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313) - 은평구 갈현동의 ‘수정불막창’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앞으로 은평구 매운맛이 떠오르는 순간이면 고르게 될 카드이자 구원투수
평소 매운맛을 즐기고 느끼는 필자와 연인인데, 최근엔 은평구 매운맛의 소재가 고갈된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몇 가지 소재로 능히 방문은 가능하지만, (‘미각아구찜’, ‘독도쭈꾸미’ 등) 너무 잦은 방문으로 맵긴 맵더라도 익숙한 메뉴들을 즐겨야 했던 상황이었지요. 이렇듯 땀을 쫙 빼는 매운맛은 막상 찾으면 참 희소가치가 느껴지곤 하는데. 그런 매운맛 루틴에 빠져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야 하나? 하던 때.
구원투수처럼 등판한 매운맛의 집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매운 하면 당연히 붙는 소재로 족발, 닭발, 아귀찜, 떡볶이 등을 들 수가 있지요. 오늘은 이들 아닌 막창. 불막창집입니다.
내개인적으로 불막창은 처음인지라 신선한 감도 좀 있었는데요. 새로움으로도 합격, 거기에 매운맛도 5단계까지 지원 사격을 한다고 하니, 적당히 매울 것 같진 않아 망설임 없이 방문을 해봤습니다.
연신내에 위치한 ‘수정불막창’을 삼백열세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소개해 보겠습니다.
게시글 하단의 요약 정보만 참고 가능

도착한 수정불막창의 모습입니다.
요 몇 주간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큰일의 마무리를 치른 날의 오후였기에, 그간 누적된 스트레스를 날릴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매운맛을 찾았고 말이죠.
주차는 가게 앞으로 한두 대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참고만 하시면 좋겠습니다. (공용의 건물이기도 하고 가게를 가리기에 또 모르겠습니다.)

손님들은 아직 들어차기 전입니다. 금요일의 이른 시각이었기에 필자가 나가는 타이밍으로 손님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대기명부를 본 것도 같은데 한창의 때는 웨이팅도 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테이블 위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허연 불판들.

사전에 조사를 해보니, 레알 수정이라고 합니다. 이거 참, 그래서 수정불막창인 것이었나?
내처음 보는 유리 불판의 조합. 이 뭔가 신기하면서도 옛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돋기도 했습니다. 이색 불판이 유행하던 때 한창 방송으로 그런 집들이 소개되곤 했던 것도 같은데, 그런 옛 트렌드의 느낌이랄까요? 1차 샤기컷과 울프컷이 유행하다 못해 서로를 찌를 듯이 난무하던 2000년대 초반의 향수가 살짝 스쳤습니다.

메뉴판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내고민할 것도 없이 불막창 2인분, 주먹밥과 계란찜을 주문했습니다. 매운맛 패키지죠. 메뉴가 적지만 있어야 할 기본 아이템들은 다 갖추고 있습니다.

매운맛 단계도 선택이 가능합니다. 가장 높은 단계를 도전하지 않을 수 없지요.
매운맛을 찾는 이들은 대개 그렇지 않나 싶은데, 낮아서 후회하는 것보다 너무 매워 후회하는 게 낫다는 지론입니다. 5단계로 갔습니다.

기본 곁들임. 중화 마카로니 달달 샐러드로 소소한 정도입니다.
이후 주방에서 만드는 모습을 슬쩍 관찰하니, 두 분이서 각자의 파트를 준비하시는 모양이었습니다.

먼저 사장님 한 분이 별도로 조리된 콩나물찜스러운 녀석을 유리 불판 위에 삭 깔아주시더니.

불막창 (콩나물이 매움을 담당하고, 막창은 불맛을 담당)
다른 사장님이 그 위로 쑥갓과 막창을 싹 얹어주시며 완성되었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불막창이 아닌가?
각각 조리하시는 담당 파트도 다르거니와 나중엔 합쳐져 층을 이루다니. 심지어 맛도 역할이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섞지 말고 그대로 하나씩 떠 드시면 된다고.
주먹밥을 돌돌 말아 사이드로 얹어 바로 시식을 시작해 보았습니다. 이 지점에서 뭔가 왔다 싶은 감이 살짝 느껴졌는데, 연신내에서 설레기는 참으로 오래간만인 것도 같네요.

