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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

(종로구/낙원동) 저렴한데 근사한 연주회를 다녀온 기분, '유진식당'의 평양냉면

고독한 먹기행 (23) - 종로구 낙원동의 '유진식당'


사골육향, 메밀향, 동치미향 트리오가 아주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각자가 나설 때 나섰다가 이후 피날레로 합쳐지니, 저렴한데 근사한 연주회를 다녀온 기분이다.


종로3가 탑골공원 인근의 유명한 냉면 노포, '유진식당'. 매번 종로3가에 들리면 지나치기만 했던 곳을 드디어 방문해 보게 되었습니다. 당시 평일에 여유가 되어 주말 웨이팅이 많다는 이 집을 손쉽게 찾아갈 수 있었는데요. 한산한 날의 먹기행은 참으로 꿀같더군요. 만나보시죠. 스물세 번째 먹기행은 향이 정말 좋았던 평양냉면, '유진식당'의 이야기입니다.

 

유진식당의 전경입니다. 탑골공원 바로 인근이기 때문에 골목의 사정(?)은 평탄치가 않습니다. 종로를 많이 와보신 이들이라면 아시겠지요.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타 종로의 역사를 품은 집들 또는 평양냉면집들과는 다르게 간판이 귀여운 분식집(?)을 연상케 하더라구요. 방문 당시에도 바로 가게 앞 공터로 시끌벅적한 어르신들의 투닥거림이 있었었는데요. 나름 많은 풍파를 겪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가게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녹두지짐이를 만드는 용도의 큼직한 철판이 보이네요. 기름으로 인해 거울처럼 비치는 것이 인상적이기도 합니다.

 

 

요 녀석은 면을 뽑는 기계인가 봅니다. 주방을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설렁탕, 국밥의 사골육수 향이 코를 슥 스치는군요. 아마 비법 육수도 이곳 어딘가에 담겨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입구서부터 종로스러움을 물씬 내뿜고 있는 가게입니다.

 

 

내부는 상당히 좁아서 조금 놀랐습니다. 2인석에 착석해 앉았는데요. 옆 테이블과 거의 붙어있는 간격으로, 몸이 절로 응축되었습니다. 필자는 이런 간격을 '긴장되는 간격'이라 칭하는데요. 그런 불편함은 조금 감수해야겠습니다. 4인의 넓은 테이블로 앉아 있는 손님들이 부럽더군요. 그 테이블이 아니라면 넉넉하게 반주로 즐기기엔 다소 불편함이 따를 수 있겠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때문에 소금, 후추, 겨자 등의 재료는 옆 테이블과 함께 써야 했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저 푹익은 짠지, 석박지에 가깝다 해야 할까요? 그런 깍두기가 기본 찬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뭔가 국밥을 서비스 중인 곳이라 그런지, 기존의 평양냉면집과는 뭔가 느낌과 분위기가 다릅니다. 내부만 보자면 홍대입구의 '상원냉면'도 생각이 나네요.

 

 

이야, 역시 종로입니다. 메뉴가 평양냉면집 치고 굉장히 저렴한 편입니다. (물론,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또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맛까지 좋다면야 금상첨화겠군요. 

 

좌측의 사진은 가게 창업주이신 듯한데, 내려보는 눈빛이 매서워 심장을 관통 당하는 듯했습니다. 훈장도 받으신 것 같더군요. 블러 처리를 하는 것도 뭔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충청도인스럽게 고민했으나, 방문한 이들만 뵐 수 있는 특권이지 않을까 싶어 그냥 블러 처리를 한 필자입니다.

 

 

자, 등장한 '유진식당'의 평양냉면입니다. 한눈에 봐도 진한 육수. 육향도 강렬합니다. 맛을 보기도 전에 진하고 누린 설렁탕의 사골육수 향이 나는군요. 우선 풀어짐 없이 국물 그대로 살짝 한 모금 음미. 크, 넘김의 끝에서 고기의 향이 강하게 탁 치고 도는 독특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맛있습니다. 면을 풀기 전엔 설렁탕집스러운 그런 진한 육수의 향이 입안을 맴돌았는데요. 냉면만으로도 짐작이 가능합니다. 좋은 육수를 베이스로 설렁탕과 국밥을 내주는 집일 것이란 짐작 말입니다.

 

불가항력, 소주를 한 병 주문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보니, 그릇은 또 쫄면 그릇 비슷해서 그런지 특이하네요. 그래서인지 약간 분식집이나 동네 국밥집에서 갑자기 평양냉면이 담겨 나온 느낌도 들고요. 여하튼 간 예상치 못한 당시의 복병이었습니다.

 

 

고명은 짠지에 가까운 무입니다. 가볍게 절인 무가 아닌 굉장히 찝찌름한 무, 소고기 편육, 간이 되지 않은 오이입니다. 저 짠지에 가까운 무가 마지막에 독특한 임무를 수행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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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전은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면을 풀어 맛을 보기 시작한 필자입니다.

 

음, 육향이 지배적이었던 냉면에 메밀 향이 첨가되었습니다. 면향도 함께 섞이기 시작했습니다. 평양냉면의 묘미죠. 진한 육수에 면수의 맛이 섞일 때 비로소 나타나는 오묘하게 맛있는 맛. 육수도 그렇고, 면도 그렇고. 향이 정말 좋습니다. 이렇게 향이 좋다 생각한 냉면은 또 처음이구요.

 

제가 느끼기엔 총 세 단계의 맛을 거치게 되었는데요. (1)사골 육수 → (2)사골 육수+메밀 면수 → (3)마지막엔 짠지와 같은 절인 무가 간을 시큼찝찌름한 맛을 더해, 사골 육수+메밀 면수+동치미의 느낌으로 음미가 가능합니다. 참으로 오묘합니다.

 

 

다만 무로 인해 냉면 육수가 얼마 남지 않으면 시큼한 간이 급격히 치고 올라오더군요. 육향과 비등해질 정도인데, 진즉 절반 정도 무는 빼두는 것도 나름의 먹는 방법이겠습니다.

 

참, 가격 대비 맛도 그렇고, 왜 이 구역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집인지 단번에 이해가 가는 집입니다.기대가 크지 않아서인지 더욱 맛있게 접한 필자인데요. 아직 들리지 못한 순례자들이 있다면 꼭 한 번 중간 코스로 밟아 보시길 바랍니다.

 

'유진식당'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종로구 낙원동의 '유진식당'

- 영업시간 11:30 ~ 21:00 (브레이크타임 14:30 ~ 16:00, 라스트오더 14:0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 (불가피할 경우 '종묘공영주차장' 이용을 권장)

- 대중교통 이용 시 종로3가역 5번 출구에서 도보 3분가량 소요

- 테이블식 구조인데 자리는 굉장히 협소하고 적은 편

- 화장실은 취약하기 때문에, 근처 지하철화장실 또는 공중화장실 이용 권장

- 느꼈던 평양냉면 중 가장 향이 좋았던 냉면, 육수, 무짠지, 면수의 조화가 참으로 오묘하고 절묘함

- 평양냉면집 중에선 가장 가성비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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