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15) - 경기 시흥시 정왕동의 ‘오이도 옥귀도횟집’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약 7년 만의 오이도였습니다. 나름 필자와 연인의 첫 여행지이기도 했던 이곳. 모처럼의 인천 방문 중 바다를 보며 회를 즐기고 싶단 생각에 덜컥 찾게 되었네요.
첫 방문 당시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정체불명의 조개구이 간판들이 조잡하고도 규칙적으로 늘어선 모습을 보며 ‘이건 뭐 제3의 도시가 아닌가?’ 하고 말이죠. 그렇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해 들어가길 주저하다가 인천으로 내뺐었네요. 그런데 이젠 역으로 빠꾸해 온 곳이 오이도였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따지고 보면 누구나 아는 오이도의 조개구이를 몸소 경험해 본 적이 없었으니 되려 기회란 생각도 들었구요. 후회가 남더라도 한 번은 겪어보잔 주의입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은 바닷가 뷰를 위해 낙점한 집이기도 합니다. 그리 쉽게 허락되진 않아 한 시간가량을 이 근처 갈매기들과 끼룩끼룩하다가 해가 지기 전으로 입장했네요.
오이도에 위치한 ‘오이도 옥귀도횟집‘에서 조개를 굽고 지는 해를 술잔에 담은 이야기입니다. 이백열다섯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 지금의 오이도 앞으로 보이는 조그마한 섬이 옥귀도다. 과거 옥구도와 함께 오이도로 불렸다고 한다.
게시글 하단의 요약 정보만 참고 가능
식후 가게를 나서며 촬영한 ‘오이도 옥귀도횟집’의 모습입니다.
마찬가지로 화려한 간판으로 오이도 모서리 부근에 위치해 있는데요. 아주 좋은 꼭짓점의 위치를 선점 중이기도 합니다. ‘그래, 그나마 다른 곳 대비 층별로 간판은 좀 구분된 건 낫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이런 화려한 간판들로 인해 방문 당시 매번 조개구이만은 피했었는데, 가만 보니. 이러다간 영영 오이도에서 조개구이의 경험 하나 없는 것으로 남게 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 찾게 되었지요.
그리고 뭐랄까, 이날은 살짝 느낌이 왔습니다.
2층의 희망하던 자리로 착석하게 되었습니다. 꽤나 고진감래였습니다. 예약 후 방문했으나 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 바로 착석 가능한 자리는 성에 차지 않았거든요. 1시간을 인근을 거닐다가 다시 찾게 되었네요. 그만큼 이날의 바다는 필자와 연인에겐 조금 간절했습니다.
역시나 그 위치스럽게 들어가자 보이는 탁 트인 바다. 사람들이 참으로 많이 몰리겠구나 싶었습니다.
메뉴판으로 발걸음을 옮겨보겠습니다. 간판만큼이나 화려한 스페셜, 스페셜 또 스페셜이 난무합니다.
그나마 주변 대비 저렴한 8만 원짜리가 있다는 것도 이 집을 선정한 이유 중 하나였는데요. 뭔가 그렇습니다. ‘왜 이런 목 좋은 곳에서 깔끔한 매력의 간판으로 단품 위주의 저녁 장사는 밀질 않는 건지 원.’ 그네들의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더 깊겐 알려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끼리 2번 스페셜 8만 원짜리로 주문했습니다. (조개구이 또는 찜, 칼국수 또는 매운탕으로 선택 가능)
구이를 위한 연탄불이 먼저 세팅됩니다.
이후 찬이나 스끼같은 것들이 등장하긴 했는데, 기억에 남진 않아 사진엔 없습니다.
조개구이
(백합, 피꼬막, 전복, 굴, 가리비, 키조개)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조금 걸리긴 했는데요. 일반적인 조개구이의 구성으로 꽤나 실하게 등장한 ‘오이도 옥귀도횟집’의 조개구이입니다. ‘음, 이 정도라면 나쁘진 않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목장갑을 차 구워진 녀석들을 담아낼 키조개부터 살살 안착을 시켰습니다.
저렴한 치즈겠지만 가리비 위로 솔솔 뿌려줘 분위기도 내봅니다. (개인적으론 매번 치즈보단 레몬즙 들어간 특제소스면 더욱 좋겠단 생각입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불태워봤습니다. 정말 표현 그대로인 것이 연탄 화력이 어찌나 센 건지, 살짝 한눈을 팔면 조개껍데기까지 태워 버리더군요. 그렇게 열기를 맞으며 굽다가 본격적으로 시식을 시작했는데요.
기대 이상이네요. ‘이거 생각보다 정말 좋지 않은가?’ 뜨거운 열기에 필자도 반은 구이가 되어 바닷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조개구이. 형언하기 힘든 묘한 끌림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향기가 생각에 남아있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굉장히 잘 들어갔습니다.
아마 창밖으로 보이는 이 풍경이 흥과 맛을 한껏 끌어올려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저 생물이고 잘만 구우면 되는 녀석이니 말이죠. 그렇게밖에 설명이 되지 않더군요.
연식이 쌓일수록 절로 줄어가는 술이었는데, 이날만큼은 좀 과하게 적셨습니다.
저물어 가는 노을에 술 한 잔도 적셨고 말입니다.
