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74) - 은평구 응암동의 ‘정을순황금참치’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참치란 녀석과 정을순 사장님에 대해 더욱 알아가고픈 만남이었다.
김 사장님도 문득 떠올랐다.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입니다. 서울에서 인연을 맺기 시작해 많은 도움을 주셨던 김 사장님과의 공적인 연이 막 종료되던 때였을 겁니다. 은평구 응암오거리 방면에 괜찮은 참치집이 하나 있으니, 작별을 기념하여 그곳에 가는 게 어떻냐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방문하려던 중 불발되었는데, 아마 영업날이 아니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렇게 잊고 은평에 거주할 거란 생각도 못하며 별개의 삶을 살아가던 중, 갑작스럽게 참치의 기름이 생각나는 어느 날이었을 겁니다. 연인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었다는 참치집이 있으니 그리 향하자고 하더군요. 위치는 마찬가지인 응암동, 응암오거리 인근이었습니다.


‘정을순황금참치’란 곳이었는데요. 급히 방문해 찾아가니 예약으로 인해 만석이었는데, 직감적으로 추정이 되었습니다. 아, 당시의 김 사장님이 데려가려던 집이 이곳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 필자의 노땅 진급을 축하하는 어느 날이 되었네요. 참치로 메뉴는 정해졌고, 다시금 연인과 함께 정을순의 문을 두드려보기로 했습니다. 이백일흔네 번째의 이야기입니다.
게시글 하단의 요약 정보만 참고 가능

응암오거리 부근에 위치한 정을순황금참치.
6호선 새절역 불광천 방향에서도 꽤나 가까운 편입니다. 건물 2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다행히 이번엔 빠꾸 없이 입성을 했습니다.
다만, 첫 빠꾸 당시 배운 게 있어 어렵지 않았으니, 주말과 같은 때는 사전 전화 예약이 필요합니다. 손님이 차있지 않아도 예약을 위한 손님상이 미리 세팅되기에, 핫타임에 무턱 찾았다간 첫 방문의 필자와 같이 참치 눈물주 대신 고배를 마시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만큼 이 근방에선 인기가 좀 있는 참치집이란 소리인데요. 상암이 지척인지라 그런지, 유명 인사들도 꽤 많이 찾은 듯합니다.

식당이 그리 넓진 않지만 큰 창으로 인해 탁 트윈 분위기입니다. 일반 테이블, 소위 일식집에서 다찌석으로 불리는 카운터석도 있고.

참치집에선 이게 당연해지는 듯한데, 룸도 당연히 지원을 합니다. 다만 필수 메뉴, 인수 등의 별도 제약이 있는가는 추가 문의가 필요하겠습니다.

주문입니다. 리필이 되는 고액의 참치집답게 인당 메뉴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로 물어보진 않았는데요. 메뉴판의 메뉴에 해당되는 어종, 비중 또는 구성이나 부위의 설명이 없는 것은 아쉽네요. 아마 그때그때 단골에 따라 좋은 부위를 추가로 몇 점 더 내어주시거나,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는 것이 참치이니. 정석의 표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구나. 나름의 이해도 했습니다.
다만, 시도와 즉흥이 들끓는 필자와 같은 인간형은 참다랑어란 단어만 보였어도 몇 등급은 점프업하지 않았을까 생각은 듭니다.
하긴, 이런 고가의 음식은 나름의 감춤과 직접 설명을 곁들이는 고고한 미학이 있기도.
적당한 중간의 스페셜로 주문했고, 이는 추정에 눈다랑어 위주의 구성인 것 같았습니다.

워밍업의 시간입니다. 마즙, 죽, 마끼, 곁들임 찬들부터 등장.
코스의 시작이죠. 일식집의 코스는 이래서 좋습니다. 마냥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시작이 좋은데, 잔잔하게 시작해 끓어오르는 리듬이 음식에도 밴 느낌입니다. 무작정 화려하지만 않은 게 좋습니다.

참치회 스페셜 2인
그리고 바로 다이렉트 참치로 1차 시작. 색감이 울긋불긋한 것이 육사시미가 따로 없습니다. 늘 그렇듯 참치는 가장 높이, 중심에 중한 부위가 위치 선정 중에 있지요.

지방 기름 위로 금박이 묻은 눈살
이 짙은 진홍빛의 눈살은 여러 번 참치 서사의 시작으로 만났었습니다. 참치보단 고기에 가까운 진득한 식감가 진한 향이 느껴지는 부위입니다. 흔히 접하는 녹는 맛과는 다른 쫀득한 맛의 부위이기도 한데요. 포만감도 꽤나 있는 편입니다. 기름기가 겉으로만 돌아 그런지, 담백한 맛도 꽤나 강한 것 같습니다.

