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99) - 스위스 그린델발트의 ‘아보카도 바(Avocado Bar)’
융프라우를 만끽하기 위한 그린델발트에서 유일하게 방문한 음식점이자 맥줏집입니다. 산악인들을 위한 거점의 마을이다 보니 워낙 동네가 작기도 작거니와 마땅히 끌리는 식당이 없어 방문한 펍인데요. 그럼에도 특유의 캐주얼한 분위기에 고대하던 해외 펍을 경험할 수가 있었고, 유로 2024가 한창이었던 때라 유럽 축구 관람의 열기까지(모두가 몰입해 소리지르는) 느낄 수가 있어 상당히 쌩큐였던 펍이었네요.
이름부터가 귀엽습니다. 그린델발트를 방문한 여행객들이 거점으로 자주 들리는 듯한 ‘아보카도 바’가 백아흔아홉 번째 고독한 먹기행의 주인공입니다.
※ 상세한 요약 정보는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그린델발트에 도착한 첫날 저녁에 찾았습니다. 해가 지는 시각이 늦기에 저녁시간임에도 내내 밝았던 스위스. 때문에 아직도 대낮이라 생각되는 도착 당시의 사진입니다. 물가가 비싼 스위스였기에 소비에 대한 완급조절이 어느 정도는 필요했는데요. 때문에 숙소에서 저녁을 미리 챙겨 먹고 동네 마실을 하다가 저녁 드링킹의 자리로 낙점했습니다. (스위스 전역의 coop마트에서 가성비의 음식들도 겟할 수 있으니, 식사는 요령껏 때우는 것도 방법입니다.)
참으로 캐주얼한 간판인데요. 그래서 유독 돋보였나 봅니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심장이 한 번 쿵했으니.
해외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분위기의 펍이었습니다. 울버린이 맥주 한잔하고 있을 법한 분위기 속에서, 마찬가지로 해외 영화에서나 볼 법한 바텐더가, “Hey you guys.” 하고 무엇을 마실지 물어봐 주니 말입니다.
여행 촌놈에겐 황송하기 그지없는 분위기죠. 거기엔 때마침 유로2024의 국대 경기까지 흘러나왔으니.
인생에서 바라던 한 조각의 퍼즐을 느닷없이 완성했다 하겠습니다. 바 쪽에 앉아있다가 테이블이 났다는 안내로 구석 자리에 착석했습니다.
둔탁한 메뉴판을 펼쳐봅니다. 가장 비중이 높아 보이는 건 스위스의 아펜젤러 맥주인데요. 펍이기도 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샌티스 크리스탈 생맥주 5.00DL을 두 잔 주문했습니다. (샌티스 크리스탈, 찾아보니 ‘알프스 봉우리의 크리스탈’ 이런 뜻인가 봅니다.)
5DL은 이곳의 데시리터 단위로 숫자 그대로 500ml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7프랑으로 우리나라 맥주 500 한 잔에 1만 원 정도는 하는 셈인데, 부담이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내려놓고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즐겼습니다.
아펜젤러 샌티스 크리스탈 생맥주
(스위스의 대표적인 맥주 브랜드 중 하나인가 봅니다.)
나와줬습니다. 여행에 취해 잊혀지는 스위스의 경제 단위. 필자의 신분도 처지도 망각하고, 그저 순간을 즐길 수밖에 없었다 하겠습니다. 과연, 루체른의 감동의 맥주와도 같을까? 하고 한 모금을 해보는데, 음. 그보단 좀 못하네요. 역시나 필자의 취향은 루체른의 그 녀석인 것으로 하겠습니다. (‘라트하우스 양조장’의 생맥주, 연관 글 참고.)
이 녀석 또한 맛이 좋긴 하다만 그 녀석의 임팩트가 정말 강했습니다. 그래도 대체적으로 탄산의 기운이 적고 부드러운 편이었던 유럽의 맥주였네요. 때문인지 희한하게 뒤탈도 덜했습니다. 흡족스럽게 목을 축이는데, 골이 들어가더니 한 켠의 손님들에게서 격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파니니
단순히 맥주만 소개하긴 고독한 먹기행이란 블로그 체면에 좀 아쉽지요. 곁들임으로 주문한 파니니입니다. 그런데 이거 새싹채소가 들어가 있을 줄이야, 예상과는 너무도 달라 살짝은 깨는 느낌은 있었습니다. (원래 이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달콤한 맛이 좀 났던 것도 같은데요. 핫소스를 조금 곁들이니 그나마 좀 낫더군요. 맛은 그냥저냥한 평범한 수준으로, 가벼운 음식도 시켰지만 사실상 이번 글은 고독한 먹기행 아닌 가벼운 펍기행으로 끝날 분위기입니다.
이거, 글도 가볍게 마무리해야겠습니다.
그저 상상만 하던 분위기를 직접 만끽한 것만으로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고 기억에 남는 날.
스위스 그린델발트에서 ‘아보카도 바’를 방문한 이야기였습니다.
스위스 그린델발트의 ‘아보카도 바(Avocado bar)’
- 영업시간 15:30 ~ 00:30 / 월요일 휴무
- 바와 테이블의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 그린델발트 시골 마을의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펍. 뭐랄까, 해외 영화에서나 보던 한적한 시골의 캐주얼 펍 느낌이었다.
- 주로 스위스의 아펜첼(아펜젤러) 맥주를 다루고, 그 외 소소한 샌드위치류도 있었던 것 같다. 가장 만만해 보이는 게 파니니라 녀석을 골랐다.
- 직원들의 친절도는 보통인 편. 친절한 듯하면서도 벽이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이다. (스위스가 내내 그랬다.)
- 카드 결제가 안된 줄 알고 한 번 더 시도하다가 추가 결제가 되는 이슈가 있었다. 즉시 환불 처리가 어렵다고 해서 하루 뒤에 처리되었는데, 은근히 헷갈렸으니 카드 리더기 결제 시 결제 팝업이 재차 뜬다면 유의하시면 좋겠다.
- 대목의 경기가 있는 날엔 항시 축구를 틀어 유럽 특유의 해외 축구 관람 분위기가 형성되는 듯.
- 필자가 본 경기는 유로2024의 루마니아 네덜란드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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