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9) - 대전 서구 가장동의 '3번째집옛날막창'
어머니 손잡고 들르던 시장 길에서 이젠 벗과 술 한잔하는 나이가 되었다.
같이 세월을 먹는 처지라 좋다.
필자의 나이쯤 먹게 되면 대개 그럴 겁니다. 명절이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리더라구요. 이젠 서울이 익숙하긴 하지만 그래도 고향은 대전이기에 유일하게 벗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한데요. 참, 10년 전만 해도 늘 그렇다는 듯 연휴 저녁이면 모이던 녀석들이 이젠 좀처럼 보기 힘들어졌는데. 때문인지 명절에 약속이 잡히면 꿍쳐놓은 누룽지처럼 귀하더라구요.
대전 서구 가장동의 '한만시장'을 찾았을 때도 그런 귀한 날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는 자리였거든요. 원래 자주 찾는 탄방동의 '정든부속구이'에서 만남을 추진했으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쉽게도 문을 닫아, 그렇게 무작정 '한민시장'을 찾게 되었네요.
필자에겐 어머니 손 잡고 들리기도 해 익숙한 '한민시장', 그곳에서도 유명한 막창골목의 '3번째집옛날막창'을 아홉 번째 먹기행의 이야기로 소개해 보겠습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참으로 오래간만의 방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찾은 지가 벌써 12년은 된 것 같군요. 사진은 '막창골목' 입구의 모습으로 불이 꺼진 늦은 시간의 시장이지만, 이 골목만큼은 소수의 막창집들로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있습니다. (여전하더라구요.)
'네이버, 다음 지도'로도 '대전막창골목'을 검색하면 조회가 가능하니 참고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찾았을 당시엔 '한민원조막창'집을 방문했었는데요. 이날 만난 벗은 세 번째에 위치한 '3번째집옛날막창'집을 권하더라구요. 역시, 이게 현지인의 패기 아니겠습니까? 다닥다닥 붙은 집에서도 유명세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대전에서 보낸 세월이 20년밖에 안된 필자이니 짬에서 밀립니다. 순응할 수밖에 없더라구요. 벗의 손에 이끌려 들어가 봤습니다.
입구서부터 연탄불이 시원하게 타오르며 손님을 맞이 중이네요.
내부는 꽤나 널찍한 편입니다. 소주 한 잔에 잘 어울리는 요소로 스테인리스 원형 테이블. 굽는 곳은 이 테이블 맛이 있죠. 의자도 나름 신경을 썼습니다. 등받이가 되는 의자더라구요. 요즘 고깃집에 저런 의자가 있으면 참 편하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메뉴판입니다. 소주가 '이제우린'. 대전 사람들은 익숙하게 찾는 린 소주도 보이고, 음. 공덕역의 갈매기 골목에 비하면 그럭저럭 저렴한 편이긴 하겠네요. 눈이 갔던 것은 껍데기와 청국장 옆으로 보이시나요? '공짜'랍니다. 이거 좀 궁금합니다. 처음만 서비스인 것인지 리필이 가능한 것인지요. (이후 기술하겠습니다.)
필자는 생막창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그렇게 주문한 뒤, 연탄불이 올려지고 기본 찬들이 세팅되기 시작했는데요. 자 보시죠. 감자샐러드, 고추장아찌, 열무김치. 궁채장아찌는 참 의외였습니다. 거기에 파김치와 돌나물까지 합세하니. 담겨 나온 모양새는 참 아기자기한데 든든하더라구요. 고기 지원군들입니다.
명이나물과 함께 쌈채소도 소량 등장했구요.
벗과 함께니 빠질 수 없는 소주 한 잔입니다.
바로 주문한 막창 2인분이 등장했습니다. 메뉴판에 '공짜'라 보였던 껍데기도 함께 나왔군요. 부속집만의 특징이죠. 대개 메인에 자주 껍데기를 곁들여 내어주십니다.
이제 굽기 시작했는데요. 갑자기 반가운 손님이 등장하더라구요.
아 이 녀석. 친구만큼이나 오래간만입니다. 막창 전용장입니다. 이게 은근히 없는 곳이 많더라구요. 필자는 소곱창, 막창, 부속엔 저 전용장과 즐기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쌈장과는 비교가 불가입니다. 함께 나온 청양고추까지 톡톡 털어 넣어 막창 한 점과 먹으면 기가 막힌 궁합을 발휘하죠.
