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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

(중구/주교동) 깊이감 있는 육향 평양냉면의 대명사, '우래옥(又來屋)'

고독한 먹기행 (137) - 중구 주교동의 '우래옥' 


진하고 그윽한 육향도 좋지만,

역시나 필자는 어쩔 수 없는 고춧가루와 제육 반이로구나!


우래옥(又來屋), 한자 그대로 또 한번 오게 될 집이란 의미인데요. 필자 역시 다시 한 번 이 집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 집에 대한 첫 기억은 몇 해 전인데요. 평양냉면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할 무렵, '이제부터 난 평양냉면이다.' 라는 강렬한 고정 각인을 콱 새겨준 집이기도 합니다.

 

 

워낙 유명한 곳이기에 많은 표현은 구차하겠습니다. 평양냉면 맛집으로 단연 손에 꼽히는 곳. 진한 육향을 품은 평양냉면의 대명사인 '우래옥'을 백서른일곱 번째 고독한 먹기행을 통해 만나보도록 하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단순히 냉면의 계절이 찾아와서인지, 입소문의 시대를 맞이한 때여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시 찾은 '우래옥'의 웨이팅은 실로 경악할 수준이더군요. 과거와 다르게 테이블링의 웨이팅 시스템을 제공 중인데요. 필자 앞의 대기인원은 183팀이었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예약 후 맞춰 찾아가거나 했겠으나 이날은 단순하게 이곳 냉면이 간절해 냉큼 찾아버렸으니 아뿔싸입니다.

아는 이들은 웃으며 제 시각에 입장을, 몰랐던 이들은 필자와 같은 패자의 심경으로 극악의 수양 시간을 맞이해야 했는데요.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인고의 시간. 필자가 입장한 시간은 약 2시간 뒤였습니다.

 

 

 

기왕 기다리게 된 거 주차 정보부터 수집을 했습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 치고는 큼직한 주차 공간을 마련 중에 있는데요. 발렛 주차입니다. 주차는 가능하지만 이곳을 들어오는 골목이 좁고, 기다리는 이들로 인해 한창의 시간대엔 정체가 극심하니 그리 추천하고 싶진 않네요.

 

 

 

밖에서 대기를 했다가 내부로 들어왔는데요. 반갑더군요. 참 보면 이런 생각이 드는데, 뭔가 앤티크하지만 이곳의 위엄을 실감하게 해주는 내부랄까요? 오래되었지만 중후하고, 깊은 세월과 이력의 때가 묻어난 모습.

 

참고로 홀에선 등받이 소파와 함께 아이스크림, 음료 등 주문도 가능하니, 웨이팅을 하신다면 실내 자리에 착석하시는 것이 허리에 이롭겠습니다.

 

 

 

그렇게 드디어 필자의 번호가 호명되고 계단을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래, 이 풍경이지. 올드하지만 좌중을 압도하는 느낌의 내부. 면옥집들 중 '옥(屋)'이란 단어가 진정으로 잘 어울리는 집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주문은 착석과 동시에 선결제의 방식입니다. 가격이 참 만만치 않죠? 이런 평양냉면집의 메뉴판은 항상 '언젠가는' 이란 생각만 하게 만드는데, 거나한 모임이 아닌 이상 냉면을 제외한 메뉴들을 만나나 볼 수는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언젠가는' 이란 생각을 하며 냉면 두 그릇을 주문했네요.

 

실속 대비 너무나도 비싼 평양냉면. 허나 달리 방도(대체재)가 없습니다. 이 맛을 찾는 이들은 알 테지요. 이 글에서도 끝없는 논쟁거리 중 하나입니다.

 

 

 

이어 '우래옥'표 김치부터 나와줬는데요. 나와줬다고 하기엔 미리 손님들을 맞이하게 위해 세팅이 되어 오랜 시간 나와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형의 식당에선 이런 게 아쉽긴 하네요. 딱 그 정도로 메마른 녀석이긴 하지만, 그래도 맛은 참 독특한 편입니다. 따지고 보면 김치보단 참기름 겉절이에 가깝다고나 할 수도 있겠습니다.

 

 

 

면수 또한 나오긴 했으나 흐음. 녀석 또한 오래 나와있어서 그런진 모르지만 미지근함은 제겐 조금 아쉽네요.

