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99) -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나라비’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명지대 인근의 추억의 음식 편입니다.
그곳에서의 추억의 음식으로 몇 가지를 꼽아 보자면. 인근으로 유명했던 곱창볶음, 그리고 당시에도 지금도 유명한 떡볶이집들. 그리고 바로 이번 글에서 냉우동이란 음식이었습니다. 당시 냉우동, 냉라면 등은 필자에겐 참으로 생소한 소재였기에 매력적이고 중독성 있게 다가오기도 했는데요. 10년은 더 넘은 세월인데 그때와 같이 느껴지는 맛이 여전할까? 라는 궁금증으로 한적한 어느 날의 점심으로 대학가를 찾았었습니다.
현재의 대학생들에겐 이곳이 어떤 이미지일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당시 필자에겐 제육과 찌개 더한 저렴한 백반집들 대비 값이 좀 나가는 일본식 레스토랑의 이미지로, 방문한다고 하면 우와 했던 부러움을 받았던 기억도 어렴풋이 있습니다.
명지대학교 정문 앞 2층에 위치한 일본 가정식 식당, ‘나라비’의 냉우동을 이백아흔아홉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추억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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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래간만이었습니다.
정문 앞 좁은 도로변도 그렇고, 신촌, 홍대로 보내기 위한 버스들이 줄을 지어있는 풍경도 그렇고 말이죠. 지금은 워낙 많이 바뀐 동네이기에 어떨지 모르나, 당시엔 확실히 그랬습니다. 이 구역에선 비싸고 고급진 축에 속하는 음식점이었지요. 다만 아재가 되어가고 나이가 들수록 노는 곳과 쓰는 돈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에 맛에 대한 기준이 상승한다는 점. 과연 그때 그대로일지 기대감을 안고 들어가 봤습니다.
구조는 그대로고, 역시나. 대학생들로 한가득이네요. 아마 험난한 코로나 시기를 관통한 대학생들도 있었을 겁니다. 젊은 척을 하며 필자도 그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착석했습니다. 내부는 그리 바뀌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메뉴판입니다. 필자의 목적은 분명했습니다. 추억의 냉우동과 야끼메시였는데, 음? 아무리 찾아봐도 야끼소바메시가 없는 걸로 보아 사라진 모양이더군요. 냉우동과 한 세트로 즐겼던 녀석이라 궁금했는데, 굉장히 아쉽게 되었습니다.
어쩌지 싶다가 냉우동과 함께 부타카쿠니동을 주문했습니다. (카쿠니, 한자 그대로는 ‘각자’로 각지게 썬 돼지고기 조림, 깍둑 돼지 조림 덮밥입니다.)
기본찬은 셀프. 여기까진 사라진 메뉴만 제외하면 기억과 크게 다르진 않네요. 그저 주문한 냉우동이 마치 오래 전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은 웨이팅 감칠맛을 느끼게 할 뿐.
냉우동
그리고 등장했습니다. 고대하던 냉우동, 생긴 건 내부와 마찬가지로 변함이 없습니다. 잘 생기지 않았나요? 저 한 가득의 느낌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쫀득한 우동면과 얼음이 든 육수에 무순, 오이, 맛살, 계란말이, 토마토가 들어간 구성입니다. 그릇 한쪽으로 겨자가 촥 발라져 있는 것도 변함이 없네요.
거의 모든 것은 변함이 없는데, 변한 것은 나이가 든 필자와 입맛일 뿐. 바람에 흔들리는 건 나뭇가지 아닌, 필자의 마음이라.
이게 참 그렇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모든 감각은 둔해지는데 미각만은 줄곧 성장하는 느낌이랄까요? 과거의 음식은 멋모름과 추억을 동반하기에 다시 찾게 되면 그때와 같지 않음을 종종 느끼곤 합니다. 먹는 건 상시 진행 중이기에 그런 게 아닐까도 생각해 봤습니다.
여하튼 간 조심스럽게 국물부터 슥 맛을 보는데, 음. 간이 굉장히 셉니다. 얼음이 들어있긴 하지만 녹아들기 전까진 굉장히 자극적인 맛. 크, 하고 아릴 정도였습니다. 젊은 세대에겐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의 필자에겐 상당히 과한 편. 확실히 조합적인 면에서는 매력이 있는 음식인데, 간은 조금 더 순화되었으면 좋겠네요.
이 지점에서 다시 또 다른 관점의 생각이 드니, 미각이 성장한 것이 아니라 노화가 온 것이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자극적인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해, 점점 슴슴한 음식을 찾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슬퍼집니다. 그런가, 대학가의 음식은 젊은 대학생들에게만 허용되는 음식인 것인가?
결론적으로 국물의 간이 강하단 느낌으로 예전 같은 감흥은 일지 않았던 냉우동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재료의 조합은 마음에 듭니다.
부타카쿠니동
다음으로 부타카쿠니동. 그 시절에도 있던 녀석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끈적한 조림 덮밥인데요. 음, 냉우동과 마찬가지로 조합은 좋습니다. 파가 더욱 듬뿍 들어갔다면 좋았을 것 같기도 하네요. 다만, 고기의 퀄리티는 좀 아쉬운 느낌. 거친 식감이야 조림이라 감안할 수 있었으나, 좋은 고기란 느낌은 들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어느 한가로운 점심, 대학가에서 추억의 냉우동 한 그릇, 완료입니다.
어렵네요. 그리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진 않았는데, 정말 나이가 들며 입맛이 변한 건지, 성장한 것인지 말이죠. 근거를 찾을 길은 없습니다. 필자 본인은 스스로 변한 것 없이 그대로라 생각하기에 더욱 오리무중이 아닐까도 싶네요.
너무나 변해버린 이 동네를 봐도 그렇고,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지만 그때처럼 술술 넘기지 못하는 음식들도 그렇고. 나름의 정답으로 이제 추억은 구태여 찾지 말고 간직만 해둬야 하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라비의 냉우동을 추억하다 재회한 이야기였습니다.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나라비’
- 영업시간 10:00 ~ 20:30 (브레이크타임 15:00 ~ 17:00)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토요일의 경우 10:00 ~ 15:00
- 주차는 불가하다. (필요시 명지대학교 주차장 이용)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건물 계단에 위치 (남녀 공용)
- 대표 메뉴가 냉우동과 야끼소바메시였던 것 같은데, 야끼소바메시는 사라진 듯했다.
- 명지대생들이 자주 찾는 점심의 일식당. 대학가이긴 하지만 물가 상승의 여파인지 가성비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과거에도 근방에선 비싼 편에 속하는 일식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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