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울 편

(용산구/용문동) 우육탕스러운 진한 국물이 일품, '창성옥'의 뼈전골

고독한 먹기행 (8) - 용산구 용문동의 '창성옥'

항상 동일한 동이름으로 조회되는 서울의 용문동, 여기였구나.

'창성옥'이 고향만큼이나 정겹고 근사한 추억 안겨줘 여러모로 고마웠다.


'백년가게'. 맛집을 찾아다니시는 분이라면 가게 입구나 내부에 걸린 명판을 어렵지 않게 만나보셨을 겁니다. 필자의 경우 '미쉐린 가이드'의 유명 맛집보다도 더 잘 맞더군요. 아무래도 역사 있는 우리나라 음식들 위주로 고유의 방식을 선보이는 집을 선호하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때문인지 어느 동네 한복판에서 음식점을 찾아야 된다면 으레 '백년가게'를 검색해 보곤 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이 집은 꽤나 특이하더군요.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고독한 먹기행' 여덟 번째 이야기. 용산역, 효창공원역 사이, '용문전통시장'에 위치한 '창성옥'입니다.

 

'창성옥'의 뼈전골입니다. 소뼈, 선지, 특이하게도 배추가 어우러진 해장국의 모양이죠. 위에는 파양념장을 가미해 전골과 같이 내왔습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참 생소한 해장국, 아니 뼈전골의 모습입니다. 저 배추 때문에 말이죠. (참고로 '용문해장국' 등 해장국 맛집들이 모여 있는 용산동인데, 이 집은 이런 특징이더라구요.)

 

 

먼저, 여느 때와 같이 방문기부터 다뤄보겠습니다. 공덕역에 들린 김에 인근으로 찾게 된 '창성옥'. 도착하자마자 아차 싶었습니다. 바로 사진 속 가게의 모습 때문이지요. 음식점 방문 중 예정한 곳이 닫은 것만큼 절망적인 순간은 없는데요. 괜히 놀랐습니다. 별관이더군요.

 

 

다시 떨어진 심장을 부여 잡은 필자입니다. 꽤나 오랜 시간을 산책겸 걸어왔기에 더욱 다행이었습니다.

자, 외부부터 한 번 살펴보죠.

 

 

식후 가게를 나가면서도 사진을 남겼기에 사진 속 시간은 뒤죽박죽인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음, 제 경험상 큰 실망은 없었던 '백년가게'입니다. (무시무시한 100년의 역사를 이어온 건 아닙니다. 그만큼의 보존, 선정 가치가 있는 집을 칭하는 표현 같습니다.) 여하튼 나름의 긴 시간, 식당을 이어온 내공 때문인지, 찾아 방문하면 중박 이상은 하더군요. (아직은 풋내기인 필자가 이런 가벼운 평가스런 말을 던지니 머쓱하지만, 제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그랬습니다.)

 

보니 이곳의 독특한 점이라면 유독 그림이 많더라구요. 아까 별관 외부에 붙은 웹툰스러운 만화도 그런 연장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내부로 들어왔습니다. 아직은 꽤나 이른 시간. 손님은 한 테이블이더라구요. 다만 6시가 땅치자 얼마 못 가 금세 만석이 되어버렸습니다. 외부에 순번 대기판도 확인했었는데, 한창엔 웨이팅도 발생하는 집인가 봅니다.

 

 

메뉴판을 살펴볼까요? 아주 슬프게도 해장국 만 원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조금 위안 삼자면 옆 동네 공덕에 비해선 나쁘지 않은 가격대라 생각합니다. 특이한 점으로 포장 관련 안내가 상당히 상세하더군요. 그만큼 포장도 많은가 봅니다.

 

구성은 참 단출하면서도 묵직한데, 해장국과 뼈전골이 다입니다. 특이하게 그런 메뉴들 사이로 끼어있는 후라이. 뭔가 했습니다. (물론 해장국집이니 해장엔 달걀후라이만 한 것이 없긴 하지요.)

 

 

이렇담 이해가 가지요. 나름 기념비적인 후라이였습니다. 우습게 볼 녀석은 아니었군요. 70년의 세월을 함께 했으니 말입니다. 그것보다 '창성옥' 아직은 멀었다 해도 100년 가까이, 상당히 오랜 시간을 이어온 집이던구요.

 

필자는 뼈전골 中짜와 함께 기념비적인 후라이도 한 알을 주문해 봤습니다.

 

 

해장국에 추가로 털어넣는 조미 가루들도 보이네요.

 

 

기본 찬으로 김치와 깍두기가 먼저 등장했습니다. (이후 추가 시 셀프입니다.)

