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46) - 경남 사천시 선구동의 '충무김밥'
남해에서 감성에 취해 즐겨보니, 앞으론 서울 또는 충무 외지에서 녀석을 접하진 못할 것 같다.
날씨와 눈치싸움 끝에 출발한 남도 여행이었습니다. 남해만의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타며 곳곳의 먹기행도 동반할 수 있었는데요. 사천을 목적지로 삼아 도착한 점심, 가장 먼저 찾은 것은 통영 아닌 사천의 어느 충무김밥집입니다. 여태껏 본 고장에서 접해보진 못하고, 서울 도처의 어느 곳에서 맛보았다가 실망했던 음식 중 하나인데. 단출하게 생긴 녀석이 가격 또한 비싸 이래저래 말이 많은 녀석이기도 하죠.
뭐 가벼운 점심거리론 딱히 녀석밖에 떠오르지 않아, 고민 없이 방문한 필자였습니다. 마흔여섯 번째 먹기행의 이야기, 사천의 '삼천포항' 인근에 위치한 24시 '충무김밥'이란 집입니다. 만나보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먼저 김밥집을 찾기 전, 필자는 '삼천포용궁수산시장' 근처로 주차를 했습니다. 그나저나 '삼천포항', 그 규모가 어마무시하더군요. 이렇게 많은 고기잡이배들이 정박해 있는 것은 또 처음 보기에, 인상 깊어 사진으로도 남겨봤습니다. 활어회센터에서 횟감을 포장해 갈까도 싶었는데, 생각보다 센터의 크기는 크진 않더군요.
여담으로 자주 쓰이는 표현인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의 '삼천포'가 바로 이곳입니다. 폐지된 행정구역으로 과거엔 삼천포시였던 '삼천포'. 그 표현의 유래는 열차, 귀양길, 뱃길 등 여러 가지 설들이 난무하기도 하죠.
그렇게 '삼천포항'의 정취를 느끼다가 도보로 찾아갔습니다. 5분 정도 되는 거리에 위치해 있더군요. 보니 이 외진 곳에 있는 김밥집, '생활의 달인'에도 출연한 이력이 있나 봅니다. 내부는 식사도 가능해 보이는데, 꽤나 소박해 보이는 구조였습니다. 바로 먹으면 더 맛있다는 주인장의 말씀에 살짝 혹했으나, 남해의 바다를 만끽하며 즐길 일정을 포기할 수 없어, 포장을 감행한 필자입니다.
바로 이렇게 말이죠. 근사하지 않나요? 남해의 '항도몽돌해변'의 이름 모를 벤치에 앉아 녀석을 개봉한 필자입니다. 조약돌의 해변과 충무김밥. 뭔가 시원하면서도 뜨거운 조합입니다. 적절한 여행의 신호탄이기도 해요. 딱 이때부터, 여행을 왔구나라는 감성이 뇌를 스멀스멀 감싸기 시작하더군요.
참 바다만큼 근사한 조미료는 없다는 생각도 한 필자입니다. 제주의 은갈치김밥도 그랬고, 한치회도 그러했지요.
육안으로 봤을 때 서울 도처의 충무김밥과 큰 차이는 없었는데요.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해 봤습니다. 음, 확실한 건 지금까지 먹었던 충무김밥 중에선 제일 맛있네요. 먼저 밥이 확실히 좋습니다. 밥내가 입안을 채워준다 해야 할까요? 갓 지은 밥의 그런 향일지, 씹으니 그게 입안을 맴돌더군요.
무엇보다도 김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제가 느끼기엔 해조류 향, 그런 미역 비슷한 향이 좀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먹는 와중에 숨을 들이켜니 비릿한 맛이 확 돌더라구요. (나쁜 뜻이 아닌 입맛 도는 좋은 향으로 말입니다.)
오징어어묵볶음과 적절히 익은 섞박지까지 곁들여주니, 이거 맛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더해 바다 풍경이라는 조미료까지. 충무김밥 녀석에게 첫 신호탄의 임무를 부여하길 잘한 느낌입니다. 정말 좋네요.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맛이 배가 되니 바다 인접한 여행이라면, 꼭 포장을 통해 이 근사한 콜라보를 즐겨보시라 말입니다.
사진의 풍경이 워낙 좋으니 글을 더 보태지 않아도 되겠네요.
24시간 '충무김밥'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경남 사천시 선구동의 24시 '충무김밥'
- 영업시간 24시간 영업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인근 '삼천포용궁수산시장' 주차장에 주차를 권장. 25분 정도 머물렀는데 기본 제공 시간 때문인지, 요금은 단돈 500원.)
- 테이블식 구조 (매장 내 취식도 가능)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로 추정
- 포장도 가능 (필자의 경우 포장으로 남해군의 몽돌해변에서 취식)
- 먹었던 충무김밥 중에선 가장 맛있다고 할 수 있겠다.
- 오징어어묵볶음과 섞박지도 좋았으나, 쌀밥과 김에 공을 들인 느낌. 씹을 때 밥의 향이 강하게 퍼지고, 기분 좋은 해조류의 향도 입안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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