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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하지 않은 기행

스위스 여행 3일차 - 그린델발트 Grindelwald (1) 융프라우, 노홍철 형님

 

3일차

2박 3일이었지만 정말 짧지 않게 느껴진 루체른이었다. 날씨로 인해 타이트한 일정을 짜두지 않았고, 유유자적 도보로 즐겼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나 보다. 3일차의 일정은 루체른을 떠나 그린델발트로의 이동. 스위스의 메인 코스이자 눈에 덮인 산, 융프라우를 만나기 위한 이동이기도 했다.
앞서 기술하자면 좋은 날씨도 잠깐 만날 수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구름이 많은 기상의 스위스였기에 내내 그렇진 않았다. 직접 가보니 느낀 것이지만 스위스의 구름은 드높은 산들로 인해 쉽게 거치지도 않는다는 것. 그럼에도 손에 꼽힐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으니.
 


바로 인터라켄의 융프라우로 가는 케이블카에서 실로 다이내믹한 만남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 시작부터 남아 있는 사진들로 복기해 보도록 하겠다.
 
 
 

 
출발은 머물던 루체른에서 기차로. 스위스 세이버데이패스를 소지했다면 기차는 마음껏. 인터라켄 오스트(Interaken Ost), 즉 인터라켄 동역으로 향하는 기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인터라켓 동역에서 그린델발트로 가는 열차를 한 번 갈아타야 하는데, 약 2시간 반 정도 이동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 같다.
 
사진은 가는 도중 마주한 룽게른 호수(Lungerersee), 자연호에서 현재는 수량 조절을 위한 인공 호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인공이란 표현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에메랄드 빛의 호수로, 브리엔츠 호수를 만나기 전인데도 그냥 넋이 나갔었다. 이런 건 처음 봤으니깐. 스위스는 기차 안에서도 여러 가지 감흥을 느낄 수 있구나. 패스권이 비싸긴 하지만 눈에 담긴 힘든 광경들을 기차 밖 풍경으로 보기에, 이때 그만한 가치가 있구나 싶었던 것도 같다.
 
 
 

 
이동 시간이 길지만 기차 안에서의 풍경만으로도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감상한 것과도 같은 게 스위스. 같은 유럽이지만 이후 방문한 이탈리아와는 확실히 대조적으로, 대자연이 섞인 스위스의 기차는 이동도 한 편의 여행이 된다. 한국에서 2시간 반이나 기차 안에 있어야 돼? 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었구나.
 
 
 

 

 
그렇게 도착한 인터라켄 오스트역. 그린델발트로 향하는 길목이기에, 환승으로 꼭 거쳐지나가는 곳인 것 같다. 역사가 크지 않았는데도 자연과 어우러진 정취가 멋들어져 사진을 남겨봤다. 건물들이 현대적임, 화려함에 집중된 우리나라와는 다른 차별점이 내내 느껴졌는데, 급성장한 국가이니 그럴 수 있다곤 쳐도 그래도 이런 걸 일상으로 누리고 산다는 게 조금 많이 부러웠다.
 
이쯤 도착하고 나자 확실히 공기가 차고 시원하다란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도 같다. 그렇게 그린델발트로 향하는 열차로 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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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잔잔한 스위스 기차 영화 시작. 장르는 풍경.
잠시간 그렇게 감상했을까? 굽이치는 길들이 보다 많아지고 슬슬 샬레형 가옥들이 밀집된 마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느낌표가 한 번 떴으니. 저 멀리 정상으로 비현실적인 설산을 처음 눈에 담았을 때다. 그린델발트에 진입해 가는 시점이었는데 멀리 보이는 산은 아이거산으로 추정된다. 어린 시절부터 수입 만화를 통해 랄랄라 랄랄라 듣기만 했던 알프스 산맥이 필자의 눈에 다이렉트로 담기는 첫 순간이었다.
 
 
 
 
일부 플랫폼이 공사 중이기에 사진을 해하는 건 아쉽긴 했다.
 
