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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편/전북 전주시

(전북/전주시) 초장의 도시에서 초장김밥도 만나다. ‘초장집’

고독한 먹기행 (172) - 전북 전주시 완산구 다가동4가의 ‘전주초장집 막장집 본점’


 

‘전라도 하면 또 초장이지.’ 이 말을 참 여러 번 접했었습니다. 첫 경험이라면 광주식 들깨오리탕의 들깨 초장. 여기까진 극호의 예상 가능한 허용범위였던 것 같네요. 그런데 막상 찾아 만나려니 예상이 불가했던 것이 순대에 초장이요, 나아가 글에서 소개할 김밥에 초장이었습니다. (오징어순대 아닌 피순대의 초장은 영 개인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목포의 포장마차에서도 회를 주문하지 않았음에도 초장통이 떡 하니 놓여있어 의아해했었는데. 이곳 사람들, 초장을 참으로 좋아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이곳 역시 그래서 눈이 갔나 봅니다. 피순대의 초장을 가벼이 경험하고 나와 걷다 보니 ‘초장집’이라 대놓고 초장을 설파하는 집이 있더군요. 찾아가 봤습니다.

 

메뉴는 단출한 편인데, 볶음류 몇 종과 초장 곁들일 돌문어, 아님 참소라숙회에 꼬마 김밥 정도입니다. ‘전주 초장집’에서 시큼한 먹기행을 백일흔두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소개해 보겠습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참으로 묘한 분위기의 외관이었습니다. 벽면에 간판이 한 번 떼어진 흔적이 보이는데, 뭐하던 집이었을까? 그 생각부터 했습니다. 이런 벽면 타일의 집들은 대개 목욕탕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큼직한 창문과 함께 기다란 굴뚝이 없는 걸 보면 아니겠거니 했습니다.

 

그나저나 저층의 건물 위주인 동네라 그럴까요? 이런 동네 골목의 밤하늘은 유독 무겁고 조명은 더욱 빛나는 듯했으니, 그래서 더욱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나 봅니다.

 

 

 

 

뭐, 그래도 공동시설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내부네요. 일요일이라 그런지 한산했고 좌식의 공간도 조촐하게 마련 중이길래 얼씨구나 하고 반갑게 맞이하고 앉았습니다.

 

규모와 유명세 대비해서 무수한 유명인 및 거장의 사인도 보였는데, 이는 영화 행사 때 단체로 우루루 찾은 것이 아닐까 추정되네요. 맞다면 사장님 계 타셨습니다.

 

 

 

 

메뉴는 이런 심플 덕지 스타일. 저녁 두 번째 집이었기에 참소라와 김밥을 제외하면 좀 과한 감이 있었습니다.

 

내부의 모니터로 송출 중인 이곳의 초장 소개 영상, 어차피 타깃은 초장이었고 그 맛만 보면 되니 참소라숙회와 김밥을 주문. 아, 아쉽게도 이곳 역시 전북만의 하이트 소주는 없었습니다. (어느 독자분이 이제 하이트를 생산지 않는 이유를 가볍게 귀띔해 주셔서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주문 후, 잠시간 보이지 않는 주방에서 이것저것 뚝딱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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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소라숙회 김밥, 그리고 초장

 

존재감 있게 큼직한 종지에 담겨 초장 한 상이 등장했습니다. 주객이 전도되었구나. 주무한 메뉴들보다도 눈이 가네요. 기다리는 내내 ‘이 집은 초장이지.’라는 영상을 감상하고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음, 보니 김밥도 살짝 일반적인 꼬마김밥은 아닌 듯한 느낌이네요.

 

 

 

 

뭉뚝뭉뚝하게 만 김밥이었으니 말이죠. 간결한 듯하면서도 매끄럽지 않은 투박한 스타일의 김밥. 들어간 게 햄, 당근 정도인 것도 조금 놀랐습니다.

그런데 조금 신기합니다. 나온 걸 보니 울글불긋한 김밥 속의 기운 탓일지 뭔가, 초장이랑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마치 김밥이 ‘나 쟤랑 제법 잘 어울려.’하고 필자를 설득시키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이 녀석, 이곳의 상징이자 중추적인 핵심 초장인데, 다른가? 음, 육안으로는 분간이 어렵습니다.

 

 

 

 

고민할 필요가 있나요. 김밥 하나 바로 찍먹 개시.

으음, 이거 예상보다 맛있네요. 처음인데 왜 익숙하지? 하고 생각해 보는데, 아 그렇지. 회덮밥이 있지 않나. 햄 들어간 것만 예외로 두면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뭔가 김밥에 초장이란 이 조합은 참 절묘합니다.

 

몇 번을 음미하니 확실히 조금은 그윽하고도 달달한 초장이란 풍미가 확 옵니다. 밥맛도 그렇고 감칠맛이라는 공통점으로 크로스했구나. (소라 삶은 물로 밥을 짓는다고 합니다.)

그래, 초밥의 느낌도 있고 하니, 생각해 보니 색다른 방식의 한국식 초밥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생각보단 은근히 괜찮았던 녀석이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목포의 ‘유달먹거리’에서도 초장에 김밥을 즐겨보는 건데. 김밥은 한두 번은 더 시켰습니다.

 

 

 

 

녀석은 그냥 무난했던 참소라숙회였습니다. 유독 소주에 달달한 소라숙회 한 접시가 당기는 날일 때면 만나기 쉽지 않은 녀석이기도 하죠. 가는 날이 장날인 안주입니다. 뭐 여하튼 간 김밥이 조금 튀어서 그런가 그냥 적당한 술안주 정도로 즐겼습니다.

 

달인 방송에서 감탄을 연발해 대는 은둔의 달인들. 항상 세상 큰일 난 듯 조금액션이 과하다 싶은 생각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그 정도까지 감탄을 연발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독특한 조합이 괜찮았다 정도.

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이색 음식 정도 만난 걸로 만족스러웠던 전주의 마지막 저녁 한 상이었다. 전 그 정도로 정의하고 마무리했네요.

 

초장이 주를 이루는 ‘전주초장집 막장집 본점’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다가동4가의 ‘전주초장집 막장집 본점’

- 영업시간 매일 17:00 ~ 02:00

- 주차는 불가해 보인다.

- 테이블식과 두 테이블 가량의 좌식이 혼재된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 외관만 보면 옛날식 목욕탕스러운 느낌인데, 공용 건물이었던 것 같다. 내부도 그런 걸 보아 실제 그랬을 지도.

- 초장으로 방송을 탄 적이 있는 집으로 직접 제조한 수제 초장을 선보이는 곳이다.

- 때문에 주력 메뉴도 초장을 곁들일 숙회와 김밥으로 구성.

- 그 맛의 궁합은 본문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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