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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서대문구

(서대문구/북가좌동) 이자카야에 온 건지, 일본 여행을 온 것인지? '심야식당 텐조'의 커리나베와 야키토리, 일본 소주

고독한 먹기행 (81) -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심야식당 텐조' 


들어갈 땐 북가좌동이었는데,

저 문을 열고 나가면 츠텐카쿠가 보이는 오사카 신세카이의 상점가가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선호하는 만남의 장소 중 하나가 이자카야입니다.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도 오늘은 어디에 갈까라는 물음에 '여긴 이자카야 괜찮은 곳 없는 겨?' 라는 자동 답변이 나오고, 지겹지도 않냐는 되물음의 플로우가 자주 나오곤 하는데요. 블로그에서는 처음 등장하는 소재군요.

 

 

개인적으로는 니혼 쇼츄라 불리는 일본 소주가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집입니다. 불광천 안쪽 도로변에 위치한 이자카야. 은평구와 서대문구의 경계쯤 되겠네요. '심야식당 텐조'를 여든한 번째 먹기행의 주인공으로 만나보겠습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심야식당 텐조'. 굉장히 촬영할 거리가 많았던 집이었습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아기자기한 소품들, 일러스트의 메뉴판 등 담고 싶은 것들이 상당했던 집이었죠.

 

 

 

 

그중에서도 딱 일부만 공개하자면 대략 이러한 모습. 참으로 일본스럽더군요.

우선 야키토리를 제공하는 이자카야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카운터석과 함께 테이블, 룸 형태의 공간도 아기자기하게 마련되어 있었는데요. 음, 개인적으로 일본이 익숙한 필자에겐 일본스러운 식당의 정취를 정말 잘 담아냈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마치 뭐랄까, 흡사 들어갈 땐 북가좌동이었는데, 저 문을 열고 나가면 츠텐카쿠가 보이는 오사카 신세카이의 상점가가 나올 것만 같은 기분.

그런데, 일본스러운 건 이뿐만 아니었습니다.

 

 

 

 

글의 용량이 무거워질까 싶어 한 장만 첨부하는 메뉴판. 한 면을 가득 채운 것도 모자라 참으로 아기자기합니다. 메뉴판에 대해서도 꽤나 긴 시간 설명을 곁들여주는 정자세의 FM 직원분 또한 일본스럽더군요.

어, 그런데 눈길을 끈 한 가지가 있었으니. 머릿속에서 '있다.' 라는 한 단어가 콱 박혔습니다. 반갑기도 했습니다. 고구마 쇼츄(일본 소주)가 있었으니 말이죠.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오이타현 벳푸의 홈스테이 시절. 연로한 할아버지와 함께 처음 맛본 감자 쇼츄의 추억이 잔잔하게, 아련하게 머릿속에 깔립니다. 여담으로 손주의 일본 이름의 한자가 필자의 이름과도 동일한 특별한 인연의 집이었는데요.

 

 

 

'심야식당 텐조'에서의 첫 시작. 식빵을 갈아 함께 버무린 것인지 찐득한 옥수수샐러드와 고구마 쇼츄 잔술.

 

감자 소주에 유자 얼음을 희석시켜 잔술을 한 기분. 왜 자꾸 원샷을 하려 하냐며,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이 터진 할아버지의 모습도 기억이 나네요. 순식간에 오사카에서 오이타로. 그리고 필자는 고구마 쇼츄 잔술을 먼저 주문했습니다. 아련한 추억에 젖으며 한 모금. '고독한 미식가'의 쿠스미 선생이 되어보기도 합니다.

 

 

 

 

쇼츄와 함께 주문한 것은 식사를 위한 오사카풍 커리나베와 이자카야 하면 빠질 수 없는 야키토리(닭꼬치)인데요. 역시 쇼츄가 있는 이자카야답게 꼬치구이를 위한 3인방이 대기 중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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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나베는 준수한 맛이었습니다. 식사용으로는 무난한 정도. 은근히 소주 안주로 카레우동 무시하지 못할 녀석이죠.

 

 

 

 

등장한 야키토리 1분대. 아, 아닌 녀석들도 있으니 야키토리로 한 번에 묶으면 실례겠군요. 아마 단품 꼬치로 여러 개를 찝어 주문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이라면 조금 더 바싹 구워졌으면 하는 마음. 그래도 이자카야는 원체 좋아하기에 마음에 듭니다. 이제 저 와사비만 곁들인다면 닭꼬치는 무제한이죠.소금 살짝, 와사비 한소끔에 꼬치를 베어 물면, 기름이 입안을 싸악 맴도는데요. 그때 생맥주로 샥 가셔내주면 끝내주는 리듬이 생겨나죠.

 

 

 

 

그 지원군으로 준비한 녀석들입니다. 오키나와 생맥주와 창란젓.

먼저 오키나와 생맥주까지 가세를 하니, 입안을 기름으로 채웠다가 가셔내기를 반복하는 행복한 작업. 평양냉면을 먹기 전 계속해서 면수로 입안을 헹궈내는 것만큼 행복합니다. 단, 여기 이자카야에선 '크으' 라는 단어가 추가되죠.

더해 저 창란젓 추가. 괜찮더군요. 일본스러움을 더해줍니다. 뭐랄까 음식 자체가 일본스럽다기보단 종지에 담긴 소소한 찬이 안주로 등장하는 것이 말이죠. 오토시스럽기도 하고 말이죠.

 

그렇게 밖을 나가니 다행히 여전히 북가좌동입니다. 너무나도 푹 그 시절의 향수에 빠졌나 봅니다.

오래간만의 단단한 이자카야, '심야식당 텐조'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심야식당 텐조'

- 영업시간 16:00 ~ 새벽 02:00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해 보인다. (가게 앞 갓길로 댄 차들만 조금 있었던 것 같은데, 권장하진 않는다.)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 (가보진 않아 남녀 구분 여부는 모르겠다.)

- 금요일 17:50 기준, 여유롭게 자리 잡은 필자인데 18시가 넘어가자 순식간에 만석과 함께 웨이팅이 발생.

- 사케와 다양한 하이볼보다도 마음에 들었던 건 니혼 쇼츄(일본 소주)의 존재.

- 안주는 전반적으로 무난했으나 쇼츄와 함께 즐기는 내부의 분위기가 치트키다.

-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메뉴판을 꼼꼼히 훑는 재미까지. 직원분들의 설명까지도 일본스러워 흡사 일본 어느 식당에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을 줬던 이자카야.

- 간장, 소금, 시치미 등의 상표 디테일 등, 음식 및 보이는 내부 곳곳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한 단단한 이자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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