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67) -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2가의 ‘현대옥’
무수한 텍스트, 필자와도 많이 닮았구나 했더니 같은 현 씨였구나.
콩나물국밥을 향한 그 애정만큼은 인정이다.
전주의 남부시장 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키워드가 피순대, 그리고 본 글에서 소개할 콩나물국밥입니다.
‘삼백집’, ‘왱이콩나물국밥’ (왱이는 왕을 뜻하는 방언입니다.) 그 외의 국밥 강자들과 함께 전주시를 지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래서 마찬가지로 현지에서 꼭 한 번은 접하고 싶은 음식 중 하나로 남아있었습니다.
그 무수한 집들 중 필자의 선택은 전국 각지에서 만나보실 수 있는 보급화된 유명 콩나물국밥집, ‘현대옥’. 남부시장식으로 토렴이 되어 나오는 콩나물국밥집이죠. 느끼기에 콩나물국밥 대중화에도 앞장선 장본인이 아닐까도 싶은데요.
필자의 수란과 김가루 조합의 콩나물국밥과의 첫 만남도 서울 현대옥의 어느 지점에서였습니다. 백예순일곱 번째 이야기로 ‘현대옥 전주본점’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현대옥’의 독특한 리얼 콩나물 아이스크림과 간판부터 선 소개 후 시작합니다.
도착한 ‘현대옥 본점’의 모습인데요. 실로 건물부터가 이 집의 위용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앞서 띄운 콩나물 아이스크림은 애교일 뿐 콩나물 박물관까지 있었으니까요. 평소 가볍게만 여겼던 콩나물인데 이곳 전주에선 전주 이씨와 다름이 없는 대우입니다.
주차는 사진과 같이 전용 주차장이 몇 구획 있고 안내 직원분이 계시기에 어렵지 않음을 참고하시면 좋겠구요.
사진으로만 접하던 그 우람한 입구로 입장했습니다.
내부의 열기가 사진에 다 담기진 않네요. 참으로 박작박작했던 내부입니다. 이게 고깃국 아닌 콩나물국의 열기라니. 익히 알고 있었지만서도 참으로 어색하기 그지 없습니다.
입구에선 ‘현대옥’의 역사와 기원도 확인할 수가 있었는데요. 아마, 이때부터였을 겁니다. 부지런하게 프랜차이즈로 앞장 선 ‘현대옥’의 텍스트 쓰나미가 시작되었는데, 필자의 블로그와도 닮았구나 싶었습니다.
창가 자리에 착석 후 보이는 빼곡하게 채워진 가맹점들. 눈이 아팠습니다.
콩나물국밥을 맛있게 즐기는 방법과 함께 ‘현대옥’만의 비기도 설파 중입니다. 실로 무수한 정보들이 난무했던 이곳이었는데요.
메뉴판이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거 콩나물국밥집이 맞는 것인가? 이쯤 되니 웃음이 턱 하니 나오더군요.
시장에서 시작해 다음 대로 넘어가면서 확장을 위해 얼마나 부단히 노력했을는지, 그 모습이 느껴지기도 하구요. 괜히 콩나물 박물관과 아이스크림이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전주 아닌, 전국을 지배하려는 야심만만 콩나물국밥집이었네요. 그래, 그 온갖 텍스트들 응수해 주겠다 하며 토렴응용식 콩나물국밥과 맑은탕식을 주문했습니다.
거기에 들어오자마자 저마다의 테이블에서 눈에 띄는 오징어튀김도 추가했구요.
기본 찬입니다. 예상이 되는 콩나물국밥의 기본 찬이죠. 여긴 장조림은 없었는데, 1인 1찬으로 담긴 모양새가 굉장히 애교스러웠습니다.
오징어튀김 맛보기
그리고 내내 눈이 갔던 오징어튀김이 먼저 나와주었습니다. 맛보기라기엔 한 접시와 큰 차이가 없는 가격이었는데, 그 크기가 꽤나 실속이 있어 나쁘진 않았습니다. 먹어 보는데 준수하고 깔끔한 맛이었고 말이죠. 동네 분식집보단 확실히 퀄리티가 있습니다.
그나저나 콩나물국밥에 오징어튀김이라니, 공통분모가 있긴 하지만 튀김과 국밥을 같이 시켜보긴 또 처음이네요.
전주남부시장식(토렴응용식) 콩나물국밥
맑은탕식 콩나물국밥
이어 국밥이 차례로 나와줬습니다. 둘다 토렴식으로 나왔는데 바로 한 숟갈을 하니, 음. 이 뭐랄까 예상했던 기대치보단 살짝 아쉬운 맛입니다.
먼저 내용물의 밸런스인데 토렴식이라 그런지 콩나물의 숨이 죽어 국물의 비중이 상당히 높더군요.
게다가 이때 으음? 하고 놀랐던 점이라면 이곳은 쫑쫑 오징어가 기본으로 들어가 있지 않다는 점이였습니다.
빼곡한 주문서 사이에서 보지 못하고 놓쳐버린 오징어사리. 이곳은 추가를 해야 합니다.
