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68)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의 ‘마우돈’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무한’ 단어 공포증을 날리게 해 준 곳. 이 집이라면 무한이라는 양날의 특권.
충분히 써도 좋을 집이다.
필자가 제주 여행 시 빼놓지 않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말고기입니다.
제주 공항 복귀 전 말고기 코스 요리에 빠져 제주에 가게 되면 꼭 찾게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특유의 진한 향으로 꺼리는 분들도 있다 들었지만, 저에겐 꽤나 잘 맞았습니다. 사시미로든 구이로든 말이죠. 아쉽게도 집필하던 시기가 아니라 사진이 없어 소개를 하지 못했는데.
이 집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서귀포 성산 인근으로 숙소를 잡고 계시다면 방문하실 수 있는 집입니다. 특징이라면 다른 코스집과는 다르게 무한리필코스라는 점. 생각해 보니 방문 당시 리필 한 번 해보지 못한 것도 같네요.
상호는 이름 그대로 말과 소와 돼지인데, 뭔가 소는 찾아보지 못한 것도 같습니다. 삼국지의 하후돈이 생각나 임팩트 있는 상호, ‘마우돈’을 이백예순여덟 번째 고독한 먹기행의 소재로 꺼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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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으로 잡은 호텔에서 도보로 조금 이동했습니다. 주변으로는 상당히 한적하더군요.
주 메뉴는 말고기 무한리필코스였는데, 코스는 좋지만 ‘무한’이란 단어에 살짝 불안감이 엄습한 것도 사실입니다. 주 재료 대비 무한, 반반은 위험한 도박일 수 있기 때문이죠.
가만 생각해 보면 외식을 어정쩡하게는 즐기지 않으려는 필자와 연인인데, 이게 참 지랄 맞은 성격이기도 합니다. 가게 하나 방문해 끼니 해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깐 말이죠.
자 바로 입장해서 기본 찬부터 다이렉트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남아있는 사진들이 그리 많진 않아 제한적이긴 합니다만, 주문한 건 그저 무한리필코스 2인이라 볼 것도 크게 없습니다.
고구마줄기, 부추, 떡조림 비스무리한 게 나와주는데요. 기본 찬들은 전반적으로 무난했습니다.
마사시미와 마육회
그리고 바로 시작되더군요. 말고기 중에서도 고르라면 필자는 구이보다 육회를 더욱 선호하는 편입니다. 나온 것은 마사시미와 마육회. 빛깔이 참으로 좋습니다.
비교는 소고기 육사시미와 할 수가 있겠네요. 말고기의 경우 그보다 더욱 진한 색상이며 식감은 밀도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농담삼아 말의 근육이 느껴지는 정도라 할까요? 때문에 식감은 사르르 녹는다기보단 어느 정도 탄력이 있는 편입니다. 소에 비하면 좀 성질이 있는 녀석으로 투박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로 맛이 보다 진하다는 점. 흡사 핏기 가득한 아주 살짝 구운 토시살의 느낌도 납니다. 쇳맛이 난다고도 할 수 있는데, 피의 깊은 비릿함일 수도 있겠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이들은 대개 여기에서 기인하지 않을까 싶네요.
여하튼 이곳의 마사시미. 접시가 차가운 걸 보니 타이밍에 맞춰 잡아둔 사시미를 냉장 보관하는 듯한데,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긋하신 주인분이 꼼꼼하게도 쌓아 보관하는 모습을 보며 신뢰감도 있었구요.
제주 아니면 만날 수 없기에 1년에 한 번 접할까 말까 한 말고기 한 상입니다.
사시미를 맛본 직후 느낀 점이지만 괜찮네요. 코스와 같은 부위별 사시미는 아니더라도 좋았습니다. 제대로 말을 느낄 수 있는 깔끔한 사시미와 육회. 가격도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었기에 만족스러워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한이 이렇게 신선할 수 있나 라는 생각도 했네요. 선입견이 살짝 흐트러졌습니다.
마갈비찜
이건 마갈비라고 하네요. 밑반찬들과 같이 무난한 맛이었는데, 약간은 질근한 감도 있었습니다.
말곰탕
이건 말곰탕이라 합니다. 흡사 떡국 같기도 합니다. 다만 그만큼 진하진 않으면서도 겉도는, 걸쭉하면서도 흐릿한 맛이 나는 것이 메밀이 들어갔다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독특합니다. 조금 더 뜨겁게 한소끔 끓여 갓 썰은 파향과 즐겼으면 더욱 좋았을 것도 같습니다.
보약팩에 담겨 나온 말뼈 액기스와 말고기 구이 한 판. 이도 무한의 코스 중 하나입니다. 여쭈어 보니 지방이 있는 뱃살과 등심의 구성이라 합니다.
불판에 올린 후 핏기가 살짝 가시면 바로 드시면 됩니다. 훨씬 부드럽고 말이죠. 굽다 보니 살아나는 풍미. 특유의 쇳맛(진한 맛)이 그윽하게 올라옵니다.
한 번엔 올리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금세 익어버려 실패한 녀석들도 꽤 많았습니다. 주인장도 어느 정도 불판의 온도가 올라오면 아예 꺼두고 열기로만 굽기를 추천하시더군요.
그렇게 그날 제주의 말고기 한 상 클리어. 전반적으로 좋았습니다. 지금은 또 모르겠으나 제주 지역 대비 가격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구요. 무한으로 즐기진 못했지만 우려했던 것과 달리 고기의 퀄리티도 굉장히 좋았고 말이죠.
그럼에도 이날 가장 아쉬웠던 점이라면, 사장님이 테이블 별로 나눠주시던 말간. 필자의 테이블에 순에서 동이 나버렸습니다.
아쉽긴 하다만, 한껏 배도 부른 상태였으니. 그저 챙겨주시려는 맘씨에 고마울 따름입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의 ‘마우돈’
- 영업시간 11:00 ~ 20:00 (라스트오더 19:00)
- 매주 수요일 정기휴
- 주차공간은 따로 없다. 가게 앞 2, 3대 정도 갓길 주차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 테이블도 있고 룸도 있으나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었다.
- 때문에 옆 테이블 간 간격이 없어 거의 붙어있다고 보시면 된다. 바로 옆에 손님이 있다면 불편할 수도 있을 듯하다.
- 마무한리필코스 말고깃집.
- 무한 치고는 사시미, 구이 등 전반적으로 부위의 선도가 좋아 만족스러웠던 걸로 기억한다.
- 코스집 대비해서 가격도 저렴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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