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19) - 태국 방콕의 ‘썽 포차나(Sung Phochana)’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굳이 찾으려 하지 않고 그저 걷다가 우연히 만난 태국스러운 현지의 맛.
태국 방콕에서의 고독한 먹기행 첫 번째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그 첫 소재로 필자가 가장 임팩트 있게 즐긴 음식을 꼽았는데요. 먼저 여행 중 개인적으로 든 생각이라면, 태국은 매스컴 및 웹상의 추천 맛집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여행 초반 중 방송과 추천 맛집으로 자주 등장하는 곳들은 생각보다 기대 이하였고, 굳이 찾아가기 위한 동선을 짜느라 이래 저래 소모가 많았기 때문인데요. (그곳을 가기 위한 교통비 그리고 흥정, 동선 등)
허나 아니나 다를까? 전혀 사전 조사도 없이 단순히 현지인들이 가득하고 영어의 메뉴판이 없는 곳을 찾자 환희와 같은 맛의 기쁨을 느끼게 되었으니. 필시 태국 여행을 앞둔 이들에게 간언 하고 싶네요. 널리 퍼진 음식점들 방문을 위해 동선을 짜지 말라고 말입니다.
그러한 인상을 단박에 앉겨준 것이 바로 이곳의 소고기 쌀국수였습니다. 방콕 여행의 첫 숙소 인근에 위치한 이 집은 이틀간 인근을 둘러다니다 우연히 찾게 된 곳인데요. 이른 아침임에도 현지인들이 가득하단 점에서 방문을 감행한 곳이기도 합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자 필자의 인생 쌀국수라 칭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필자의 경우 샘욧역(Sam Yot) 인근이 숙소였는데요. ‘왓포 사원’ 부근으로 거점을 잡고 계신 분들에게 추천해 보겠습니다.
이백열아홉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썽 포차나(Sung Phochana)’를 태국 방콕의 첫 번째 주자로 소개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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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발품을 팔아야 제맛이다.’ 이번 방콕 여행이 딱 들어맞았던 것 같습니다. 기대를 품고 고되게 찾아 방문한 그곳에선 약간의 허탈감이 있었으나, 이른 아침 동네를 걷다가 보이는 그곳엔 환희가 있었거든요.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썽 포차나’의 모습입니다.
방문의 이유라면 기술했다시피 현지인들만 가득했기 때문인데요. 마침 이곳을 지나가는 타이밍에 주인장의 따님으로 추정되는 분이 나와 음식을 소개해 주었는데, 한국말로 갈비국수라 읊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뭔가 그때 느낌이 팟하고 통했습니다. ‘아 이곳, 뭔가가 온다.’ 샘욧역(Sam Yot) 숙소를 떠나는 마지막 날이었기에 더욱 이런 집이 간절했던 것도 같네요. 유명하단 곳을 굳이 찾았다가 맥이 빠진 기분을 더는 느끼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이른 아침과 점심 사이로만 영업을 하는 듯했습니다. 작은 주방의 공간과 함께 야외 테이블을 깔아둔 흔히 아는 태국의 아침 식사 가게. 그 분위기마저 원하던 바였습니다. 낯선 이방인이 자리에 앉자 이국적인 분위기는 더욱 살아나고 생경하게 다가옵니다.
이런 낯선 말은 번역기죠. 메뉴판입니다. 상호는 당최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네요. 창업주(?)이신 건지 어르신의 사진, 그리고 가까운 시일 내의 영업 정보도 확인할 수가 있었구요. 메뉴들도 벽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음. 대략의 가닥이 잡혔습니다. (특선 쪽은 부위가 특별하다기 보단 약간 곱빼기의 느낌으로 설명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한 가지 태국 먹기행을 즐기며 특이했던 점이 물이 귀한 탓인지 음료와 얼음잔도 각각 가격을 친다는 점이었습니다. 때문에 테이블에 놓인 얼음을 섣부르게 집어선 안되기도 했습니다.
