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 - 충남 서산시 읍내동의 ‘향원만두’
반숙 만두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만두에도 완숙, 반숙이 있다면 반숙은 이 집이 딱이다.
서산의 여행 중 만난 만둣집입니다. 별 다른 기대 없이 방문했기에, 그 감동이 더 했던 집인데요. 이거 참, 군만두의 경우 인생 만두라 칭할 정도로 예술이었습니다. 흔히 얘기하는 ‘숨은 고수’, ‘숨은 맛집’ 의 수식어. 이 집에 붙이는 것이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네요. 평소 먼 거리까지 원정으로 찾아가는 맛집.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이 집이라면 납득이 갑니다.
티스토리 블로그의 첫 번째 이야기로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향원만두’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생활의 달인’에도 출연한 적이 있나봅니다. 또한 특이한 점으로 사진과 같이 벽면 한켠에 만두 찜기로 추정되는 식기 또한 걸려 있는데요. 정말 조용한 동네 골목 속에 인기 있어 보이는 만둣집이 자리 잡고 있으니, 이거 좀 아리송하긴 합니다. 너무 눈에 띄지 않아 주차 후 얼핏 보고는 운영 중이긴 한 건가? 하고 착각까지 한 필자입니다.
보통 세월을 쌓은 맛집은 집 앞이 요란하기 마련인데, 이 집은 저 덩그러니 걸린 찜기와 명판외에는 그다지 볼 것이 없으니, 이거 제대로 찾아온 건지. 그렇게 조금은 어정쩡한 마음으로 입장해 본 필자입니다. 필자와 함께 들어가 보십시다.
‘향원만두’의 내부입니다. 대개 포장으로만 빠르게 주문 손님을 받고 보내는 만둣집과는 다르게 자리가 많습니다. 메뉴를 보니 왜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탁 트인 형태의 주방엔 빚어진 만두들도 꽤나 많이 보이구요. 오픈한지 얼마 안되었는지 이제 막 분주해진 느낌도 들더군요. 이젠 익숙한 ‘배달의 민족’ 주문 알림도 울립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늘 그렇듯 메뉴판부터 살피는데요. 음, 만두는 요새 물가 치고는 참 저렴하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예전엔 더 저렴했으니 슬프긴 하지만 순응할 수밖에요.)
그렇게 찐만두, 군만두를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앞서 기술한 내부의 자리가 많은 이유. 음식들을 봐도 중식들도 더러 선보이고 있는 집인데요. 화상집의 느낌이 옵니다. 더해 화상집이라면 이따금 신뢰까지 느껴지지요.
가지런한 테이블 위 식기들. 사소하겠지만 필자에겐 이 또한 관찰거리입니다. 즉시 만두장을 제조해 봅시다. (냉면집이 아니다보니 좋아하는 겨자장이 없는 건 아쉽군요.)
자, 그 전에 체크포인트입니다. 만두에 적절히 간이 배어있다 합니다.
기본 찬으로는 김치와 단무지가 함께 등장했구요.
가볍게 장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이제 나오기만 하면 됩니다.
뭐, 여기까지는 꽤나 무난하고, 평범하고, 나른한 그런 이른 점심의 페이스였습니다. 아니, 여행 둘째날 점심의 페이스였다 해둡시다. 그런데 이후 등장한 만두가 분위기와 판도를 밥상머리 엎듯 뒤엎어 버렸으니.
그 첫 번째 주인공. ‘향원만두’의 군만두입니다. 보기에도 만두 사이즈는 크지 않습니다. (흔한 중국집의 넙적한 사이즈의 군만두, 또는 평양냉면의 만두에 비하면 말입니다.)
그런데 무시하지 못할 맛입니다. 아니지, 떠받들어야 할 만두. 흘러나오는 육즙은 뜨거우니 주의가 필요하구요. 그냥 첫입에 감탄이 나와버립니다. 이거 굉장히 맛있습니다.
역시 중식을 다루는 집이다보니 어느 정도 생강 향이 배어있는 그런 중식만두 스타일인데요. 향의 정도는 약해 누구든 거부감없이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자, 그런데 이 맛이 어느 정도냐면. 제 경험으로 빗대어, 연남동의 ‘편의방’, 신사동의 ‘마마수제만두’와 대결을 붙여 볼 수 있었는데요. 가볍게 눌러버립니다. ‘향원만두’의 압승입니다. 이럴 수가 있을 정도. 예정된 챔피언을 누르고 판을 뒤엎어버린 그런 업셋의 게임입니다. 이거 이제 다른 만두는 웬만하면 성에 차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도 한 필자였습니다.
내부의 분위기도(?) 좋습니다. 스피커를 통해 근사한 올드 팝송들이 흘러나오는데, 더해 필자 또한 기쁨의 음표들이 주변으로 춤추더군요. (과장 보태서 말입니다.)
이어 다음 주자로 등판한 찐만두입니다. 개인적으로 군만두만큼은 아니더군요. 하지만 이 녀석 역시 꽤나 내공을 품고 있습니다. 피가 얇고 부드러운 떡 같이도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두 녀석을 접하며 공통적으로 느낀 것이 만두피가 인상적이라는 인상입니다. 군만두는 튀겨져서 겉바속촉의 갖추고 있다면, 찐만두는 피가 입에서 녹아내릴 정도의 부드러움을 갖추고 있더군요. 군만두가 옛 중국의 새신랑이 단단한 갑옷을 입고 나간 병사의 모양새라면, 찐만두는 새신부가 부드러운 예복을 갖추고 있는 느낌. (적절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대개 화상집 만두는 두꺼운 피가 보통인데, 꽤나 의외더군요. 그래서인지 중국 만두, 한국 만두가 맛있게 일대일로 섞였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참, 식당 내 안내처럼 만두소는 간이 어느 정도 되어 있어 간장을 찍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간혹 소의 일부분에서 강한 짠맛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 정도는 감안할만 했습니다. 그래도 훌륭합니다.
아직은 하룻강아지 같은 수준의, 미식가를 꿈꾸는 중의 그런 필자지만 그래도 만두의 장르 안에 '향원만두'라는 또 다른 장르가 있다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정말 앞으로는 웬만한 보통의 만두는 입에 대지도 못하게 생겼습니다.
참,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 가끔 음식과 사람의 이치가 통하는데 겸손해야 하는 이유가 통합니다. 서울에 거주 중이지만 이 만둣집을 알기 전까지는 필자는 그저 우물 안 개구리와도 같습니다.
정말 먼 거리에 위치해 있으나 기회가 닿는다면 꼭 다시 찾고 싶군요. 제가 느끼기엔 그럴만한 집입니다. 인근 여행을 하게 된다면 기회를 만들어서도 말입니다.
서산에 위치한 ‘향원만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충남 서산시 읍내동의 ‘향원만두’
- 영업시간은 전화 문의 필요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수량 한정으로 판매 중이다 보니 운영시간이 들쭉날쭉 한 것으로 추정. 필자는 11시경에 방문.
- 주차장은 없지만, 지방이다 보니 주변 활용이 가능 (필자의 경우 문 닫은 식당 앞으로 주차)
-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테이블식 구조. 매장 내 취식 및 포장도 가능.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여유가 있다면 포장 아닌 매장 내 식사를 강력 추천. (갓 나온 만두의 맛.)
- 최고의 군만두라 칭할 수 있겠다.
- 만두를 대표로 하지만 그 외 중식들도 서비스 중
- 만두의 맛, 더불어 여러 메뉴들을 선보이는 것으로 보아 화상집으로 추정
-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팝송. 만둣집인데 뭔가 절묘하게 어울리고 분위기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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