익숙하게 즐기는 콩나물국밥 스타일에서 오징어가 없는 건 말이 안됩니다. 바로 긴급 처방을 위해 주문했으나 음. 원래 그런 것 같은데 따로 삶아둬서 그런지 식감만 보완될 뿐, 뭔가 큰 작용은 하지 못했습니다.
시작부터 국물이 속을 시원하게 탁 치는 게 부족한 느낌이라 투입한 이유도 있었는데요. 삶아진 오징어라 무리네요. 국물이 미적한 토렴응용식, 아쉽게도 필자와는 미스매치였습니다.
그렇게 먹으며 다시금 떠올리게 된 은평구의 ‘넷길이콩나물국밥’. 수란에 넣는 푸진 김가루며 아작한 콩나물과 쫑쫑 오징어로 끓여진 국물로 속이 뻥하니 뚫리는, 그 시원한 콩나물국밥에 많이 길들여졌나 봅니다.
뭔가 그곳이 속풀이 진정제였다면, 이곳은 술안주 국밥의 느낌이었습니다. 넷길이 은근한 강자였구나 느꼈네요.
아쉽지만 잘 꾸며진 프랜차이즈와도 같이 이곳은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굉장히 심플하다란 느낌을 더욱 받았던 필자입니다. 그렇게 토렴으로 숨이 죽은 듯 기대치는 살짝 꺼진 무난했던 점심 식사였습니다.
그래, ‘현대옥’을 처음 만났던 때도 오래전 이른 나이 때였으니, 그때의 추억으로 기대치가 너무 컸나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식당을 나서는 찰나.
음? 정면으로 보이는 콩나물 아이스크림. ‘풍년제과’의 제품과 콜라보로 콩나물 아이스크림까지 선보이고 있는 ‘현대옥’이었습니다. 당최 예측이 가지 않는 그 맛. 이거 또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않은가?
콩나물 아이스크림
장거리 운전을 앞둔 터라 디저트로 제일 작은 걸 주문해 봤습니다. 정말 콩나물 맛이 난다는 건가?
실로 그러했습니다. 우유크림 사이로 쌀눈처럼 보이는 콩나물 콩이 갈려진 흔적 보이시나요? 바로 한 입을 떠보았는데, 정말 느껴졌습니다. 콩나물 특유의 삐릿한 맛과 잘게 아작한 그 식감이 말이죠. 특유의 고소한 맛도 느껴지는데 확실히 좋은 우유를 써서 그런지 아이스크림만의 맛은 좋습니다.
다만 콩나물과 극상의 하모니는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이런 것도 있을 줄은 몰랐네요.
이쯤 되니 그래. 콩나물을 향한 ‘현대옥’만의 애정과 시도는 엄청나다. 그리고 인정이다. 입장 시 한 번, 그리고 퇴장 시 다시금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전주에서 한 끼와 디저트를 완료하고 시동을 걸었습니다.
기대치보단 아쉬움은 강했던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담을 거리가 즐비했던 ‘현대옥’. 그 부지런함을 확인할 수도 있었고 어찌 전국구로까지 뻗어 나갔는지 면모도 몸소 느낄 수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무쳐지거나 더해지기나 했지, 콩나물 본인 또한 이런 대접을 받을 줄 알았을까요? 박물관이나 들러볼 걸 그랬나 봅니다. 그 애정만큼은 진정으로 인정이었으니까요.
글도 마무리. 전주 콩나물에 대한, 아니 콩나물국밥 유명 집 중 하나인 ‘현대옥 전주본점’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2가의 ‘현대옥 전주본점’
- 영업시간 24시간 연중무휴
- 몇 구획의 큼직한 전용 주차장과 안내 직원분으로 여유롭게 주차가 가능하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 수많은 전국 각지의 점포들로 명실공히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의 대중화를 이끌어 낸 전주의 유명 콩나물국밥집.
- 토렴식으로 곁들이기 위한 김과 수란이 제공된다.
- 다만 기본 콩나물국밥의 오징어는 사리로 추가를 해야 했다.
- 유명 체인을 두고 있는 집답게 굉장히 상업적인 면모도 엿볼 수 있었는데, 오징어튀김에 이어 콩나물 아이스크림까지 매장 앞에서 판매 중이었다. (심지어 콩나물 박물관도 운영 중)
- 콩나물국밥 장사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부단히 노력 중인 집은 맞는 듯.
- 다만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던 필자인데, 뭐랄까 토렴으로 인해 특유의 시원하게 속을 탁 치고 뻥 뚫리는 그런 맛이 약했다. 국물이 많아서인지 토렴으로 인해 숨이 죽은 콩나물도 그리 좋진 않더라.
- 원래 이랬는가 모르겠지만 사리로 따로 노는 오징어도 존재감이 미미했으니. 보다 젊었을 때라 그런진 모르지만 당시 만났던 서울의 ‘현대옥’보다도 임팩트가 약했던 편.
- 식후 콩나물 아이스크림도 도전한 필자인데, 후기는 본문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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