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51) - 은평구 역촌동의 ‘운남덮밥’
간만에 제대로 된 가성비 중식당이었다.
여행을 다녀온 기분까지 느끼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최근 동네에서 눈여겨보고 있던 중식당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동안 왜 가보지 않았지? 싶을 정도로 다루는 메뉴들이 다양하고 깊이가 있어 벼르고 있었던 곳이지요. 그러던 중 연휴를 기점으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이 미식의 향기가 나는 곳을 한 번 찾아가 봤습니다.
만나러 가는 길로 메뉴를 살피는데, 다양한 종류의 육슬덮밥부터 안주로 삼을만한 볶음, 우육면에 훈둔탕까지. 메뉴를 정하기도 힘들 지경이더군요. 이제야 만나게 된 유니크한 우리 동네 중식 본토의 맛. ‘운남덮밥’이 이번 백쉰한 번째 고독한 먹기행의 주인공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도대체 왜 여태껏 찾지 않았지? 자주 걸었던 길이기도 함과 동시에 종종 찾는 집들이 바로 근처인지라 스스로 의아해했습니다. 중국 운남 지역을 근간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는 ‘운남(雲南)식당’입니다.
이 도로변 주변으로는 꽤나 괜찮은 집들이 포진되어 있는데요. 제주에서 상륙한 ‘모이세해장국’, 앞으로 집필 예정인 ‘회먹자’, ‘먹쇠등갈비막창구이’까지. 지하철역 인근이었다면 끗발 좀 날렸을 집들이 몇 곳 위치해 있습니다.
허나 역과는 애매한 위치의 접근성으로 그리 붐비진 않는 집들이죠. 즉 동네 사람들에게만 특권이 되는 동네 특권형 맛집들 되겠습니다. ‘운남식당’ 또한 그러했습니다.
내부로 입장해 보겠습니다. 적당한 자릿수를 갖춘 중식당의 모습인데요. 역시나,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지도가 있는 것을 보니 화상집인가 봅니다. 사전에 숱한 메뉴들을 보자마자 대충 그러겠거거니 했습니다.
그 메뉴들입니다. 벽면을 큼직하게 차지한 강렬한 색상과 요리부에 살짝 압권이 된 필자였습니다.
이 정도 가짓수를 다루기 쉽진 않으나, 뭔가 중식은 항상 소화가 가능하지요. 실제로는 메뉴판보다도(?) 더 많은 메뉴를 제공할 수 있는 독특한 곳인데요. 중심이 되는 다양한 덮밥부터 안주, 요리류까지. 진한 미식의 향기가 코를 간지럽히고 알 수 없는 신뢰감이 몸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줍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메뉴판에 모든 메뉴를 담진 못했다고 합니다. ‘지도 앱’의 메뉴보단 표현이 조금 쉽고 가짓수도 적은 편이라는데요. 사장님께서 이르시길, 손님들이 알기 쉽게 메뉴판은 원 표기와는 조금 다르게 했다고 하더군요. 예로 덮밥의 ‘육슬(채 썬 고기)’은 메뉴판엔 고기로 표현한 것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모두 담기가 어려워 앱으로 보면 보다 메뉴가 많다고 하십니다. 재미나더군요.
거대한 메뉴판을 보고 나니, 오래간만에 반주라는 무기를 장착하기로 결심.
가지육슬, 홍소육덮밥 그리고 뜨끈한 국물을 위한 중국식 만둣국, 훈둔을 추가로 주문한 필자였습니다.
가지육슬(고기)덮밥
먼저 등장한 ‘운남덮밥’의 가지육슬(고기)덮밥입니다. 향이 매우 좋았습니다. 특히나 볶아진 정도가 아주 적당해 야채들도 식감이 아작아작. 참을 수 없어 다음 메뉴가 나오기 전으로 고기와 야채를 집어 음미해 보는데, 으음. 미소가 절로 나오네요.
한국인에게도 거부감이 적을 사천식의 간과 풍미입니다. (이곳은 본토의 요리를 살짝 한국 맞춤으로 적절히 개량한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중식에서 빠질 수 없는 가지. 필자도 참 좋아하는데요. 빠삭하고 쫀득한 찹쌀 반죽 코팅. 그 속에서 녹는 가지 참으로 훌륭하네요. 필시 이 집은 꿔바로우도 괜찮겠구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홍소육덮밥
다음은 연인이 선택한 홍소육덮밥입니다. 동파육의 사촌 격 되는 녀석은 필자도 처음이었는데 몇 숟갈 맛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맛은 꽤나 비슷한데요. 이곳의 경우 주홍빛이 보다 강하고 단맛은 조금 덜하단 정도? 매콤함도 조금 있고, 녀석 대비 걸쭉함과 부드러움이 진해 족발 덮밥과 비슷하다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저 같은 것인데 소동파로 인해 나뉘었다는 말도 있으나, 이는 다른 곳에서 또 비교를 해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가성비에 맛까지 좋아 이 가격에 이래도 되나? 라고 감탄을 터뜨리던 중.
훈둔(중국식 만둣국)
고수의 향이 아른거리는 훈둔이 그래, 이래도 되는 집이야. 라고 말뚝을 박아주네요.
연휴의 점심, 느닷없이 아니 자연스럽게 진한 낮술의 가락이 잡혔습니다.
중국식 만둣국으로 이해하시면 될 훈둔. 고수의 향으로 베트남 쌀국수의 육수와도 흡사한데요. 뭐랄까, 이 녀석은 중국의 향신료인 무언가가 더 가미된 듯한 느낌입니다. 7천 원의 가격이었는데, 속을 뎁히는 술안주로는 참으로 훌륭하네요.
그렇게 우리 동네에서 만난 중국 본토의 맛은 참으로 성공적. 마마수제만두 이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멀고도 멀었습니다. 이 동네 하나도 섭렵하기 힘드니 말이죠. 그만큼 끝이 없는 미식의 세계.
글을 좀 거나하게 마무리하자니 아직은 모르는 것도 많고, 궁금한 점이 태산인 집입니다.
이번엔 점심으로 찾았기에 이 정도였으나 다음엔 조금 더 심도 있는 녀석들을 만나보는 것으로 기약하며, 은평구 역촌동에 위치한 중식당 ‘운남덮밥’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은평구 역촌동의 ‘운남(雲南)덮밥’
- 영업시간 매일 11:00 ~ 23:00
- 주차 가능 (가게 앞으로 3대 정도 가능해 보인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외부로 추정 (남녀 구분은 가보지 않아 모르겠다.)
- 다양한 종류의 덮밥을 중심으로 상당수의 본토 중식을 선보이는 곳. (한국인 입맛에 맛게 조금은 개량된 듯하다. 그리 강하지도 않고 적당한 간에 익숙한 맛도 느껴진다.)
- 양꼬치집보다도 더욱 깊이감 있는 메뉴들이 다수 포진.
- 가성비도 상당해 저녁 중식 안주에 술 한 잔으로도 최적의 집일 듯.
- 유일한 단점이라면 접근성으로 역세권이 아니란 점. 근방으로 맛집들이 꽤 있는 편인데 붐비진 않는다. 동네인들에게 특권이 되는 맛집이라 하겠다.
- 맛있다. 최근 만난 집들 중에선 가장 빼어났던 집.
-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이라면 왜 이제 알게 된 것인가 하는 점. 앞으로 자주 찾을 듯하다.
고독한 먹기행의 중식당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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