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94) - 종로구 종로4가 광장시장의 ‘창신육회 본점’
약 10년 뒤쯤이라면 신림의 백순대와 같이 육회 타운이 들어설 것만 같은 골목.
광장시장 육회 골목의 대명사 중 하나임에도 소개가 심히 늦었습니다. ‘왜일까?’ 아마 이유라면 예전과 같지 않은 평들과 지나치게 상권화된 모습들로 인해 뜸한 감정이 각인되어 그렇지 않을까도 싶습니다. 뭐 이젠 사람이 몰리면 변하는 것이 시장의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 씁쓸하기도 하네요.
여하튼 간 소개할 이곳은 서울길쟁이라 칭하는(필자가) 서울 토박이 연인에게 상당한 인연이 있는 집입니다. 그런 연유로 연애 초기에도 한 번 찾았었네요. 육회 골목이 번화하기 전부터 찾았던 연인이었기에, 약 8년 전쯤엔 지금은 계시지 않은 듯한 사장님도 만나 뵐 수가 있었는데요. 이번 방문에선 고독한 먹기행을 집필 중인 지금,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볼 수가 있었습니다.
2010년대 초의 필자에겐 늘 ‘오늘은 창신으로 가자.’ 하면 통했던 곳입니다. 백아흔네 번째 고독한 먹기행의 이야기. 광장시장 육회 골목의 대표적인 집들 중 하나, ‘창신육회 본점’에 관한 이야기를 연인의 입을 빌려서도 잠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상세한 요약 정보는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적어도 필지가 찾았던 시기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골목으로 육회집 몇 개 빼면 나머지 인근 새까맸었지, 아마.’ 이리도 화려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12월의 이곳은 골목 자체가 하나의 육회집인 것 같은 기분도 들게 하네요. (가격도 거의 모든 집들이 동일하고 편차가 없어 그런 생각을 했나 봅니다.)
그래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면 과열된 경쟁 속의 약육강식 없이 유명집들이 나란히 모여 시장 상권을 형성 중이란 뜻도 됩니다. 사진 한 장에 여러 곳들의 간판을 담을 수가 있어 남겨봤습니다.
‘음? 간판이 이리도 화려했었나?‘
근 10년 전이라 텀이 좀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 이미지가 상당히 많이 바뀐 듯한 기분이 드네요.
그럼에도 대단하게도 여전하게도, 방문객들로 붐비다 못해 들끓고 있었습니다. 더 많은 손님들을 일시에 수용하기 위해서인지 분리가 가능한 테이블들로 굉장히 간소화되어 있었는데요.
필자가 익히 알던 시절의 모습은 이젠 없는가? 했는데, 음? 굉장히 낯이 익은 인자한 미소의 아주머니는 올 때마다 뵈었던 건지 그 미소의 익숙함이 뇌리를 삭 스쳤습니다.
여하튼 간, 물가도 치솟고 덩달아 음식값도 올랐고, 광장시장의 평도 그 옛날과 같지가 않다마는, 참 신통하게도 여전히 사람만은 어른 애 할 것 없이 박작스러운 ‘창신육회’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럴 때마다 늘상 느끼지만 서울은 그저 사람이 정말 많은 걸로 정의를 하곤 합니다.
그런 생각과 함께 어느 구석 자리에 착석을 하고 메뉴판을 살폈습니다. ‘이런, 고 사이에 또 소폭 상승한 것이냐?’
(물론, 다수의 육회집들의 거의 이 정도 수준이긴 합니다. 다만 과거 저렴한 명성, 그 시작의 이미지 대비해선 이젠 시장 육회의 의미가 무색함을 뜻하는 걸로 참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등산하던 날 ‘진주육회’를 찾은 지가 약 6개월 전인데, 주류를 제외하고 또 상승해 있었습니다. (시장의 상인회 또는 정량표기제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곳의 육회는 한 곳이 올랐다면 나머지 식당들도 모두 올랐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육회 한 접시는 이제 2만 원을 넘어섰네요. 저렴한 이미지는 이젠 아닌 것 같습니다.
상권의 형성과는 별개로 이게 단점일 수 있는데요. 바로 가격 경쟁력이 없다시피 한 점입니다. 앞서 기술한 광장시장의 정량표기제 때문인지, 아니면 담합인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인지, 약속한 듯 같은 가격에 단박에 인상되어 버리는 곳이 이곳 육회 골목입니다.
