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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

(강남구/논현동) 중도를 표현하는 듯한 평양냉면, '진미평양냉면'의 냉면과 만두

고독한 먹기행 (72) - 강남구 논현동동의 '진미평양냉면'


다른 집들과 비교해 보자면, 튀는 지점이 없는 것이 참 이 집만의 매력이다.

부담 없이 적절하게 중도를 표현하는 듯한, 평양냉면의 진수.


서울 상경 후 주로 서대문, 마포, 은평 일대에서 서식한 필자이기에, 모처럼의 강남 방문은 참으로 흔치 않은 먹기행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당시는 1박까지 하게 되었으니, 모처럼의 강남 맛집 티켓. 끊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그렇게 어디가 좋을까 고심하던 끝에 정한 곳은 평양냉면집.

 

익히 듣게 된 소문이 있기도 한데, 내내 벼루고 있었지만 필자에겐 쉽사리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바로 강남. 새로운 평양냉면집의 발견을 참 좋아라 하는 필자기에 목표로 했던 곳입니다.

일흔두 번째의 먹기행, 강남구청 인근의 '진미평양냉면'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사전에 웨이팅이 상당하단 이야기를 듣고 내심 걱정했었는데요. 다행히 호텔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방문한 덕인지, 무리 없이 그대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고독한 먹기행'을 집필하지 않던 시기라 사진은 없지만, 내부가 상당히 넓더군요. 별관의 역할을 하는 공간도 따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구요. 가게 앞으로 공간이 있어 주차는 어렵지 않을 듯한데, 사람이 몰린다면 꽤나 붐빌 지리적인 위치이기에 발렛 직원분이 대기 중이셨던 것으로도 기억합니다.

 

 

제육 및 만두에도 쓰일 수 있는 마성의 소스. 허나 필자에겐 아직 듬뿍 퍼다 얹어 먹을 수 있는 '필동면옥'의 양념장을 제일로 치긴 합니다.

자, 바로 음식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첫 타자는 면수와 기본 찬들. 이게 참 평양냉면 마니아들에겐 중요한 요소지요. 가게만의 특징과 매력을 가름하는 요소라고도 생각됩니다. 육수일지, 면수일지. 기본으로 나오는 곁들임은 무엇인지 말이죠.

 

'진미평양냉면'의 경우 면수가 제공되었는데요. 이곳의 첫 매력 포인트. 바로 사진 가장자리에 위치한 제육 양념장이 되겠습니다. 강남에도 이 녀석이 있었네요. 평양냉면의 본산(本山), '의정부평양면옥', '필동면옥', '을지면옥' 등에서 만날 수 있는 양념장으로 필자의 경우 마성의 소스라 칭하고 싶습니다. 이곳은 그것들보단 조금 되직한 스타일이었는데요. 고추냉이의 매콥쌉싸름함도 느껴지는 소스지요. 돌이켜 보면 '필동면옥'의 조금 차가운 제육, 양념장과의 첫만남이 바로 필자의 평양냉면 각성 시작 단계이기도 했습니다.

 

육수를 들이켰다가 제육 한 점, 그리고 다시 입안을 헹구어 내고 다시 육수를 한 모금 시작하는 행위. 참 평양냉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한 반복작업이지요.

 

 

본격적으로 주문한 '진미평양냉면'의 평양냉면입니다. 보기에도 깔끔한 육수 스타일. 우선 면을 풀지 않은, 형태 그대로 한 모금 들이켰던 필자인데요. 음, 역시 냉면의 맛과 같이 기억도 전수되나 봅니다. 살짝 필동의 느낌이 통했습니다. 유사한 결의 육수 맛. 기본적으로 육향 베이스 스타일의 평양냉면인데, 인상 깊었던 건 간이 참 좋더군요. 간이 세고 육향이 진한 초심자용 평양냉면, 그리고 굉장히 맑고 슴슴한데 육향이 은은하게 도는 평양냉면이 있는데, 딱 그 중간 지점. 중간계입니다.

 

필동면옥이 후자의 평을 많이 듣는 편이지요. 개인적으로 필동보다는 쬐끔 간은 있는데, 보다 깔끔한 정석의 맛. 상당히 맛있게 접한 필자입니다. 고명의 스타일은 서로가 확연히 다른데, 어찌 이리 비슷한 별의 맛이 나지? 했던 기억도 나네요. 보통 오이가 들어간 평양냉면에는 시도하지 않는 초식인데, 마지막 단계에 필동처럼 고춧가루를 살살 털어 넣어 육수를 즐겼던 것으로도 기억합니다. (평양냉면 불호가들을 설득해 보자면, 찬 고깃국물에 고춧가루를 풀어 먹는 느낌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함께 주문한 만두도 등장했습니다. 음, 여태껏 만나왔던 평양냉면 만두와는 좀 다른 느낌입니다. 이 지점도 이 집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네요. 약간 예쁘게 빚어낸 모양새가 중식만두를 연상케도 한달까요? 피는 꽤나 두꺼운 편인데, 한 입 스윽 베어 물어보니.

 

허, 평양냉면집들 중에선 가장 큰 감동을 선사했던 만두입니다. 참기름의 향일지 꼬소하고 쌉싸름한 향과 즙이 만두소에 한가득. 군더더기 없고, 고소하면서도 이 진한 풍미의 만두소 덕에 술술 들어가더군요. 허한 감을 달래주기 위한 만두가 주였는데, 냉면집에서 만두를 이렇게 맛나게 먹은 적이 있었나? 제 경험으로는 이곳이 처음입니다.

 

이때부터 망설였던 것 같습니다. 제육 반을 가봐야 할지, 말지 말이죠. 그래, 평소라면 한 가지 곁들임으로 마치지만, 그래. 이곳은 모처럼의 강남이니까.

 

 

감행한 제육 반 접시입니다. 음, 역시 기대했던 욕심과 다르게, 모든 박자가 필자에게 따닥은 아니었습니다. 맛집과 인생의 묘미가 통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이곳은 필동의 시원하면서도 막 썰어낸 듯한 뭉텅뭉텅 제육과는 역시 다르더군요. (필동의 제육이 특이하긴 합니다.)

필동이 아니면 제육은 시키지 않겠다는 개인적인 다짐은 또 어디로 간 것인지.

 

그래도 어떠한들. 여하튼 아주 오래간만에 뇌 속에 내장되어만 있던 평양냉면 욕구를 제대로 해소시켰습니다. 정말 포만감 두둑히 장착한 채 돌아가는 버스에서 꿀과 같은 단잠을 보냈던 것 같네요. 이후에도 강남에 들를 때면 식사 장소로 이곳을 항상 염두하게 된 필자입니다.

 

'진미평양냉면'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강남구 논현동의 '진미평양냉면'

- 영업시간 매일 11:00 ~ 21:30 (라스트오더 21:10)

- 주차 가능 (단, 골목에 위치한 탓에 협소해 보인다. 때문인지 강남스럽게 발렛파킹이 대기 중이신 것 같더라.)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여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 주말 일요일 기준으로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니 웨이팅은 없었다. (사람들은 금세 들어차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

-본산(本山)인 '의정부평양면옥'에서 비롯된 '필동면옥', '을지면옥'과 결이 흡사하다. 즉, 큼직한 대표 문파 중 하나인 의정부 계열의 맛. 때문에 막바지에 육수에 고춧가루를 조금 푼 필자다.

- 상당히 인상 깊었던 건 고소한 기름향의 만두. 냉면의 시원함과 대비가 참 좋더라.

-딱 중간계, 중도의 느낌이 많이 났던 집. 그것이 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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