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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

(은평구/대조동) 수분과 증기로 끓이는 이색 보쌈, 연신내 '목노집'

고독한 먹기행 (102) - 은평구 대조동의 '목노집'


전혀 다른 지점에서 놀고 있어 섞이지 않던 두 가지의 콜라보레이션.


주옥같으면서도 은근히 비슷한 연신내와 불광동의 뒷골목. 주 먹자골목을 벗어난 골목으로 꽤나 괜찮은 집들이 많은 것도 비슷하다 느낀 이유 중 하나인데, 오늘 소개할 곳은 연신내입니다. 연신내 로데오거리 반대편 골목에 위치한 곳으로 맞은편 불오징어집과 나란히 꽤나 내력을 갖춘 집인데요. 이곳을 먼저 찾게 된 이유로, 사각틀에 증기로 끓이는 듯한 이색 보쌈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이렇게. 조금 생소하지 않나요? 참, 외진 곳으로만 생각했던 은평구. 사진을 보며 다시금 또 느끼지만, 전통 있는 음식과 이런 독특한 개성도 갖춘 곳들이 한가득이란 생각입니다. 백두 번째 '고독한 먹기행'. 주인공으로 대파보쌈, 소 특수부위 등을 다루는 연신내의 '목노집'을 만나보도록 하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당시 도착하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름이 좋다고 말이죠. 내부는 글귀가 적힌 독특한 나무판자들과 목재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는 집인데요. 뭐랄까, 깔끔한 노포(?)의 느낌이 나는 집이죠. 상호가 사전상의 '목로(木壚)'를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네요.

 

 

 

뭔가 그럴 것 같기도 하구요. 이름과 잘 어울리는 내부라는 생각. 테이블은 꽤나 넉넉한 편입니다. 노포라기엔 넓고 잘 정리가 된듯한 느낌의 집이었어요. 앞서 깔끔한 노포라는 표현을 쓴 이유죠. 그래도 노포만큼이나 연식이 오래된 집인 건 확실한가 봅니다.

 

 

 

이런 집은 메뉴판을 상세히 살피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뭔가가 주목할만한 키워드가 꼭 있거든요. 음, 역시. 먼저 목표로 삼은 저 돼지보쌈과 함께 소의 부위들도 함께 한다는 것이 특징이겠네요. 싱싱한 곳이겠구나 추정되면 시키는 간도 눈에 한 번 담구요. 껍데기를 표현한 것 같은데, 사이드의 피육도 한 번 살펴봐줬습니다.

그리고 돼지보쌈 2인분과 간 반 접시를 주문.

 

 

 

자, 그렇게 먼저 나온 간입니다. 반 접시로도 가능하고, 천엽 없이 간만으로도 주문이 가능했는데요. 연인이 전생에 구미호였는지 싱싱한 요 녀석을 굉장히 좋아라 해 주문하게 되었지요. 괜찮겠구나 싶었던 건 금세 가게를 채운 손님들과 나쁘지 않은 회전율 때문이었구요. 이런 회전율은 싱싱함이라는 좋은 선순환을 주기도 합니다.

 

역시나 젓가락으로만 건드려도 반발심이 심한 간. 기름장에 찍어 그 농후한 맛을 즐기는데, 메인이 오기도 전에 술 몇 잔 들이켰네요.

 

 

 

으음? 한켠에서 사장님이 돼지보쌈을 사전 조리하시길래 곧 나오겠구나, 했는데. 먼저 독특한 녀석들이 차려집니다. 언뜻 보고 초장이 왜? 했던 필자입니다. 허나 맛을 보면 결이 조금 다르죠. 고추장과 초장의 중간계의 맛. 부속 꽤나 드신 분들은 다 알 겁니다. 아, 그 소스로구나.

 

그리고 기본 찬이랄 것은 김치 외엔 없다 봐도 되는데 쌈채소로 쪽파가 함께 등장한 것도 꽤나 새로웠습니다. 아니 드물다 해야 맞겠네요.

 

 

 

꽤나 독특했던 첫 노크와 함께 문이 열렸고, 그렇게 녀석을 만났습니다. 바로 즐길 수 있게 조리해 나온 녀석. 아하, 그런 것인가? 왜 고추장소스가 나오는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증기에서 뿜어 나오는 향을 맡으니 뭔가 익숙하기도 한 것 같은 향. 파의 단향과 후추 비스무리한 향이 후욱 치고 오는데, 그래. 표현하자면 끓여낸 부속구이 같다는 느낌입니다.

 

파주 봉일천 장군집들의 방식이 다른 방식으로 등장했다고나 할까요? 물론, 구이는 아닌 끓여낸 수육의 방식이지만. 한가득 들어간 숨 죽은 파와 고추장 소스가 충분히 그런 접점을 만들어주더군요.

어찌 보면 익숙한 삶은 고기와 부속구이의 소스파절임. 전혀 다른 지점에서 놀고 있어 섞이지 않던 두 가지의 콜라보레이션 같은 느낌도 드네요.

 

 

 

개인적으로 고기의 식감은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 이거 제가 잘못 끓인 탓인지 또 모르겠으나 불을 끄니 순식간에 고기가 질겨졌거든요. 때문에 손이 좀 여러 번 갔었는데, 섬세하게 약불로 유지해 두는 것이 낫겠습니다. 여하튼 간 그래도 부드러운 수육의 느낌보단 씹는 식감이 강한 느낌.

때문에 흔히 아는 보쌈이라기엔 굉장히 모호했으나, 음. 술 한 잔에 곁들이기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이후 볶음밥. 이건 굉장히 훌륭했어요. 남은 돼지고기와 파를 잘게 잘게 썰어서 그런지 맛이 더욱 뛰어나더군요. 1인분만 시켰는데, 금세 불판에 눌어붙는 것이 아쉬웠을 정도. 나중엔 꼭 2인분을 시켜야겠어요.

 

그렇게 식사도 마무리. 음, 매우 극상이다까진 아니어도 독특한 조합에 술 한잔, 그리고 이 근사한 멋의 내부에 재방문 의사는 충분한 집입니다. 다른 방식의 봉일천 부속구이가 당길 때 대체재로도 좋겠어요. (물론, 은평구엔 괜찮은 '봉일천 장군집'이 있기에 그럴 일은 없을 듯하지만)

 

뭐 어쨌거나 저쨌거나 주방에 계신 지긋하신 할머니들이 음식을 바삐 준비하고 계신 것을 보고 느꼈지만, 이런 멋스러운 노포의 집은 그냥 참 좋습니다. 연신내의 '목노집'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은평구 대조동의 '목노집'

- 영업시간 매일 11:30 ~ 23:00

- 주차는 불가하다. 

- 대중교통 이용 시 연신내 4번 출구에서 도보 2분.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재래식 변기라는 단점은 있다.)

- 수분과 증기로 끓여낸 대파보쌈이랄까? 굉장히 이색적인 돼지보쌈과 함께 소의 특수부위를 다루는 곳.

- 방문객들이 많아 그런지, 주문한 간 반 접시도 굉장히 신선했다.

- 대파보쌈의 맛은 흡사 끓여낸 봉일천 부속구이의 느낌이 들기도. 듬뿍 들어간 파와 찍어먹는 소스가 그런 느낌을 주더라.

- 한쪽에서 조리를 해 바로 먹을 수 있게 내어주시는데,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겠다. 불의 조절이 맛의 당락을 조금 좌우하는 듯.

- 바로 맞은 편의 불오징어집, '두꺼비집'과 함께 이 구역에서는 꽤나 오래된 노포로, 연령층에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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