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37) -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의 '중앙집식당'
주인장의 김치와 바다 재료의 시원 뜨끈한 블루스.
김치, 곰치 이름도 비슷한 두 녀석이 그냥 다 했다.
겨울 여행하면 강원도죠. 가슴이 뚫리는 깊고 깊은 동해 바다의 풍경도 풍경이거니와, 그곳에서 나는 갖가지 수산물들로 만들어진 다양한 음식들. 바다가 인접한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지만, 유독 강원도는 겨울과 잘 어울리는 음식이 많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삼숙이탕, 곰치국, 도루묵찌개, 도치알탕 등. 이름부터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는 메뉴들이 꽤나 즐비한데.
그중 소개할 음식은 추운 겨울에 어울리는 곰치국입니다. (겨울에 맛이 난다고 하지만, 강원도 여행 중 두루 찾는 듯해 소개해 봅니다.) 서른일곱 번째 먹기행, 주문진 '중앙집식당'의 곰치국을 한 번 살펴보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먹어본 후의 이야기지만, 곰치국. 여행 중 전날 술을 거나하게 마신 이들에게 해장으로도 좋겠고, 또는 이동으로 지친 하루의 여독을 소주 한 잔으로 풀고 싶은 이들에게도 좋겠더군요.
먼저 '중앙집식당' 곰치국의 모습입니다. 대파와 고춧가루가 아주 시원하게 들어갔습니다. 꼼치, 물메기, 물텀벙이 등 부르는 표현뿐만 아니라, 지역에 따라 또는 들어간 유사 재료에 따라, 불리는 말이 제각각이거나 매한가지거나 한 특이한 곰치국. (심지어 '곰치'의 표현은 엄밀히 따지면 다른 어류더군요.) '입질의추억' 선생의 글을 보기도 했으나, 시간이 좀 지나면 여전히 헷갈릴뿐더러, 재료는 현지에서 구분이나 가능할까 하는 생각입니다. (당시에도 호기심에 주방을 흘끗 살펴보긴 했으나, 미끄덩거리는 녀석의 일부만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이 수산물이니, 가끔은 모르고 먹는 것이 그냥 마음 편하다고나 할까요? 여하튼 간 이 근사한 탕의 모습은 도치만큼이나 해괴하지만, 맛은 참 정겹고 익숙하더군요. 이유는 저 김치 때문입니다. 김치가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인지, 비린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흡사 정말 시원한 다른 종류의 김칫국을 먹는 것도 같았습니다. 참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말캉말캉, 흐물텅한 생선 녀석과 김치가 만나 절묘한 블루스를 춰대니, 사람 속마음처럼 알다가도 모를 것이 음식의 궁합 아닐까 싶네요.
그렇게 한 겨울, 시원한 국물을 한 입 하는 순간.
강원도의 뱃사람이 된 필자입니다. 추운 동해에서 뱃바람 맞으며 언 몸을 뜨뜻하게 녹여주다 못해, 가슴 속 깊이 뜨거워지는 국물 한 숟갈. 뱃사람들이 이런 기분으로 곰치국을 즐겼던 것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필자는 여행 중 마지막 하루였으니, 소주 한 잔 또한 빠질 수 없었는데, 그 시원하고도 칼칼함이 몸을 녹이다 못해 나른하게까지 해주더군요. 참으로 행복했던 강원도 저녁의 기억입니다.
기본 찬도 소개하지 않으면 섭하겠네요. 이른 아침부터 영업을 하는 집이니 낮엔 점심 손님으로 한창일 듯한 느낌도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밑반찬 또한 밥심 거들 수 있게 꽤나 정갈했고 맛났습니다. 저녁 주당들에겐 반가운 정보일 텐데, 저 찬들로도 소주 한 병이 거뜬할 듯싶구요.
좌측 하단으로 보이는 서거리김치(명태 아가미가 들어간 김치) 또한 아그작거리며 씹히는 식감의 강원도식 김치이니,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땡큐할만한 찬이지 않을까 싶네요. 주문진 인근으로 로컬의 저녁 한 끼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가볍게 추천해 봅니다.
'중앙집식당'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의 '중앙집식당'
- 영업시간 09:00 ~ 21:00 / 격주 월요일 정기휴무
- 필자가 방문했을 당시는 관광객이 복귀할 일요일 저녁이었는데, 동네의 인적이 확연히 줄어들고 일찍 마감한 집들이 더러 보이더라. 사장님曰, 필자 일행이 오지 않았다면 닫을 예정이었다고 하더라. 지역 특성상 빠르게 문을 닫기도 하는 것 같으니, 아슬아슬하다면 사전 문의가 필요하겠다.
- 주차는 '중앙공원 공영주차장'에 가능 (주차권 지원.)
- 테이블식, 좌식이 혼재된 구조.
- 화장실은 반 외부였던 것으로 기억.
- 기본 찬으로 서거리김치(명태 아가미)가 등장.
- 곰치의 경우 살은 많지 않지만 부드럽고, 껍질 부분은 흐물컹한 식감이다.
- 굉장히 부드럽게 넘어가는 흐물컹함이고, 비린 맛이 없었기 때문에 유사 식감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조금은 쉽게 넘을 수 있는 문턱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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