보다 많이 채우기 위해 장은 무겁지 않도록 유지해야 했으니, 일반 쌀국수 두 그릇. 그리고 갈증을 달래기 위한 얼음 잔과 음료 두 잔을 주문했습니다.
아, 밥도 별도 주문이 가능한 점도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현지인들은 대부분 밥 한 공기씩은 두고 국수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태국 음식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스와 부재료들도 한 번씩 확인해 주었구요.
est 콜라
주문한 청량음료는 콜라였네요. 먼저 등장했습니다. est 콜라. 찾아보니 태국에서만 파는 콜라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맛이 대단한 건 아니었는데요. (약간 미적지근합니다.) 태국의 음식처럼 아기자기한 맛과 생김새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것 같네요.
소고기 쌀국수
그렇게 쌀국수까지 등장했는데요. 이 한 컷에 ‘썽 포차나’의 모든 게 담겨있습니다. 사람을 피하지 않는 강아지와도 같은 고양이와 천변의 골목과 est 콜라와 소고기 쌀국수까지.
이때 강렬한 무언가가 찾아왔습니다. ‘제대로다.’ 한눈에 봐도 진한 국물과 푸짐한 내용물을 보고 말이죠.
풀어헤쳐보니 실 같다 싶을 정도로 얄쌍한 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상상 이상의 보다 가느다란 면이었는데요. 묵직한 고기와 완자와 얽히고설킨 대비가 참 좋더군요.
바로 그대로의 국물을 한 모금 해봤는데요. 이거 제대로입니다. ‘이 간단한 한 그릇에서 이리 깊은 맛이 날 줄이야.’ 큰일이다 싶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한국에서 쌀국수를 접할 수 없었을 것 같았으니까요. (다만, 진정한 현지의 맛이기에 태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이들에겐 과한 감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국물의 깊이만 보자면 진한 장조림과 연한 소고깃국물의 딱 중간.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층이 느껴지는 깊은 맛이었습니다.
여하튼 간 이 한 그릇의 깊은 국물의 맛과 얇은 스푼의 감촉, 그리고 가늘고 여린 면의 식감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분명 단 한 그릇의 쌀국수를 먹었을 뿐인데, 엄청나게 대단한 음식을 먹는 기분도 듭니다.
당시까지 만났던 유명의 맛집들은 저리 가라. 바로 조미를 해준 후에도 한 입 했는데요. 음, 훌륭합니다. 소고기 양지로 보이는 부위의 식감도 그렇구요. 아주 오래도록 곱지 않았을까 단박에 예측이 될 정도. 이 한 그릇의 소고기 쌀국수가 태국 여행의 맛집을 간결하게 정의해 줬습니다. ‘나야.’ 하고 말이죠.
본디 아침을 즐기지 않는 필자인데, 아침밥이 이렇게 황홀한 것이었나? 싶을 정도로 훌륭했던 한 끼의 식사였습니다.
그 식사는 유명한 집도 아니고 그저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밟혀 들어간 집에서였으니. 생각해 보면 방콕이 내내 이러했습니다. 무언가를 찾다 찾다가 지쳐 포기하듯 발품 팔아 들어간 그곳에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태국 방콕의 ‘썽 포차나(Sung Phochana)’
- 영업시간 09:00 ~ 14:00
- 휴무일: 일요일, 월요일
- 야외 간이 테이블식 구조. 화장실은 가보지 않아 모르겠다.
- 왓포 사원, 샘욧역(Sam Yot) 인근의 소고기 쌀국숫집.
- 주인장의 따님으로 추정되는 분은 매우 친절했다.
- 태국 방콕에서 1순위로 꼽는 음식으로 진한 국물과 부드러운 고기의 쌀국수는 황홀, 일품 그 자체.
- 바로 옆으로 유명한 커피 가게도 있다 하여 겸해 방문하려 했으나 아쉽게 만날 순 없었다. (주인장이 나이가 드셔서 편찮으시다 한다.)
- 2인 기준으로 음료 포함 200바트 정도의 비용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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