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의 2일차였지만 이날의 밀라노는 숙박을 위해 거들뿐인 도시였다.
바로 베네치아 중점적으로 둘러보고 돌아오는 날이었기 때문. 밀라노 첸트랄레역에서 베네치아의 산타 루치아역까지 기차로 약 2시간 20분 정도기에, 이날은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둘러보고 오기로 했다.
도시 하나로 일주일도 부족하다고 하지만, (특히 로마가 그랬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이탈리아가 아니기에. 필자의 여행 기조는 가급적 짧더라도 많은 걸 담아 오자가 목표였다. 이탈리아 여행 전으로 이런 기조를 정하시는 게 좋겠단 생각이다. 하나만 집중타로 공략할지, 옅게 다양한 것을 볼지 말이다.
모든 유럽 먹기행을 식당으로만 채우진 않았다. 경비도 아낄겸, 그리고 신선하고 좋은 재료가 많다 생각해, 아침 또는 치안이 좋지 않은 저녁은 가급적 차려먹었다. 팜 로컬 마트에서 장을 봐서 가볍게 차린 밀라노의 아침이다.
밀라노 첸트랄레역으로 도착.
이날부터 공식적으로는 처음 이태리 철도를 이용한 것인데, 기차역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정시의 그리고 칼 같고 조용한 분위기의 스위스와는 반대되는 느낌. 훨씬 분주했고, 기다리는 이들. 연착으로 기다리다 지친 이들 등. 아직도 이태리 모든 기차역 플랫폼에서 들리는 안내 멘트가 귀를 때리는 듯하다.
조금 더 지저분하기도 하다. 스위스는 뜨문뜨문 그러했던 것 같고 이탈리아는 거의 모든 역이 그랬던 것 같은데, 야외에 노출된 플랫폼이라면 당연스럽게들 흡연을 하고 재떨이도 구비되어 있다. 비흡연자들에겐 꽤나 곤욕스러울 요소 중 하나다.
여하튼 기억이 맞다면 한 20분 정도 연착이 있었던 것도 같다. 단거리라면 모르지만 이동 시간의 텀이 있고 사전 예약의 건들이 있다면 참으로 마음을 졸이게 하는 것이 복불복 이태리 기차의 연착이다.
이태리 여행을 앞둔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지 않을까 싶은데. (좀 더 쾌적하고, 치안이 잘 갖춰진 듯한 스위스는 어찌 그렇다 치더라도) 짐 보관은 어떻게 하였는지 일거다.
물론 이날은 베네치아로 몸만 향하는 날이라 짐은 없었다. 여행을 위해 번호 자물쇠 2종을 챙기고 스마트폰 목걸이를 챙겼던 필자다. 두 캐리어를 연결할 자물통 하나, 그리고 기차 어딘가에 연결할 자물통 하나를 챙겼는데. 사진과 같이 유로 동전을 넣으면 긴 줄이 나와 그 줄에 자물쇠를 연결하는 임시 장치도 있긴 했으나 여간 사용은 어려웠다.
기차 내 캐리어 보관 공간 등에 연결할 곳이 있다면 연결해 두는 것이 좋겠다. 물론, 이런 정도의 치밀함은 한국 사람들이 유일한 것 같았다. 그래도 여행 중 최악의 추억을 맞이하는 것보단 안전장치가 있는 것이 좋다 생각해, 매번 짐 보관에 심혈을 기울였다. 참고로 스위스, 이태리의 일반적인 상점에서 번호로 된 자물쇠는 구경조차 어려웠고, 파는 곳을 보지도 못했다. 미리 한국에서 구매해 가시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2시간 좀 넘었을까? 도착한 베네치아다.
산타 루치아 도착하기 직전 섬을 이은 바다를 건너는 다리가 인상적이었는데, 아쉽게도 사진을 남기진 못했다. 그럼에도 벅찼다. 어린 시절 베니스의 상인이란 책으로 배우고 말로만 듣던 수상 도시 베니스, 베네치아가 필자의 눈앞에 보이는 순간이었다.
산타 루치아 역에 도착하면 베네치아 중심가로 누구나가 걷게 될 스칼치 다리. 그곳에서의 풍경이다.