 

 

 

그리고, 드디어 만나게 된 이 집의 대표 주자 평양냉면이 등장했습니다. 다른 메뉴를 맛보지 못하긴 했지만, 이 한 그릇의 가치와 유명세가 참으로 상당하지요. 그래서 만나기까지 약 2시간 반의 시간이 걸렸고 말이죠. 그냥 이 한 그릇을 '우래옥'이라 칭해도 될 정도입니다.

 

메밀면 위로 김치, 무와 편육, 채 썬 배가 듬뿍 올라간 모습. 이 집 냉면만이 갖춘 자태이지요.

 

 

 

그릇을 들고 육수 먼저 한 모금. 크으, 진합니다. 역시 깊이 있는 육향의 대명사. 첫 방문 때보다 느껴지는 간이 진한데, 다시 만나기까지 무수한 평양냉면들을 접한 탓인가 봅니다. 누군가에겐 밍숭생숭할 수 있는 이 국물이 필자에겐 참으로 익숙해졌으니 말입니다. 느끼하다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감도가 진했는데, 방문 텀이 길다 보니 측정이 정확할진 모르겠네요.

 

 

 

바로 2차 공정을 시작해야죠. 그대로의 육수를 몇 모금 들이킨 후 면과 고명을 풀어줍니다. 그럼 본격적인 이 집 냉면의 맛이 시작되거든요.

그렇게 다시 한 입. 음, 변함없는 맛. 이곳의 맛은 오묘하면서도 탁합니다. 메밀면의 향, 배의 달큰함, 김치의 시큰함과 찝찌름함, 이 다양한 맛들을 깊은 육수가 한곳에 담아내고 있으니 말이죠.

 

 

 

정말 진합니다. 멋모르고 녀석을 접하던 때와는 다르게 그 대비가 확실합니다. 장충동과 의정부 계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함. 기름진 진함이라 할 정도로 그윽하기까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음미하니 과장 보태어 입이 아릴 정도입니다.

 

확실한 건 예나 지금이나 맛있네요. 그 긴 기다림이 언제였냐는 듯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나왔으니까요. 웨이팅에 맛이 조금 반감된 것도 사실이니 진즉 제시간에 착 하고 맛을 봤다면 더 좋았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아님 그간 너무 많은 집들을 만나서인지 모르겠으나 꽤나 시간이 지난 지금, 이젠 녀석을 보는 평가와 시각이 꽤나 간사해졌습니다.

 

아, 그렇구나. 확실히 알겠네요. 필자는 의정부, 필동파이니 말이죠.

건물 옆에 세워진 음각의 비석을 보고 그런 간사한 생각을 했습니다. '우래옥'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중구 주교동의 '우래옥'

- 영업시간 11:30 ~ 21:00 (라스트오더 20:4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테이블식 1, 2층 대형 홀의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 주차 가능 (발렛 주차로 주차비 3천 원에 3시간 지원. 추가 10분당 1천 원. 주차장 및 정보는 본문 사진 참고.)

  * 전용 주차장은 넓지만 들어가는 길은 좁아 주말엔 정체가 상당하니 자차 이용을 추천하고 싶진 않다.

- 대중교통 이용 시 을지로4가역 4번 출구에서 도보 3분

- 웨이팅은 필수. 이젠 테이블링을 제공 중인 집으로 미리 예약 후 순번에 찾아 방문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겠다. 무턱대고 찾았더니 대략 2시간을 웨이팅한 필자다. (일요일 14시 기준)

- 선불 시스템으로 주문과 동시에 결제.

- '필동냉면'과 함께 중구에 뿌리내린 평양냉면집으로, 그 위상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대표적인 음식점 중 하나.

- 듬뿍 올라간 배와 진한 깊이감이 있는 육수가 담긴 평양냉면. 흔히 초심자에게도 추천하는 평양냉면집이기도 하다.

- 찬으로는 고소한 기름향이 나는 겉절이스런 김치만 함께 등장.

- 색감은 화려하진 않지만 맛은 풍성하다. 첫 한 모금은 굉장히 간이 센데, 면과 김치 고명 등이 섞이면 아주 오묘하고도 진한 맛을 선사한다.

- '의정부평양냉면' 계열의(필동, 을지 등) 맑은 육수를 선호하는 이들에겐 다소 느끼하고 무거움이 느껴질 수 있는 맛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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