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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

(중구/신당동) 풋내나지만 풋풋한 즉석떡볶이, 하이틴 감성의 '아이러브신당동'

고독한 먹기행 (104) - 중구 신당동의 '아이러브신당동'


기분 탓일지. 가게엔 아이, 학생, 아주머니, 어르신 등 모든 연령이 있었는데,

순간 전부 학생 같이 젊어 보였다.


신당동 떡볶이. 서울 출신이 아닌 필자에게도 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던 키워드입니다. 당연히 그땐 행정구역의 신당동 아닌, 그저 떡볶이와 연관된 익숙한 키워드로만 인지하고 있었는데요. 특히나 태양초 고추장 CF 속 며느리도 모른다는 마복림 할머니 또한 신당동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병렬적인 선상에서 인지하고 있었는데. 그만큼 '신당동 떡볶이'란 키워드 자체가 주는 의미. 그저 맛있는 떡볶이의 칭호구나 라고 인지를 하고 있었죠.

 

 

이런 기억도 납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운영 중이시던 구멍가게 진열대에 신당동 떡볶이란 타이틀을 단 인스턴트 떡볶이가 나왔었는데, 드디어 내가 말로만 듣던 신당동 떡볶이라는 것을 먹어보는구나 했던 기억 말이죠.

여하튼 간 실로 어마무시한 파급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옛날 작은 도시의 어린 아이가 가보지도 않고, 제대로 알고 있지도 못한 곳의 대표 음식을 익숙한 키워드로 인지하고 있을 정도니 말입니다. 즉, 전국구의 상호.

 

당연히 오늘 소개할 곳 또한 신당동 떡볶이 타운의 대표적인 집 중 하나인데요. 서울 사람들은 대표적인 집들을 두고 어디가 낫다 아니다 설전을 벌이지 않았을까 싶은데, 전 개인적인 추억이 있으니 이곳입니다. 복합적인 하이틴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테마 떡볶이집이란 말을 쓰고 싶네요.

만나보시죠. 백네 번째 고독한 먹기행의 주인공은 신당동의 '아이러브신당동'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낮이든 밤이든 내내 불을 밝히고 있는 '아이러브신당동'의 모습입니다. 24시간 내내 영업 중인 집인데, 연인의 추억도 그러한 포인트에 포커싱이 꽤나 맞춰져 있었습니다. 일탈의 시기랄지, 젊은 시기랄지 늦은 시각 갈 곳이 없을 때 친구들과 새벽을 달래기 위해 찾았던 곳으로 말이죠.

 

 

 

들어가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단순히 죽치고 앉아 시간을 축낸다기보단, 청춘의 비는 타임을 해소해 줄 수 있는 테마가 이 집엔 있으니 말이죠. 요샌 정말 보기 힘든 DJ가 틀어주는 음악이 있고, 분식뿐만 아니라 커피도 있고, 그에 따른 수다가 즐비한 24시간 감성이라. 정말 누구의 학창시절이든 귀한 안식처가 돼주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단순히 애들만 가득할 것 같은 떡볶이집에 중년의 아저씨, 아주머니, 학생들 너나 할 것 없이 다양한 연령층이 떡볶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너무 세대적인 감상으로만 치우쳤는데, 음식으로 돌아와 앉은 이들이 즐기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즉석떡볶이. 신당동의 대표적인 떡볶이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필자가 이 즉석떡볶이를 처음 접한 것은 중학생 때로 대전의 신당동의 지명을 단 어느 떡볶이집이었는데요. (지금도 있다고 하더군요.) 범벅떡볶이만 익숙했던 필자에게 저 무성의하게 들어간 야채, 사리만 들어가 존재감 없는 떡. 속은 텅텅 빈 야끼 만두, 게다가 이후엔 떡볶이 국물에 밥을 볶는다고? 라는 생소함으로 큰 충격을 안겨줬었죠.

 

 

 

허나 라면사리와 졸여가며 먹는 떡볶이, 이후에 볶음밥까지. 갖고 있던 의문과 불신감은 바로 패배했습니다. 이후에도 어린 시절 학교 인근의 즉석떡볶이가 참 맛있었다 설파를 하고 다녔는데, 웬걸. 성인이 되어 신당동에 와보니 그 원조가 바로 이 집들 아닌가? (그때까지도 즉석 떡볶이의 본 고장인지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음, 맛은 그냥저냥 저에겐 평범한 정도인데, 참 묘한 것이 추억의 맛이 진하다고 할까요? 그런 걸 담고 있는 느낌이에요. 아, 그렇지. 이거, 이 풋내나는 듯한 맛. 풋풋하기도 한 맛. 고추장의 알력이 강하지 않은 순하고 달달한 맛. 라면을 후루룩 먹을 때마다 이 밀가루 향이 코를 찌르는데, 그 시절의 향기입니다.

 

 

 

엄청 대단한 건 없고, 딱 그 시절을 느끼기 위한 맛이에요. 연인도 공감하더군요. 강한 양념의 떡볶이를 선호하는 필자지만, 그래 가끔씩 이러한 즉떡도 참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십시일반 돈을 걷어 이거 한 그릇 먹겠다고 아등바등했던 그 시절도 덕분에 추억했고 말이죠.

 

 

 

자, 마무리로 이 세계에선 빠지면 굉장히 섭할 볶음밥입니다. 예전엔 직접 볶아주셨던 것 같은데, 이젠 셀프로 바뀐 것 같습니다. 그냥이었으면 밋밋했을 떡볶이 달달짭조름한 양념에 김가루와 참기름 훅 둘러주면 본격적인 크로스.

당연히 한창인 시절의 그 맛보단 덜하지만, 마무리 술 한 잔의 안주겸으로도 좋았습니다.

 

 

 

아, 그러네요. 추억의 그곳과 다른 점이라면 이곳은 주류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

참 신당동 모르고 즉석떡볶이 즐기던 그 시절의 풋풋했던 내가, 서울에서 소주 한 잔에 이걸 즐기고 있으니. 진짜 어른이 되어 서울에 있구나. 세월이 흘렀구나. 라는 생각까지 했었네요. 마무리로 보태봅니다. 

 

그래. 단순 추억 아닌, 지난 세월을 느끼게 해준 것으로. '아이러브신당동'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중구 신당동의 '아이러브신당동'

- 영업시간 매일 24시간 영업 / 매달 1, 3번째 월요일 정기휴무

- 주차 가능 (발렛 직원분들이 입구에서 맞이해 주신다. 발렛 비용은 무료였던 것으로 기억.)

- 테이블식 구조 (내부가 상당히 넓고 좌석이 많기 때문에 마복림과 같이 웨이팅은 없다.)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 최근 내부를 새단장한 것 같은데, 지금도 통기타 공연이 있는지는 모르겠구나.

- 단연 대표 메뉴는 밀가루 풋내가 섞인 특유의 순한 고추장 즉석 떡볶이.

- DJ의 신청곡 타임, 무대, 소규모의 카페테리아 등이 뒤섞인 하이틴 복합 공간에 가까운 느낌. 테마 떡볶이집이라 부르고 싶은 이유인데, '아이러브신당동'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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