그렇게 일단은 중심가 부근으로 사람들을 따라 걸어가며 베네치아란 도시 탐색을 시작. 곳곳으로 수로가 이어져 있다. 직접 걸어본 소감으론 확실히 이 해수와 도시가 맞닿은 풍경은 진귀하고도 아름다운데, 이곳저곳 오가기가 힘들다는 점. 건너편을 하나 가려해도 다리를 찾아야 했고, 제한적으로 구성된 도시라 그런지 좁은 길이 많고 규칙적이지 않아 상당히 복잡했다는 점 등이다.
어느 정도로 복잡하냐면 지도 앱이 위치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였다. 이동하는 내내 방향과 거리감을 잃기 일쑤였던 것 같다. 이런 연유도 있고, 배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 무거운 짐들까지 생각해 보면, 베네치아를 숙소의 거점으로 잡지 않길 잘했다 생각했던 필자와 연인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마주친 카놀리집. 이땐 다음이 또 있을지 불안한 마음에 그냥 냅다 구매를 해버렸다.
관련 내용은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면 좋겠다.
2024.12.14 - [해외/이탈리아] - (이탈리아/베네치아) 카니발 디저트 카놀리와의 인연 ‘파스티체리아 부친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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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먹기행 (203) -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파스티체리아 부친토로’ 유럽 여행의 사진들을 둘러보니 베이커리 위주의 디저트 먹기행과 빵지순례는 현저히 적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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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의 도시답게 진귀한 가면들의 상점도 가득했다.
당시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오픈을 한 가게는 많지 않은 듯했는데, 먼저 행선지로 삼은 곳은 리알토 시장. 그리고 리알토 다리를 건너 하이라이트인 산마르코 광장으로 향할 계획이었다.
곤돌라와 보트가 주 운송수단이라지만 배 멀미가 심한 연인으로 이는 포기해야 했다. 오로지 도보로 이동.
밀라노에서는 쇼핑몰 위주로 찾았었기에 이곳 베네치아에서 제대로 된 이태리의 길거리 상점들을 만날 수가 있었던 것 같다. 밤상치 않아 보이는 살라미와 햄들도 구경했다.
그리고 베네치아답게 마찬가지로 항구를 끼고 있는 시장인 첫 번째 목적지.
리알토 시장에 도착했다. 시장의 상인들은 우리와 닮은 듯하면서도 아치형의 건물에 자리 잡은 시장의 점포들은 참 생소하다. 건물을 이리 써도 되는 것인가? 싶은 이방인의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로 이태리의 건축물은 진심이었다.
보볼레티(Bovoletti) 작은 달팽이. 해산물과 나란히 놓여 있어 으음? 했으나 바다 달팽이란다. 베네치아 지역에서만 쓰이는 방언이자 이곳의 전통 있는 달팽이 요리를 칭하기도 하는가 보다. 그래서인지 만남이 좋았다.
눈으로 봐도 싱싱해 보이는 도미(Orate)와 가리비. 아드리아해의 선물들이다.
아마 우리와 같은 농수산물 시장은 이곳 베네치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바다를 낀 시장은 색달랐다.
아쉽게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리알토 다리. 건너서 마주한 카를로 골도니의 동상이다. 베네치아 출신의 극작가라는데,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한가 보다. 동상엔 DURI I BANCH (물러서지 마) 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찾아보니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대사이자 속담이기도 하고, 베네치아 정신을 담고 있기도 한 대사인가 보다.
한 가지 의외의 장소가 바로 이 백화점, T 폰다코 데이 테데스키 DFS 백화점이다. DFS 백화점으로 쉽게 불리는 듯한데, 이런 풍경의 도시에 백화점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물론,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백화점이라기 보단 브랜드 매장, 편집샵들이 주를 이루는 느낌. 큰 흥미는 없었다.
다시 걷고 걸으니 이건 몇 걸음만 가면 나오는 가면 가게들. 생각해 보니 도시의 색깔은 확실한데, 구경거리가 폭넓진 않다는 게 단점일 수도 있겠다. 중복적인 유사 종류의 가게들이 주였다. 게다가 생각보다 유명 패션 브랜드의 점포들의 비중이 상당했는데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점포들 위주였다고 할까?