그리고 뼈전골의 전용 소스인가 봅니다. 고추 베이스의 간장입니다.

 

 

계란후라이도 일찍 도착했는데, 이거 모양새는 꽤나 아쉽더군요. 녀석까지 뭔가 내공을 기대한 건 욕심이었을까요? 평범한 계란후라이입니다.

 

 

하지만 이어 등장한 뼈전골에 압도당했습니다. 딱 봐도 보통내기가 아닌 듯 보입니다. 조합이 다소 새로운데, 푹 삶은 배추 그리고 선지, 뼈, 파다대기로 구성된 뼈전골입니다. 국물은 색깔만 봐도 진한데 맛도 그럴까요?

 

먼저 풀지 않고 그대로 한 입 맛보았습니다. 그런데 오, 역시 상당히 진합니다. 음, 우육탕스러운 그런 진한 감칠맛도 난달까요? 단맛도 상당하구요.

 

 

풀지 않고 맛보니 꽤나 헤비하고 진한감이 느껴지는 국물입니다. 살짝 걱정도 됩니다. 느끼함 없이 끝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요. 그런데 기우였습니다. 다대기를 풀고 나니 전혀 다른 녀석으로 바뀌더라구요. 역시나 첨탑같이 얹어진 범상치 않은 다대기. 핵심 요원이었습니다.

 

그윽한 맛 깊숙이 칼칼함도 장착되었습니다.

 

 

식사 시작입니다. 소뼈는 조금 질긴감이 있어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요. 선지는 만족스럽고, 무엇보다도 저 입에서 사르르 녹는 달달한 배추. 정말 좋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감싸고 있는 저 국물. 참 묘한 매력이 느껴집디다. 보시면 누구나 다 아는 익숙한 재료들이 모여있는데, 맛은 처음 느껴보는 맛이니 말이죠. 해장 아닌 술안주로도 제격인 녀석입니다. 주당들에겐 환대받을 녀석일 것도 같구요. (물론, 해장으로도 빼어날 것 같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아 속이 잠 편하더라구요.)

 

 

음, 단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라면, 아니. 희망사항으로 정정하겠습니다. 다진 청양고추도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 하는 생각입니다. 어쩔 수 없이 깊은 국물, 선지, 달달한 배추로 인해 불가피하게 느끼함이 치고 올라오긴 하더라구요. 매콤한 청양고추 한소끔 넣을 수 있다면 조금 더 길게 끈끈한 우정을 유지할 법한 생각입니다.

 

그래도 참 좋은 발견입니다. 역시 '백년가게'는 실망을 시키지 않는군요. 오래 이어간 이유도 맛을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발견해 낸 필자를 스스로 대견스럽게 여기고 칭찬할 정도였으니 말이죠.

 

 

필자가 평소 자주 찾는 은평구 녹번동의 '서부감자국'과는 조금 다른 의미의 해장국집인데요. 다른 결의 다른 맛이지만 깊이는 비등한 각을 세웁니다. 어찌보면 대척점의 관계 같다고도 할까요? 여하튼 동네였으면 정말 자주 들렀을 듯합니다.

 

다른 지역의 같은 이름이지만 필자가 태어나 자란 곳도 용문동인데요. 그런 의미까지 더해 맛을 찾을 수도 있어서 참 좋군요.

 

 

재개발로 분주한 용산 일대인데, 가능하다면 이곳은 꿋꿋하게 있어줬음 좋겠네요. 그나저나 효창공원 인근, 꽤나 맛집 탐험심을 자극하는 동네였습니다. 또 한 번 찾아봐야겠단 생각입니다.

 

 

끝으로 바로 좌측으로 '용문전통시장'도 살필 수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선지에 거부감이 없는 이들이라면 꼭 한 번은 독특한 해장국맛에 숟가락 한 번 담가보시지요.

'창성옥'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용산구 용문동의 '창성옥'

- 영업시간 매일 06:00 ~ 23:00 (시장 인근답게 임팩트 있는 오픈 시간)

- 주차는 가게 입구 쪽 1대 정도인데 불가가 맞겠다. (그마저도 경차 1대가 들어갈 수준)

- 대중교통 이용 시 6호선 효창공원역에서 도보 10분가량 소요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공용이지만 깔끔한 편)

- 메뉴는 오로지 해장국과 뼈전골 (+가게의 상징과도 같은 계란후라이)

- 술안주 겸 맛있는 해장국을 찾는다면 적절한 집. 전형적인 시장 인근 맛집

- 갈비탕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우육탕스러운 진한 국물이 일품

- 모든 메뉴에 선지가 포함되므로 선지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에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음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