콧살
필자와 같은 참치 초보에겐 이벤트성 부위. 콧살입니다. 검은색의 미끄덩한 표면으로 비리지 않을까 하실 수 있으나,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그저 단순 콜라겐으로 탄력 있는 젤리와도 같은 식감인데, 맛은 거의 없습니다.
녹진하면 또 모를까 무색무취의 식감 있는 맛이었기에, ‘이게 또 별미고, 제맛이지.’ 이런 건 아직 잘 모르겠더군요.

검은빛에 가까운 진한 테두리를 가진 적신과 기타 등등의 다채로운 부위들입니다.
유독 눈에 띄는 붉은 살의 검은 부분은 혈압육인데, 혈심이라 하십니다. 붙은 부위다 보니 명확한 기억은 없지만 진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저렇게 생긴 건 또 처음 봐 신기하기도 했구요. 반대로 테두리가 하얀 지느러미살의 까드득한 식감도 대조적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눈다랑어 뱃살
가성비 뱃살, 눈다랑어 뱃살입니다. 근육이라 할지 막 부분이라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식감이 있으면서도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가성비 뱃살로 알고 있습니다. 뭐랄까 이 시점에서 음, 전반적으로 다양한 부위를 즐기기 좋은 곳이구나. 그런 가성비가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교대에서 가마도로 특선을 접한 기억으로 미루어 당연히 그에는 미치진 못합니다. 다만, 이 집의 말대로 최상의 부위까진 아니어도 가격 대비 좋은 질의 참치를 쓰고 있고, 정말 다양하게도 내주시는구나 몸소 느꼈던 것도 같습니다.

코스도 나름 탄탄했던 것 같았고 말이죠. 차례로 계란찜과 참치 어느 부위의 조림입니다.

간재미찜, 삭힌 정도가 좀 있는 편인데, 사실 그게 그거지만 홍어에 가깝습니다. 이게 곁들임 중에선 제일 좋았네요. 얼큰하단 표현을 쓰고 싶던 간재미.

어딘지 모를 잔부위 티김과 새송이버터구이. 잔부위는 네기도로와 같이 긁어모은 부위를 튀긴 게 아닌가 싶은데, 모르는 영역이라 근거는 없습니다.
그 외에도 사진으론 없으나 마무리는 북엇국과 김마끼였습니다. 북엇국은 나온 태는 참 좋았는데, 밍숭해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러고도 한 판을 비워낼 때쯤. 아주 후하게 부위를 또 얹어주는 정을순후한참치입니다.
기준점 없는 마블링의 질감으로 보아 가장 위는 가마도로가 아닐까 싶은데, 마찬가지로 초보기에 명확한 근거는 없습니다. 확실한 건 기름진 뱃살은 2차의 판에서 등판했다는 점. 느끼함이 강해서인지 2차로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입이 짧아 물려가는 타이밍이었기에 차라리 1차의 판에서 나와주지 했습니다.

여하튼 후하고 부위가 다양했기에 만족스러웠던 참치 한 상이었습니다.
각을 잡지 않고는 부담되는 것이 참치인데, 중간 단위의 메뉴로만 경험했던 다른 집들과 비교해 보자면. 퀄리티가 더욱 고급진 곳 못지않게 잘 나왔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중간 메뉴치고 퀄리티가 충실한 가성비의 참치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입니다.
앞으로 동네에서 참치가 생각나면 자주 찾고 눈도장 찍어야겠습니다. 사장님의 설명을 들어가며 귀한 부위 얻어먹고 싶은, 그런 집이었습니다.
은평구 응암동의 ‘정을순황금참치’
- 영업시간 16:00 ~ 24:0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주말과 같은 때는 사전 자리 예약이 필요한 곳으로, 응암오거리 인근의 터줏대감 참치집이다.
- 주차가 가능한가 보다. 다만 주차장은 어딘지 확인을 못했다. (사진을 첨부하진 않았는데, 주차권을 카운터에 제시하면 무료 주차 2시간이라는 문구를 입구에서 확인했다. 인접 제휴 주차장일지, 주차 가능 공간을 제시 중인가 보다.)
- 대중교통 이용 시 6호선 새절역 1번 출구에서 도보 5분가량 소요
- 2층에 위치해 있으며 다찌(카운터석), 일반 테이블석, 프라이빗 룸을 지원 중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적당한 크기의 참치집이지만, 트인 창문으로 인해 개방감이 있고 상당히 아늑했다.
- 가격 대비 적당 이상의 퀄리티와 부위별 다양성을 제공 중인 듯했다. 다른 집들의 동일 수준 중간급 메뉴들보단 우위에 있는 것도 같았다. 리필로 제공되는 양도 확실했고 말이다.
- 함께 제공되는 코스의 요리도 뻔한 튀김 등의 손이 가지 않는 곁들임이 아니라 좋았던 것도 같다.
- 주변 사람들이 자주 찾는 참치집, 필자도 절로 동참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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