그런 부분들은 베네치아란 도시만의 매력을 반감시켰던 것 같기도. 어느 순간은 걸을 때마다 그런 게 반복되는 것도 같아 너무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도시가 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여기서 끝은 아니었으니.
복잡하고 반복적인 골목만을 헤집고 돌아다녔을까? 어느 순간 산마르코 광장에 입성했다.
좁은 길을 거닐다가 갑작스럽게 마주한 개활지에서 살짝 멈칫하게 되었으니. 이런 섬에 웅장함을 감추고 있었을 줄이야. 종탑과 멀리 보이는 산마르코 대성당까지, 만났던 광장들 중에선 제일 인상 깊었던 것 같다.
아직 방문할 곳들이 수두룩인데 이쯤 되니 스위스의 베른 대성당은 애교의 수준이 아닌가? 이쯤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산마르코 광장의 테두리와도 같은 프로쿠라티에, 행정 건물이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선 흔히 보이는 빌딩숲 하나 쉽게 볼 수 없었던 이탈리아. 문명과 시간이 쌓아 올린 자태에 경외감이 들 정도다.
지금까지의 성당들과는 풍기는 분위기가 달랐던 산마르코 대성당 앞으로도 가봤다. 성당보다는 흡사 궁전 같다는 인상 또한 받았었는데, 거의 모든 양식이 뒤섞인 결과물이라고 한다.
바로 올해 예정인 종교행사로 인해 곳곳이 공사나 정비 중인 것은 흠이었으나 필자에겐 그리 중요치 않았다.
두칼레 궁전을 끼고 바다가 트인 곳으로 나갈까 하다가, 너무 더워 음료를 구매하기로 했다.
오로지 음료만. 그리고 여기서 아페롤이란 녀석을 처음 만나게 된다.
산마르코 대성당 앞에서 아페롤 스피리츠를 처음으로 맛보다.
바다 쪽으로 나와 걸었다. 건너편 역시 베네치아로 무언가 또 대단한 게 있는 것 같았지만, 사방팔방이 대단했기에 더 이상의 호기심은 갖지 않기로 했다. 따라 잡기도 힘든 이태리의 건축물들, 따라잡으려다 지쳐버렸다.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도 멀찌감치서만 감상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성당의 모습은 그림으로도 한 장 구매해 지금도 고이 모셔두고 있다. 예술이 가득한 나라에서 그 흔적 하나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상당한 허기가 찾아와 식당으로 가는 길. 특별한 문화재나 유적이 있는 건 아닌데 그 길들이 또 아름다워 사진을 남겨봤다.
이곳에서부터 느꼈던 것도 같다. 우리의 표현으로 참 야장이 많구나 하고 말이다. 다만 무더워 각오는 해야 했다.
가면 가게와 함께 걷다 보면 나오는 카놀리 가게들. 훨씬 괜찮아 보이는 가게들이 많았는데 참을 걸 그랬구나 후회했다.
해산물 파스타를 즐기기 위해 찾은 알 고보 디 리알토. 이곳에서 오징어 먹물 파스타와 봉골레를 즐기게 된다.
상세한 내용은 아래의 글을 참고해 주시면 되겠다.
2024.12.22 - [해외/이탈리아] - (이탈리아/베네치아) 오징어먹물파스타와 봉골레 ‘알 고보 디 리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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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식후 조금 더 골목들을 걷다 보니 어느덧 돌아갈 시간이었다.
다시 스칼치 다리를 건너주고 기차로 돌아와 밀라노로 복귀. 저녁에 맞춰 돌아가기 위해 약 4시 반 정도 까진 산타 루치아 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무더위에 이곳저곳을 걸어 다녔으니 녹초가 되고만 필자다.
여전히 체감한 밀라노 저녁의 분위기. 그리 좋지 않았단 생각이다. 때문에 마찬가지로 마트에서 구매를 해 리조또와 샐러드 등으로 해결. 그리고 아까 산마르코 광장에서 만난 아페롤. 병을 하나 구매해 버렸다. 이때부터 아페롤과 급속도로 친해지기 시작한다.
유럽 6일차, 이탈리아 2일차의 여행도 이렇게 마무리.
하루씩 만났던 밀라노와 베네치아. 그다음 목적지는 조금 더 진득이 머물게 될 피렌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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