 
 

 
그린델발트역에 도착. 바로 여기서 하차했는데, 그린델발트에서 끊어지는 선로. 당연히 바로 뒤로는 설산이 기다리고 있기에 딱 이곳까지가 선로의 종착지인데. 이곳에서 끊길 수밖에 없는 이유. 뒤를 돌면 답이 나온다.
 
 
 

 

 
지도로 어림잡아 봤을 때 좌측으로 보이는 봉우리는 메텐베르크라는 봉우리 같았다. 우측은 아이거 북벽으로 추정되는데. 실로 엄청나다. 즐겨 찾는 북한산이 귀여운 평지로 느껴질 정도로 쏟아질 듯한 설산의 위용. 이런 거였구나. 제대로 된 스위스 설산을 눈에 담는 벅찬 순간이었다.
 
운이 좋다 해야 할지,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할지. 맑은 날이 언제였냐는 듯 순식간에 큰 구름이 드리운 그린델발트였으니. 도착하자마자 제대로 본 설산 봉우리의 마지막 풍경이기도 했다.
 
 
 

 

 
비현실적인 산을 눈에 담으며 예약을 한 숙소로 향했다.
 
뭐랄까, 그린델발트 역 주변 마을은 정체성이 확실했다. 산악인들을 위한 마을, 산 아래 마을. 도로를 따라 걸으니 아웃도어, 장비를 판매 중인 매장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고, 카페, 식당들도 더러 위치해 있다.
 
 
 

 
숙소로 올라가는 길도 참 좋았으나.
 
 
 

 
오르는 길은 상당히 고되었다. 힘들다. 아무래도 고저가 있는 동네였기에 경사도 급격하게 높아졌는데, 지도 앱에선 도보로 10분의 거리였으나 체감 20분도 느껴지는 정도. 나중엔 거의 캐리어를 밀다시피 올라갔다.
대부분 샬레형의 숙소인데,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풍경을 담을 수 있는 대신, 가격과 이런 고통은 감안해야 한다고.
 
끌고 올라가느라 기진맥진한 상태로 숙소 방문 직후의 사진은 없다. 게다가 당시 숙소는 체크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짐짝들을 사전 보관하기 위한 방문이었기에, 가벼운 체크와 함께 짐들을 개운하게 털어내 버리고.
 
 
 

 
다시 그린델발트역으로 돌아가 융프라우 티켓을 구매했다. 동신항운이란 여행사 사이트에서 출력한 쿠폰 바우처를 제시하면 할인이 적용되는데. 할인 적용가로 인당 120프랑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약 20만 원 돈.
 
경로 선택은 두 가지 가능한데, 케이블카 같은 곤돌라를 동반한 뒤 산악열차를 타느냐, 오로지 기차로만 가느냐다. 필자는 곤돌라를 동반한 티켓으로 구매했다. 곤돌라로 아이거글레처까지 이동한 뒤 산속을 관통하는 기차를 타고 융프라우까지 가는 코스다.
 
 
 

하산하며 촬영한 그린델발트 터미널역으로 이땐 날씨가 흐렸다.

 
티켓을 끊고 도착한 그린델발트 터미널역. (그린델발트와 별개인 역이다.) 이곳에서 사진 속 곤돌라인 아이거 익스프레스를 탑승한다.
 
바로 여기서부터 잊지 못할 에피소드. 어찌 보면 필자의 경솔함이 불러일으킨 해프닝이기도 한데. 그린델발트 터미널역에서 곤돌라를 탑승하기 전. 멀리 보이는 익숙한 실루엣에 심장이 쿵하고 떨어졌다. 다름 아닌 방송인 노홍철 형님이었으니까. 아주 잠시, 정신이 어떻게 되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 아닌 스위스, 그리고 그 스위스에서도 그린델발트, 융프라우를 향하는 곤돌라 앞에서 만났단 사실 말이다. (이땐 한 달 살기라는 것을 하시는 줄 몰랐다.)
 
 
 

 
내내 쨍하지 않은 날씨가 아니었지만 여기서 분위기는 대반전. 필자는 아니지만 연인은 매번 언급하는 손에 꼽는 연예인 중 한 명이었기에, 덩달아 여행 중 인생의 선물을 받는 것도 같은 기분이었다. 필자가 서울을 상경하게 된 계기가 되는 유명인이기도 하다. 여하튼 상세히 기술하진 않았으나, 당시의 호의에 감사의 인사와 함께 실례를 범한 점에 죄송한 말씀을 전하며.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우연히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다시 생각해도 얼떨떨하다.
 