이런 건 좀 판단이 어렵더라구요. 오바 보태 식당을 방문할 때마다 이럴 때면, 그저 음식에 대한 글을 쓰기가 언제까지 가능할까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이내 멈칫했다가 굴복하고는 육회 한 접시와 천엽을 뺀 간 한 접시로 주문했습니다. 분위기는 살려야 하기 때문에 다른 식으로 접근을 해 봐야겠네요.
간 한 접시
가끔은 구미호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연인이 정기적으로 갈구하는 간 한 접시 먼저 나왔습니다.
싱싱합니다. 회전율이 좋은 육회나 정육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싱싱한 간. 오래전 젊은 시절엔 그런 말도 종종 들었던 것 같습니다. 싱싱한 간 한 접시는 광장시장에서만 먹어야 한다고. 여전하긴 합니다.
육회 한 접시
양념 육회 한 접시도 등장했습니다. 추운 날씨를 겸해서인지 마찬가지로 선도가 좋습니다. 대신 양념은 좀 더 세진 듯한 맛이 나네요.
육회집에서 나오지 않으면 섭한 국물이죠.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좋아했던 술안주로 제격인 소고깃국까지.
술 한 병만 더해주면 이렇게가 일반적인 이곳의 육회 한 상입니다. 이 지점부터 ‘창신육회’에 대한 예전의 이야기를 연인을 통해 조금 들어보았는데요.
먼저 전언에 따르면 이 집의 부흥기는 약 2007~8년도로, 그전까진 지금과 같이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아는 사람들만 찾는 집. 광장시장 또한 유명세가 현재 정도까진 아니었던 시기로, 시장의 마약김밥과 먹거리 등을 사 와 이곳의 육회와 즐기는 것도 가능했던 전형적인 시장 육회집이었다고 하네요.
철저한 가격 상승과의 지금과는 실로 다른 유두리있는 시장의 모습입니다.
연인과 안면이 있는 현재의 주인장 또한 그 시기에 ‘창신육회’를 전대의 사장에게 인수한 것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광장시장 부흥의 시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죠. 이후 현재와 같이 분점, 2호, 3호까지 우후죽순 늘어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그리 긴 역사는 아니기에 짧은 시기에 많이도 변하였다 하겠습니다.
그 외에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는 육회 한 점 뜨다 문득, 나도 그 시기의 창신에서 육회 한 점을 집어보고 싶다란 생각을 했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저렴한 시장의 육회집 아닌 육회를 안주 삼은 술집이 되어버린 것도 같으니까 말입니다.
‘그럼에도 이 바닥 종로가 좋고, 육회도 좋고 글쓰기도 좋아라 하는 필자는 어찌하나?’ 멈추지 않는 물가 상승에 대한 나름의 풀리지 않는 고찰을 하다가 이내, ‘순희네빈대떡’에서 아직도 저렴한 빈대떡에 술 한 잔을 걸친 필자였습니다.
어제 저녁엔가 공덕에서 그런 생각을 했네요. 알려지지 않은 저렴한 집들의 방문 비중을 좀 더 늘려보자. 계속해서 생기고 또 사라지는 것이 또 시장의 논리니까요.
그렇게 광장시장의 ‘창신육회’에서 세월을 거슬러 이곳을 추억하고 안주 삼은 하루였습니다.
종로구 종로4가 광장시장의 ‘창신육회 본점’
- 영업시간 09:00 ~ 21:50 (라스트오더 21:20) / 매주 화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보는 게 마음 편하겠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녀 구분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 부촌, 육회자매, 형제, 진주 등과 함께 광장시장 육회 골목을 형성 중인 대표적인 집들 중 하나.
- 서울의 시장 육회하면 지금도 통하는 곳이긴 하나 서울길쟁이이자 토박이인 연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면 그때만은 못하다.
- 가장 큰 건 정량표기제 때문인지 몰라도, 약속한 듯 담합가마냥 통일되어 인상되는 이 주변 육회의 가격이지 않을까 싶은데. 솔직히 이젠 메뉴판을 보자면 살짝 멈칫하게 된다.
- 물론 이만한 분위기의 대체재는 없기도 하고, 나름의 추억들이 박힌 곳이라 그런지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종로3가의 허파집을 대신해 찾다가 그곳 또한 최근 바뀐 분위기에 조금 실망하기도 했었다.
- 그래도 맛은 중박 이상이다. 회전율로 인해 싱싱한 간 또한 만나볼 수가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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