계란찜까지 나와주며 주문은 완성. 요건 살짝 간이 좀 셌는데 그럭저럭 즐길만했습니다.

아마 메인이 너무 큰 흥미를 유발했기에 정신은 이곳에 팔려있었던 것 같습니다.

안내받은 대로 한 점을 싸악 떠서 막창, 쑥갓, 콩나물의 조합으로 한 입을 해보는데, 음.
굉장히 맛있네요. 따로따로 나온 것처럼 정말 맛의 역할이 다릅니다. 막창은 매운족발 양념의 느낌이라면, 콩나물찜은 아귀찜의 것과 비슷한데요. 위에서 달콤하고 그윽하게 달여진 듯한 불맛이 난다면 아래는 칼칼하고 알싸하게 매운맛. 사이에 쑥갓이 날것의 맛으로 살짝 중화를 시켜주는데.
이거 참 절묘하고도 매력적이네요. 저녁과 술안주의 묘한 경계입니다. 매운맛은 필자와 연인이 원하던 것보단 살짝 약했으나, 그럼에도 아주 마음에 드는 한 입 한 입의 불막창이었습니다.

이런 세계가 있었을 줄이야.
앞으로의 매운맛 리스트에도 새롭고도 신선한 재료가 추가된 듯한 기분입니다. 그렇게 즐기며 조금씩 땀이 맺히기 시작하자 금세 절반 정도가 사라졌는데요. 매운맛을 담당하는 저 콩나물.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여쭈니 추가 주문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콩나물만 추가 시 2인 기준 6천 원. 5단계보다 약간 상향도 가능한지 추가로 여쭈니 가능하다고 하시네요. 속으론 쾌재를 불렀습니다.

그렇게 추가한 콩나물로 2차전을 치르며 오래간만에 맛있게 땀을 뺀 필자였습니다.
창신동의 매운족발이 당길 때 대체재로도 적합한 듯한 불향 가득의 불막창. 거기에 칼칼한 콩나물과 알싸한 쑥갓 더해 만들어진 새로운 조합.
분리와 조합이 신통하면서도 좋은 곳이란 평가를 내렸습니다. 화려한 막창에 가려져 이후엔 잊혔으나 저 유리 수정 불판의 존재도 타지 않도록 즐기는 데 도움이 꽤 있었던 것 같고 말이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운맛을 즐기는 이들에겐 충분히 해소가 될 집이라는 점. 땀 한 번 쫙 뺄 수 있습니다.
은평구 연신내에 위치한 수정불막창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은평구 갈현동의 ‘수정불막창’
- 영업시간 16:00 ~ 23:00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이번 5월 연휴는 휴무인 듯하다.)
- 주차는 가게 앞으로 1대 정도 가능해 보이긴 하나, 불가하다 보는 게 맞는 것도 같다.
- 대중교통 이용 시 연신내역 5, 6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정도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연신내에 위치한 불막창집. 상호 그대로 정말 유리 수정 불판 위로 조리된 막창을 익혀 즐기는 방식이다.
- 불맛을 입힌 막창, 매운 콩나물은 각각 조리되는데 이후 하나로 합체된다.
- 그 모양새가 약간 SNS의 감성스럽다 하면서도 올드한 맛도 있어 과하지 않은 기분으로 즐겼던 것도 같다.
- 막창이 매운족발 양념의 불향이 물씬이라면 콩나물은 칼칼한 아귀찜의 콩나물.
- 맛은 굉장히 만족스러웠으며 추후 매운맛이 생각나는 순간에 꺼내볼 카드로 선정했다.
- 은평구에서 매운맛 루틴에 갇혀있던 필자에게 반가운 소재이자 구원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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