 
 

 
도착한 융프라우. 아이거 익스프레스를 함께 탑승했기에 어떻게 보면 노홍철 형님과 내내 같이 올라가게 된 융프라우다.
 
 
 


그리고 올라간 정상. 분명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밖이 어느 정도 보였던 것 같은데, 순식간에 날씨가 급변했다. 워낙 높은 산이라 그런지 차원이 다른 정상의 날씨.
 
 
 

 
좋지 않았다. 주변이 보이지 않는 수준의 기상 상황이었으니, 취할 사진은 취했으나 아쉬운 건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노홍철이라는 세 글자가 필자의 융프라우엔 포함되어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뵙지 못했다면 아마 값비싼 융프라우는 그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신라면을 먹는 것이었구나. 동신항운 티켓에 포함된 일종의 이벤트다. 정상 식당에서 신라면이 하나씩 제공된다. 때문에 한국인이라면 신라면을 접할 수밖에 없었던 것. 해외의 설산에서 만난 신라면. 맛은 참 좋았으나 듣던 대로 국내 대비 건더기가 실했기에 섭섭하기도 했다.
 
 
 

 
초콜릿도 동신항운에 포함된 선물. 내려오는 기차에서 받았던 것 같다.
 
 
 

 

 
그렇게 하산길. 정상이 급변하듯 내려오니 올라갈 때의 날씨는 어디 가고 먹구름이 좀 껴있었다. 뭐, 그럼에도. 스위스는 스위스, 그린델발트는 그린델발트. 이 곤돌라를 타며 느낀 점이 무어냐면, 고소공포증이 있는 이들도 타보시길 조심스럽게 추천하고 싶을 정도. 지극히 아름다운 아래의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보이기에 높이에 대한 공포도 사라진다. 실제로 고소공포증과 안전과민증이 심한 필자임에도 넋을 놓고 아래를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그린델발트로 돌아와 이제 숙소를 체크인해야 했다. 필자가 잡은 호텔은 안내 팻말에 적힌 알펜호프.
 
 
 

 
바로 사진의 샬레형 숙소였다. 루체른의 경우 감옥을 개조한 호텔이었기에 좀 취약한 편이긴 했었는데, 고생했다는 듯.
 
 
 

 
따뜻한 색감이 맞이해 주는 아이거북벽이 보이는 호텔이다. 여행 중 묵었던 숙소 중에서는 제일 마음에 들었다.
 
 
 

 

 
테라스에서 감상도 해주고, 그린델발트의 쿱마트에서 구매한 완성형 음식들로 루겐브로이와 함께 한 끼 해결. 알펜호프 숙소의 조식은 아래의 글도 참고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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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숙소에서 가볍게 끼니를 때우고 나왔다. 그린델발트 마을 탐방을 위해. 굉장히 구매하고 싶었던 마테호른 락잔. 좋지 않은 기상 상황으로 포기할 가능성이 높은 코스였기에 마음을 꾹 다잡았다.
 
 
 

 
그렇게 직접 걷고 보니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은 그린델발트 역 주변 일대. 경관을 느끼고 상점들을 구매하다 눈에 들어온 곳이 아보카도 바였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때가 약 오후 7시 반의 시간이다.
 
 
 

 
바에서 유로도 같이 감상을 해보고 응원의 열기도 느껴봤다. 관련한 아보카도 바의 상세한 정보는 아래의 글로 참고해 주시면 좋겠다.
 
2024.12.09 - [해외/스위스] - (스위스/그린델발트) 울버린이 앉아있을 것 같은 캐주얼 펍, ‘아보카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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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9시는 되어서야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는 스위스. 멀리 우리의 숙소 알펜호프가 보이고.
 
 
 

 
돌아왔다. 밤의 모습도 아름다운 듯해 사진으로 남겨줬고.
 
 
 

 
스위스 3일차의 글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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