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16) - 이탈리아 로마의 ‘스피치오(Sfizio)’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끊임없이 도전을 자극했던 나라 이탈리아.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도 느낌이 오는 가게 하나가 쉽사리 발을 놔주질 않았습니다. 사방팔방에 널린 음식점들과 유서 깊은 유적들까지, 직접 가보니 알겠습니다. ‘고작 몇 주의 여행으론 로마란 도시를 당하낼 재간이 없구나! 위장이라도 컸으면 좋았으련만.‘
여하튼 간 이번 글은 출국을 앞두고 다빈치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로마 테르미니역에서 눈길을 끌어 꾸역꾸역 방문한 곳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래되어 보이는 듯한 피자가게였는데요. 몇백 년의 역사까진 아니어도 탄탄히 역 앞으로 뿌리내린 집인 것 같았습니다. 직접 본 간판과 내부의 사진들 속에서 그 아우라를 살짝 느꼈었네요.
보니 필자와 같이 로마를 떠나는 순간 마지막의 식사의 장소로 자주들 찾으시는 곳 같기도 했습니다. (공항으로 향하는 역 바로 앞이었으니까요.)
피자를 주력으로 다루는 집이었는데 이는 너무도 과했기에 가벼운 녀석들로 선정해 즐겨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고른 녀석들이 또 새로운 소재들인지라 기억에 남는 피제리아 ‘스피치오’가 고독하고도 아쉬운 이백열여섯 번째 먹기행의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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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이땐 저도 상당히 지쳤었나 봅니다. 외관의 생김새가 상호만큼이나 웅장하고 멋진 느낌이었는데, 찍힌 사진의 각이 심히 아쉽습니다. 막상 떠난다는 생각에 힘 빠지는 아쉬움과 함께 은평구에 대한 그림이 충돌하며 그렇게 공존했던 것도 같습니다.
영업시간 정보인데 이 또한 마음에 들지 않게 찍혔네요. 역앞의 집답게 항시 연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곳의 역사를 담은 오랜 사진들까지. 한 집, 한 집 소중했어야 하는데 뒷심이 좀 부족했습니다. 반성해야겠습니다.
돌아와 내부인데요. 아무래도 오거나 떠나는 이들로 분주한 곳이다 보니 패스트푸드처럼 소란스럽기도 하고 유동 인원이 꽤나 많은 펴입니다. 당연히 기차역 인근이라는 지리적인 영향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네요. 필자와 같이 짧은 시간의 식사라면 문제 되진 않겠으나 느긋하게 즐기며 먹을만한 곳은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더욱, 떠나는 날의 로마와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아니 어울리는 식당입니다.
그렇게 주문한 건 작은 수플리란 녀석과 피아디나 참치롤, 그리고 생맥주 두 잔이었습니다. 사전에 가볍게 확인은 했었지만 뭔가 맥 빠지게 등장한 모양새에 순간 ‘이거 살짝 잘못 판단했나?’ 싶었네요. 당시 시무룩한 필자와 연인의 모습과도 닮은 듯한 모습인지라 은근히 절묘하기도 했고 말이죠.
수플리 클래식
(Suppli Classico, 밥 고로케)
아란치니를 시킬까 하다가 어디서 주워들은 적이 있는 녀석이기에 한 조각 주문해 봤습니다. 밥과 함께 토마토소스, 모짜렐라 치즈를 넣고 튀긴 이탈리안 고로케의 일종이라는데, 당최 아란치니와는 어떤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녀석이라고도 하네요.
그렇게 한 입을 해보는데, 음. 남은 사진은 유일해 없어 보이긴 하지만, 작은 녀석이 알찬 임팩트를 잠시나마 줬습니다. 참치롤만 아니었다면 몇 개는 더 주문했을 것 같습니다. 적극 추천입니다. 피자 맛의 밥이라기엔 살짝 옅구요. 아 그래, 끈적하지 않은 맛있는 리조또스런 맛이 튀김 속에 들어간 느낌이었습니다. 피자가 아닌 간단한 집을 거리를 찾으신다면 적극 추천입니다.
피아디나 톤노
(Piadina Tonno, 피아디나 빵 참치 롤)
메뉴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찾아본 건데, 그러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겁니다. 로마냐 지역에서 자주 먹는 빵이라고 합니다. 약간 부드러우면서도 푸석한 것이 뭐 이리 힘아리가 없는가? 했고, 그저 참치와 야채를 만 롤이구나 했던 녀석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태리의 지역 향이 듬뿍 묻은 빵이었습니다.
원체 포케류나 참치 음식을 자주 접했기에 아 또 이 맛이냐 했는데, 뒤늦게 살짝 미안해지네요. 여하튼 간 이제 정말 가는구나 하고 모레티, 페로니 생맥주를 즐기며 헛헛한 시간을 보낸 ‘스피치오’였습니다.
연로한 사장님도 막간에 뵐 수 있었는데요. 아마 벽면의 사진 속에도 계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직접 트레이를 가져다 치우는 모습에 적잖이 놀라셨는지 격하게 감사를 보내며 감동을 표하시는 모습도 생각이 납니다.
아직 소개할 음식들은 남았지만 먼저 꺼내봤습니다. 이게 필자가 기억하는 마지막 이태리의 아쉬운 한 끼였습니다.
이탈리아 로마의 ‘스피치오(Sfizio)’
- 영업시간 매일 09:15 ~ 22:00
- 로마 테르미니역 바로 앞에 위치한 피제리아. 식당을 오가는 유동 인원들이 많다. 빠른 식사를 위한 거점으로 삼는 듯하다.
- 메이드 인 이탈리 피자, 수플리, 아란치니 등을 메인으로 제공 중인 집. 굉장히 맛있어 보였는데 아쉽게도 과한 감이 있어 피자는 주문하지 않았다.
- 살짝 분주한 패스트푸드점의 분위기. 역 근처라 그런 듯한데 빠르게 식사를 하고 빠지는 느낌이 강하다.
- 토마토소스의 밥과 모짜렐라 치즈의 수플리 클래식은 굉장히 맛있었다. (참치롤은 이곳에서 포케 등으로 너무도 많이 접한 맛이었기에 후회를)
- 가벼운 식사로 찾는다면 이태리만의 수플리와 아란치니를 공략하시기를 추천. (개당 단가도 저렴한 편이다.)
- 후에 알아보니 그저 그렇다 생각한 참치롤 샌드위치 또한 이태리의 전통 빵 피아디나인 듯했으니, 소재 하나는 추가로 획득한 셈.
- 상호의 뜻은 멋진 이런 것으로 나온 것 같은데, 찾아봐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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