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70) - 경남 통영시 동호동의 '미륵미륵'
통영에서 또 다른 도시를 만났다.
여행 중에 인연이 닿은 맥주 명상 = 행복
통영 여행 마지막 날의 '옛날밥집'도 그렇고, 유독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인상적인 만남들이 튀어나왔던 통영. 이번에 소개할 집도 그러한데요. 밥집은 아니지만 요리부도 상당수 다루고 있는, 굉장히 독특하고 심오한 컨셉의 맥주 펍(pub)입니다. 독특한 이유라면 술집에서(?) 명상과 수련의 기운을 북돋아 주고 있기 때문인데.
사장님이 불자(佛子)이신 걸까요? 한 건물에서 맥줏집과 호스텔을 겸하고 있는 집. 분명 서울에 있었다면 상당한 인기를 끌었을 듯한데, 느닷없이 통영에서, 저녁 맥주를 위해 숙소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명상으로 대동단결, 벌써 일흔 번째 먹기행이네요. 통영에 위치한 '미륵미륵'을 만나보도록 하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도착한 건물 외관입니다. 창문이 적어 그런지, 내부는 베일에 쌓인 듯한 느낌. 지금 생각해 보면 MCU에서 등장할 법한 사원에 들어가는 느낌도 들었었는데, 살짝 멈칫했던 것도 기억합니다. 이 무슨 컨셉의 맥줏집이란 말인가? BEER HOSTEL, 알 수 없는 로고로(명상 자세 중인 부처님 같습니다.) 인해 미스터리 서클 같은 느낌도 들었고 말이죠.
이야, 그런데 들어가 보니 웬 걸. 아늑하면서도 신묘한 분위기가 펼쳐집니다. 이곳은 어디인가?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한적한 통영 시내와는 너무나도 상반된 세련된 대비. 불과 10분 전 곰장어두루치기를 만났던 터라 더욱 그랬나 봅니다.
그런데 이거 경건해 지기도 합니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기운, 타국의 사원 같기도 한 느낌 때문에 말이죠. 잘은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세련되게 더 섞인 것 같기도 한데요. 표현이 참 어렵네요. 허나 이런 종교적인 색채 속에서도 아이러니하게 맥주는 추구하고 있었으니.
들어보신 적이 있을지요? '맥주 명상'을 설파하고 있는 '미륵미륵'입니다. 그래, 이런 게 진정한 콜라보지. 조합이 참 신선하니 좋습니다. 깨달음을 상징하는 종교, 욕구의 상징 술. 서로 기피할 것 같은, 해야만 할 것 같은 두 가지가 이 은밀한 공간에선 하나로 결합되었습니다.
일타쌍피의 컨셉. 필자도 글이 어디로 튀는지 모르겠군요. 그렇게 명상과 맥주의 묘미를 느끼기로 결심했습니다. 아, 음식 블로거의 본분도 있지 않고 말이죠.
주문한 결과는 뭐, 대성공입니다. 돈카츠바질덮밥과 함께 생맥주를 주문한 필자인데요. 음식과 안주의 경계가 보호하긴 하지만 유사 집들 대비 퀄리티도 상당합니다. 밥에서 물씬 배어 나오는 바질향. 바질밥은 처음이었는데, 이거 참 매력적이더군요. 촉촉하면서도 잘게 바삭한 돈카츠도 일반 맥줏집보단 한 수 위. 이런 류의 음식은 접한 경험이 적은데, 좋았습니다. 소스 맛이 조금 더 진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말이죠.
메뉴판도 살짝 집고 넘어가겠습니다. 이건 술을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정보인데, 뻔뻔한 / 후끈한 낫맥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not의 뜻이겠죠?) 무알콜 수제 맥주까지 있으니 말이죠.
더불어 식사, 안주류의 경우 범위가 꽤나 넓지만, 깔끔한 분위기 및 잘 꾸려진 듯한 내부의 모습에 신뢰가 갔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나저나 참, 형용할 말들도 많고, 담아낼 사진도 많아 글로도 정리가 잘 되지 않는 곳. 은은한 아지트의 분위기에서 맥주 명상을 추구하는 집. 이런 컨셉의 집을 통영에서 만날 줄이야.
촬영해 둔 사진이야 훨씬 많지만, 여기까지만 첨부하려 합니다. 내부 분위기에 정말 푹 빠져있던 터라 이거, 자칫하면 음식과 주객이 전도될 수도 있을 것 같으니 말이죠.
문 하나 여니 통영에서 또 다른 소도시를 만난 것만 같은 기분. 비슷한 경험이 있긴 한데, 바로 문을 열고 나가면 통영 아닌 세련된 도심이 펼쳐질 것만 같았던 곳.
맥주 명상으로 대동단결, 통영의 '미륵미륵'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경남 통영시 동호동의 '미륵미륵'
- 영업시간 17:00 ~ 24:0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가게 주변으로 2~3대 정도 가능
- 테이블식 구조 (바테이블도 구비)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명상과 어울리는 고요하고 청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굉장히 깔끔한 편이다.)
- 불교와 명상 컨셉이 뒤섞인 독특한 맥주펍 (다만, 국내 불교라기보단 본토풍에 가깝다.)
- 일반적인 맥주펍보단 상당히 깊이 있는 식사, 안주류. 무알콜 맥주도 정성스럽게 수제 맥주로 제공 중.
- 건물에서 호스텔도 겸해 운영 중인 듯한데, 통영 여행 시 거점으로 삼기에도 좋겠다.
- 내부 곳곳에서 느껴지는 주인장의 정성. 음식, 소품, 화장실, 곳곳이 정갈하고 손길이 닿아있는 느낌.
- 스크린을 통해 종교적인 오묘한 영상과 함께 고요한 음악 감상도 가능.
- 통영 여행 중 2차의 장소로는 적극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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