유부 어묵탕도 조금 의외였습니다. 술 안주로는 부족할 일이 없겠습니다.
그렇게 전체 사진을 한 방 찍으려 하니 또 하나가 툭 치고 들어오더라구요. 계란찜입니다. 이거 기본 세팅이 조금 무서워질 정도군요. 아직도 끝이 아닌 건가? 싶었습니다. 찬 하나의 맛이 빼어나진 않더라도 뭔가 참 풍족하죠?
그래, 이제 부속들도 익어가기 시작했겠다. 그렇게 슬슬 다시 친목과 화합의 전체 사진을 찍으려는데.
아, 잊고 있었네요. 공짜 청국장이 툭 치고 들어왔습니다. 이야, 이거. 금액 차이가 뭐 천지차이는 아니라도, 막창과 함께 이리 챙겨주시니. 확실히 가성비집입니다. 정말 오랜 시간을 잊고 지냈었던 한민시장의 부속인데, 그런 스스로를 반성하는 필자입니다.
청국장은 좋아하기에 한 숟갈 털어보는데, 음. 제 취향을 관통합니다. 색깔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순정의 청국장은 아닙니다. 된장이 조금 섞인 듯 짭조름한 녀석인데요. 건더기는 청국장스럽게 들어있고, 맵싹하니 이거 술 안주로 제격이더군요.
정말 메뉴판 그대로 공짜였습니다. (어디까지 되는진 모르겠지만, 리필 요청이 가능하더라구요. 1회 리필했습니다. 껍데기는 셀프 코너에 있더라구요.)
정말이지, 끝입니다. 한상 완성입니다. 막창 2인분을 주문했다기엔 정말 호화롭기까지 하네요. 지방의 묘미입니다.
막창과 껍데기도 맛있는 색상을 찾았습니다. 시작해 보겠습니다.
전 고민 없이 오래간만에 만난 장을 선택합니다. 막창을 툭 던져 넣구요. (쌈장만큼은 되고, 짜지 않아 괜찮습니다.) 그렇게 한 점을 먹어보는데. 아, 반갑습니다. 정말 반가운 맛. 10년 전 늦은 새벽이었을 거예요. 노동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이 골목에서 늦은 새벽까지 술 한 잔에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들도 새록새록 하네요.
막창이 이걸 떠오르게 해줍니다.
보면 이 골목. 막창 집들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닌데요. 가격 대비 좋은 맛. 그 덕에 막창골목이라 불려도 손색없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서울의 유명 막창집보다도 맛있었어요.
시작이 좋아 갈매기도 추가로 주문했습니다. 특이하죠? 통으로 나옵니다. 이 또한 오래간만에 보는군요.
막창만큼이나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통으로 나오니 육즙이 덜 빠지는 장점은 있겠습니다.
씹는데 힘이 있습니다. 질기다가 아닌, 쫀쫀한 힘이랄까요? 서걱서걱 씹히는 느낌도 들어 고기 안주로는 참 좋네요.
벗과 함께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명절의 밤의 안주로도 제격이구요.
말씀드렸다시피 셀프 코너에서도 리필이 가능합니다. 이거 새벽까지 가겠습니다.
참 친구들과 모여 방문하기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서 올라가다 보면, 30년도 더 전엔 완벽한 재래시장의 모습이었던 한민시장입니다. 파라솔들이 펼쳐져 있고 울퉁불퉁 수산물 점포로 인해 물 웅덩이가 고여있었던 시장길이었는데, 이젠 지붕까지 갖춘 시장이 되었지요.
세월이 흘렀음을 느낍니다.
그래도 같이 세월을 먹는 처지라 좋네요.
한민시장 '3번째집옛날막창'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대전 서구 가장동의 '3번째집옛날막창'
- 영업시간 17:00 ~ 01:00 / 매달 2, 4번째 월요일 정기휴무
- 한민시장 막창골목(대전막창골목)에 위치
- 주차는 한민시장고객전용주차장 1, 2 또는 인근 주차장 이용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
- 상당한 가성비집. 청국장과 껍데기는 무료 제공, 리필 가능
- 연탄불 막창으로 통막창, 통갈매기 형태로 나오는 스타일
- 막창 전용장에 청양고추 투하는 필수
- 기본 찬들도 셀프 코너를 이용. 찬들은 평범하지만 꽤나 손이 많이 간 청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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