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저녁이었기에 자칫 비행기 출발이 늦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특히나 행선지는 가까운 곳 아닌 내겐 너무 먼 유럽이었으니까 더욱 불안했던 것도 같다. 공항을 향하는 것도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기에 공항용 밴을 불러 탑승, 가까스로 도착한 인천국제공항이었다.
먼저 첫 번째 나라는 스위스였는데, 출발편으로 직항은 없었다. (돌아오는 길은 이탈리아였기에 로마라면 직항 가능) 카타르 도하 공항을 거쳐 공항에서 3시간 정도 대기 후 다시 취리히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 항공은 카타르 항공, 물론 처음이었고, 경유도 처음이다. 유럽도 처음이자 인생 첫 장시간의 여행이니, 그저 모든 게 생소하고 낯설 따름.
설렘과 비슷한 수준의 불안감이 공존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지연 없이 출발했다.
술에 의존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신기하다. 이전보다는 비행기에 대한 공포감이 조금 많이 줄어들었으니까. 평소 고소공포증, 안전과민증이 심한 필자인데도 그만큼 유럽이란 내겐 먼 나라를 향하는 중이란 비현실적인 사실이 최면을 걸어줬나 보다.
비행의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대한한공, 아시아나보다도 나은 환경이었던 카타르 항공이다. 영화도 볼 거리가 더 많은 듯했고 기내도 더욱 쾌적했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신식 비행기 같은 느낌이다.
되려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도 있었는데. 먼저 장거리는 생각보다 버틸만 했고, 잘 맞지 않을 줄 알았던 기내식은 참 잘 들어갔다. 그렇게 먹고 자고 마시고, 먹고 자고 마시고를 내내 반복하다가.
경유국인 카타르가 멀찌감치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인연이 닿을까 싶은 두바이도 보인다. 첫 장거리 여행. 잠들면 깨고 기내식을 먹는 여정. 거의 기내에서 사육을 당하는 느낌도 들 정도.
그렇게 도착한 도하 공항인데 딱 한 끼 보충할 정도로 식당을 한 곳 방문한 정도다. 맛이 좋았던 집은 아니었기에 소개할까 말까 망설여지는 공항의 어느 식당. 그나마 주류가 허용되지 않는 국가라 술을 파는 곳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이곳은 주류가 되어 선택한 게 크다.
그나저나 기내에서도 계속 먹었는데, 참 잘 들어간다. 이상하게 내내 그랬다.
다시 또 탑승 후 취기에 의존을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기서부터 심장이 쿵쿵질을 하기 시작한다. 지금 발 아래가 유럽이라니. 멀리 취리히도 보이고.
내 발 아래 스위스를 두고 있으면 보이게 되는 풍경이다. 한 눈에 봐도 자연이 뒤섞여 있다. 휘파람이 나올 것만 같다.
미리 스위스 세이버데이패스 5일권을 끊어두었기에 스위스의 주요 기차 SBB 기차를 탑승하고, 바로 루체른 역까지 가야했다. 한 번인가 갈아타면 되었던 것 같은데, 기차는 거의 대중교통이자 여행객의 운송수단인 수준이었다. 필자와 같은 첫 뜨내기 여행자라면 패스권 구매는 필수라 보시면 되겠다.
단, 비싸다. 하루 1일권이 15만 원 정도. 6개월 전부터 홈페이지에서 예매가 가능한데 최저가에서 시작했다가 일자가 다가올 수록 그 금액이 점점 상승하는 듯하다. 비교 대상이 트래플 패스인데 비교 당시 극적으로 뭐가 좋고 더욱 싸다 하는 건 느끼지 못해 가장 잘 맞겠다 싶은 세이버데이패스로 2등석 5일권을 끊었다. 자 이제 스위스의 첫 숙박지, 루체른으로!
는 실패.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기차를 탑승해 버렸다. 어차피 1일권 같은 개념이라 다시 다음역에서 내리고 다시 타면 된다지만, 다음역은 40분. 유럽의 첫 쓴맛이다. 그래도 익숙해질 풍경을 눈에 담는 시간 가진 셈 쳤다. 우리와는 너무 다른 풍경들을 눈에 담았고.
다시 심기일전. 집중한 뒤에 이번엔 제대로 탑승. 캐리어를 동반한 짐들이 많았지만 가지고 기차를 탑승함에 있어 전혀 불편함이 없다. 특히나 스위스는 도난의 위험도 적었던 것 같았고, 기차 자체가 워낙 신형인 것 같아 캐리어들을 보관하기도 용이했다. 기차를 타는 순간은 그래서 모두 좋았던 것도 같다.
이게 조금 헷갈리기도 했는데 스위스 사람들을 위한 기차인지 여행객들을 위한 기차인지 헷갈릴 정도.
우중충한 날씨의 루체른 도착. 짐이 너무도 무겁고 많았기에 숙소 먼저 잽싸게 들려 풀어야 했다. 경치를 즐길 여유 없이 첫 번째 숙소로 향했다. 바라바스 루체른이라고 과거 감옥으로 쓰이던 건물을 호텔로 개조했다고 한다.
날씨는 상당히 흐렸던 편임에도 판타지스러운 풍경에 입꼬리만 올라갈 뿐.
그렇게 숙소 체크인 후 짐을 두고 나와.
첫날은 루체른을 스캔하기로. 이미 좀 늦은 시각이었다. 이게 사진으로는 밝아보이지만 약 저녁 7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위스 루체른은 당시 여름을 기준으로 21시는 되어야 해가 졌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라는 카펠교도 한 번 걸어보고. 다리 안의 종교적인 듯한 그림들도 감상을 해봤다.
강임에도 마치 바다 근처에서 머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도보로도 쉽게 해결이 되는 듯한 도시여서도 마음에 들었던 나의 첫 도시, 루체른.
그렇게 첫날은 식사 후 환상적인 도심의 풍경들을 익숙해질 수 있도록 눈에 담으려 노력했다.
루체른 역사의 Coop 쿱 마트에서 장도 보고 맥주도 즐기며, 유럽과의 조심스러운 첫 만남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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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4 - [고독하지 않은 기행] - 스위스 여행 2일차 - 루체른 Luzern (2) 리기산, 빈사의 사자상, 무제크성벽
스위스 여행 2일차 - 루체른 Luzern (2) 리기산, 빈사의 사자상, 무제크성벽
2일차.사실 스위스 출발 전으로 루체른은 큰 기대가 없던 도시이기도 했다. 이때 머무는 내내의 날씨는 모두 비 또는 흐림 예정이었으니 말이다. 때문에 큰 일정을 벌이지 않고 평온한 로이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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