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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서대문구

(서대문구/남가좌동) 명지대를 삼분했던 야채곱창집 이야기, ‘왕십리곱창’

고독한 먹기행 (173) -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왕십리곱창’


이젠 그 시절의 사람들은 남아있지 않은데,

야채곱창은 그대로였다. 기다리고 있는 것도 같았다.


그 옛날까진 아니지만 아주 조금은 먼 옛날, 명지대 남가좌동 일대를 삼분하는 곱창볶음집들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유명세가 좀 있는 편인, 모래내시장에서 넘어온 ‘모래내곱창’, 그리고 대학교 뒤편의 상호 불분명한 어느 작은 곱창볶음 노점. (이 집은 지금 없습니다.)

그리고 유명세에 비해서는 만만치 않게 괜찮은 ‘모래내곱창’ 옆에 위치한 ‘왕십리곱창’이 그 세 번째입니다. 첫 방문으로부터 10년도 훌쩍 지났음에도 여전히 뚝심 있게 대학가를 지키고 있는 곱창볶음집들이기도 하죠.

 

 

본 글에서 소개할 집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상호의 위치와는 맞지 않는 모래내와 왕십리가 떡볶이집 하나를(마찬가지로 ‘엄마손떡볶이’와 함께 근방에서는 유명) 사이에 두고 나란히 위치해 있는데, 필자의 개인적인 취향은 늘 이곳 왕십리였습니다.

 

오래간만에 또 찾게 되었네요. 명지대 인근에 위치한 ‘왕십리곱창’의 야채곱창 2인분과 볶음밥을 이번 백일흔세 번째 고독한 먹기행 글로 볶아보겠습니다. (솔직히 사라진 상호 불분명의 곱창볶음 노점을 제하자면 아직까진 이곳보다 맛있는 곳을 서울에선 만나보진 못했습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참으로 오랜만의 방문이었습니다. 내심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여전히 그 자리를 새빨간 간판과 함께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한 건 내부 역시 마찬가지였는데요.

 

 

 

 

여전히 심플한 초단일 메뉴입니다. (물론 포장을 주력으로 하는 야채곱창집들이 대개 이렇긴 합니다.) 역시 가격은 인상은 되었으나 그럼에도 저렴하다 생각되는 가격대입니다.)

 

 

 

 

전형적인 포장 특화형 집. 심플한 내부 역시도 여전하네요. 오랜만이라 그런진 몰라도 이전보다 살림이 더 줄어든 것 같은데? 뭔가 더 사라진 것 같다 하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였습니다. 방문하자마자 포장객들의 주문 전화도 북새통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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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 돌판의 금 또한 10년 전 그대로인 것 같다.

 

좋게 말하면 포장 또는 그저 단출하게 야채곱창에 한잔 즐기기엔 군더더기 없이 최적화된 이곳입니다.

맛도 좋은데 10년 전과의 맛과 차이가 전혀 없어 상암동에 거주하던 시절에도 종종 들렀었네요. ‘그래, 맛이 고급지진 못하다만 늘 한결같은 곳이지.’ 뭔가 필자도 큰맘 먹지 않고 부담 없이 내려놓고 즐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볼 것도 없지요. 야채곱창 2인분을 주문합니다. 주류도 빠질 순 없었습니다.

 

 

 

 

이곳의 기본 곁들임으론 동치미 한 그릇과 쌈재료입니다.

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 같지만, 동치 역시도 낙차가 전혀 없는 맛입니다. 아주 적절히, 과하지 않게 잘 익은 동치미인데요. 이 곱창볶음의 곁들임으론 이만한 것이 없단 생각, 이 집 때문에 들게 되었습니다.

 

 

 

 

야채곱창볶음 2인분

 

이어 챙챙 착착, 입구에서 철판 위의 곱창을 구슬리는 소리와 함께, 준비된 야채와 당면 한 주먹을 툭 썰어 넣고 양념 한 국자만 추가되면 볶음이 시작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후 어느 정도 철판을 치는 소리가 잦아들고 싹싹 쓸어 담아 돌판 위 종이 호일에 내주셨습니다. 측면으로 찍어 그렇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양도 상당합니다. 이제 등장과 즉시 바로 먹어도 되고, 살살 데워 졸여가며 느긋하게 즐겨주셔도 됩니다.

 

 

 

 

참 변함없이 부드러워 부담스럽지 않고, 양념은 아쉬움 없이 넉넉해 만족스러운 곱창볶음입니다. 촉촉함을 유지 중인 양념으로 인해 아주 술술 들어가게 되지요.

 

바로 이것이 이곳의 포인트입니다. 보통은 금세 수분이 날아가 중반부엔 퍽셔지기 마련인데, 적당히 양념과 수분이 밴 채로 유지되는 부분이 말입니다. 천천히 열이 올라오게 하는 돌판과 호일도 나름의 노하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볶음의 시작과 끝은 모두 양념이라, 양념 맛이 참으로 좋다는 점도 있습니다. 알기론 바로 전대의 사장님께서 전수해 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0년 전 처음 찾았던 시기가 막 세대교체를 하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양념이 조금 모자라다 싶으면 곱창에도 볶음밥에도 바로 곁들일 수 있도록 양념 한 종지를 요청하곤 하는데, 뭘 해도 될 엄마친구아들 양념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볶음밥

 

이어 적당히 남긴 후에 볶음밥으로 물 흐르듯 넘어갔습니다. 양념 덕에 끊기지 않는 이 기분 좋은 리듬. 종이 호일의 모서리를 들었다 놨다 뒤집어 반복해 준 뒤에, 수분을 좀 날려서 바로 한 입. 크, 말이 필요 없습니다. 이날은 곱창을 매운맛으로 요청해 간이 좀 셌으나 그냥 내려놨습니다.

이런데서 정박의 간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아주 그냥 짜부리하게 지지고 볶아 먹는 맛이지.

 

그렇게 옛 시절도 함께 추억하며 즐긴 야채곱창과 볶음밥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엔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요샌 왜 점점 이 동네를 찾는 게 썩 내키진 않는 걸까? 먹고 나와 가만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휑한 골목길을 마주하며 아. 이젠 그 시절의 사람들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인가? 싶었네요.

 

문득 한결 같이 지키고 있어 뭔가 쓸쓸한 기분도 드는 ‘왕십리곱창’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왕십리곱창’

- 영업시간 매일 17:00 ~ 24:00

- 주차는 불가하다.

- 테이블식 구조 (약 5개)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 (남녀 공용, 최근 자물쇠가 고장났나 보다. 포장이 많은 집이긴 하지만 수리가 시급하다.)

- 적절히 수분과 양념이 밴 야채곱창집. 야들야들한 조리 직후의 맛도 좋고, 내내 졸여 먹어도 좋다.

- 너무 되지도 묽지도 않게 부드럽게 술술 들어가는 볶음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칭찬하고픈 점이다. (쉽게 마르지 않는데, 조리 후 돌판에 얹어 먹는 것도 나름의 노하우인 듯)

- 메뉴는 야채곱창과 볶음밥이 끝이다. 주류 주문도 가능.

- 가격이 인상되긴 했으나 그래도 양대비 저렴한 편이라 생각된다.

- 몰랐는데 매운맛도 가능했다. 다만 가미가 많아 나트륨은 폭발할 수 있으니 주의. 그래도 진하고 매운 것이 좋아 이 부분은 감안했다.

- 양념이 좋아 볶음밥까지의 흐름도 좋다. 볶음밥을 놓치지 마시길 적극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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