솔직히 조개구이를 제대로 즐긴 터라 등장한 회와 서비스일지 귀엽게 등장한 멍게는 기억조차 나질 않습니다. (조개구이와 회, 워낙 부딪히는 주력 메인이니 차라리 다른 게 나왔으면, 다른 선택지가 있으면 더 좋지 않았나 싶네요.)
‘바다를 풍경 삼은 조개구이, 실로 강하구나.’ 명색이 오래전엔 수도권 대표 근교 관광지 오이도인데, 얕봤습니다.
스끼 중 하나라 해야할지 코스 중 하나라 해야 할지. 언제부터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 사전 준비형 라면. 확실히 기억나는 건 이 녀석은 좀 아니었습니다. 맹탕이거니와 한참을 적셔진 채로 있었거든요.
바지락칼국수
이대로 끝났나 싶을 때쯤 대미하나는 남아있었으니, 조개구이 못지않은 화력을 발휘한 건 이 바지락칼국수였습니다. 전분이 쫙 빠지고 면의 표면이 국물과 맞닿으며 투명해져, 이게 국물인지 국수인지 하는 순간 후루룩. 그럼에도 심지만은 꼿꼿한 디스 이즈 칼국수. ‘아 칼국수에 바지락, 바지락엔 칼국수.’
만약 칼국수가 아니었다면 필자는 이태리인이 되었을 겁니다. 추가 술과 곁들이기에도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벌써 해는 지고 달빛과 조명에 적셔 한 잔 할 수 있게 되었네요.
오이도여서일지, 조개구이 때문일지, 아님 바다를 앞에 두고 있어서일지.
‘아마 눈 앞에 함께 하는 당신 때문이겠지.‘
제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실로 오래간만에 한껏 젊어진 모습으로 즐겼던 것 같습니다. 그 옛날 서울 근교 어딘가로 놀러 간 것처럼 말이죠.
오이도에 위치한 ‘옥귀도횟집’에서 조개구이와 함께 반은 구워지고 마음도 삶아진 이야기였습니다.
오이도에서 보이는 화려한 간판의 조개구이집들
경기 시흥시 정왕동의 ‘오이도 옥귀도횟집’
- 영업시간 매일 10:00 ~ 24:00 (목금토일은 익일 01:00까지)
- 주차는 가게 앞으로 8대 정도 가능해 보인다.
- 3층 통건물의 구조로 테이블식 구조 (2, 3층이 홀이다.)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2층은 남녀공용이었다.)
- 3층의 경우 시간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 중인지 추가 손님들 받지 않고 치우는 시간이 존재했다. 방문 시각 및 희망하는 층과 자리에 따라 사전 유선 문의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오이도라는 관광지 특성상 바빠서인지 응대 시스템은 원활하지 않은 듯)
- 나름의 지론으로 원체 꺼렸던 오이도의 조개구이였으나 가장 괜찮은 듯한 평으로 사전 검증 후 방문. (물론 악평이 없는 집을 찾는 게 상당히 힘들었다. 그나마 가장 나았던 집이었다.)
- 2인 8만 원의 우리끼리 2번 스페셜로 주문.
- 분위기가 깡패라고 조금은 애를 써서 희망하는 2층의 바다 뷰에 착석. 조개구이는 기대 이상이었고, 바지락칼국수 또한 좋았다. 오히려 회가 그저 그랬다.
- 조개구이 자체가 먹기에 난이도가 있는 음식이기에 시작부터 적재적소의 서비스를 희망한다면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직원도 부족해 보이고 치우는데도 한 세월 걸리는 게 녀석인지라 한 상 한 상 나긋하고 꼼꼼한 응대는 어려워 보였으니 말이다.
- 이런 부분을 능히 감수해 낼, 구이 경험이 있는 이들이 찾으면 그나마 낫겠단 생각.
- 1층에선 고양이를 키우고 계시기에 이런 부분이 민감한 이들도 참고하시면 좋겠다.
함께 읽으면 좋을 ‘고독한 먹기행’의 또 다른 서해 관련 글
(경기/안산시) 대부도의 대부(代父), '대부객주'의 바지락소라무침과 능쟁이튀김
고독한 먹기행 (7) - 경기 안산시(대부도)의 '대부객주' '대부객주' '객주(客主, 客酒)'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듯, '대부(大阜)'도 '대부(代父)'의 의미를 담을만하다. 세월이 참 빠릅니다. 엊그제 같
lonelyeating.tistory.com
'지방 편 > 경기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기/의정부) 부대찌개 백년가게, 김치 주연의 ‘경원식당 본점’ (4) | 2025.02.17 |
---|---|
(경기/고양시) 잘 달여진 듯한 진한 평양냉면 ‘양각도 일산본점’ (0) | 2025.01.05 |
(경기/과천시) 시래기김밥과 토마토쫄면, 이게 돼?! 김밥을 요리하는 집 '오매김밥' (1) | 2024.03.03 |
(경기/평택시) 햄반 김치반의 팽팽한 밸런스, '송탄 최네집부대찌개 본점'의 송탄식 부대찌개 (3) | 2024.02.18 |
(경기/포천시) 이곳은 순댓국에 간튀김이 기본, '한방제일순대국'의 순댓국과 간튀김 (4) | 2024.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