테리어이기도 하죠. 멋들어진 섬을 배경으로 한 사진들. 더해 이따금 대어를 낚은 사진들로 본인들의 조사(釣士) 인생을 자주 어필하시는데.

 

이런 집은 대개 괜찮게 나옵니다. 사장님이 회의 맛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말이죠.

 

 

 

거기에 필자만의 상상 조미료 조금 보태서, 이것저것 별의별 방법으로 많이들 드셔보셨기에, 어찌 먹어야 하는지를 아시지요.

내심 그러한 기대와 함께 목표했던 활오징어회와 대구지리를 주문한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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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처럼 싱싱하게도 찍혔네요. 풋콩을 까먹으며 대기하는데, 밑찬으로는 홍합탕과 함께 가사리초장이 등장했습니다. 얼핏 보고 냉면사리가 나온 것인가 했네요.

 

 

 

그리고 등장했습니다. 우리나라, 아니 '우리바다세꼬시'의 활오징어회입니다. 나온 모양새를 보니 아 역시나. 필자의 직감, 그리고 공식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북, 동, 남으로 놓인 데코레이션. 그저 해산물이니 싱싱하기만 하면 되지, 오징어회 한 접시 별거 없어! 라 생각할 수 있으나. 저 사소한 곁들임 데코들이 굉장한 색감을 선사해 주고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보기 좋은 떡. 머리로 느끼는 맛의 신경 또한 작용하니, 시작부터가 달라지는 것이죠.

 

 

 

물론, 횟감의 싱싱함 또한 말할 것도 없고 말이죠. 당연하지만 바로 확 썰어 내왔는지, 오징어다리들은 시간이 지나도 팔팔하더군요.

그렇게 스윽, 이 굵은 실타래 같은 녀석들을 음미하는데, 이거 겨울엔 언제든 좋습니다. 달달하니 뚜걱뚜걱한 그 특유의 식감. 썰린 모양새 덕일까요? 동네 인근의 오징어회보다 몇 배수는 맛과 부드러움이 진합니다.

 

뭐 솔직히, 금요일 퇴근길에 만났다는 분위기적인 플러스 효과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말이죠.

 

 

 

하지만, 대구지리까지 먹어보고 나니 확실해졌습니다. 사장님의 음식 솜씨는 모르겠다만, 맛을 좀 아시는 분이겠구나. 특히나 술꾼들, 낚시꾼들이 좋아할 만한 한 그릇을 아시는 듯한 느낌도 들었구요. 시원하니 참 좋았습니다. 뻔하지 않은 탕이라 또 좋고 말이죠.

앞으로 퇴근길, 종종 거점으로 삼아야겠어요.

 

 

 

마무리는 알밥이었습니다. 그래도 오징어와 국물로만 배를 채우자니 허해 추가했습니다. 녀석은 그럭저럭입니다. 그래도 모버터향 모락모락 나는 모양새가 좋아 한 컷 찍어봤네요.

 

필자 나름의 공식이 대입되고 일치하니, 괜히 절로 어깨가 으쓱했던 집. 물론 연인은 쓸데없는 것에 꽂혀있는 필자를 보고 혀를 차는 듯했으나, 뭐 어떠리오.

그나저나 이거 앞으로 조사님들의 횟집만 찾아가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글도 마치겠습니다.

 

'우리바다세꼬시'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영등포구 당산동6가의 '우리바다세꼬시'

- 영업시간은 캐치하지 못했다.

- 주차는 불가해 보인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세꼬시와 오징어회를 다루는 횟집으로 대구탕, 지리 등 각종 해산물 기반의 음식들도 만날 수가 있다.

- 오징어, 방어, 과메기 등.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한 집이라 그런지, 제철 회를 공격적으로 개시하는 듯 보였는데, 뻔한 횟집은 아닌 듯해 좋더라.

- 사장님이 낚시에 일가견이 있는지 가게에 붙은 연관 사진. 회의 맛을 아신다는 것인데. 아, 이런 곳은 괜찮게 나오지 하고 직감했다.

- 겨울의 별미 산오징어회와 대구지리를 주문.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 앞으로 퇴근길 횟집으로는 용이한 거점으로 삼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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