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85) - 종로구 종로5가의 ‘덕순네 장어랑 메기랑’
동대문에서 종로5가 신진시장 방면으로 진입하자마자 펼쳐지는 닭한마리, 생선구이집들의 풍경. 처음 그 골목을 진입했던 당시 어떤 식당이 나올지 모르는 그런 기대감을 느꼈던 게 기억이 나네요.
아마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날이었을 겁니다. 추운 날씨여서 그런지, 도처엔 닭한마리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던 것도 기억이 나네요. 개의치 않았습니다. 전 다른 목적지가 있었거든요. 바로 근처로 참게 민물 매운탕을 선보이는 집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에 말이죠.
비가 와 기온도 뚝 떨어진 찰나에 뜨끈한 민물 매운탕이라. 거기에 국물공신이라 불리우는 참게까지 추가라니. 이 참 너무도 근사하지 않나요?
단어만 접했음에도 이거 비에 젖은 몸을 아주 뜨겁고 시원하게 녹여주겠거니 싶어 낙점했습니다. 종로 5가 닭한마리 골목 초입에 위치한 ‘덕순네 장어랑 메기랑’을 백여든다섯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적셔보겠습니다.
※ 상세한 요약 정보는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닭한마리 골목 초입에 위치한 ‘덕순네 장어랑 메기랑’입니다.
가는 길로 비까지 더해지니 조명이 비추는 좁은 길의 시장 바닥은 더욱 반짝반짝, 분위기가 한껏 실렸습니다. 비가 조미료의 역할을 더해주네요.
들어왔습니다. 대기 손님들로 북적이는 닭한마리집들과는 다르게 한산합니다. 나름 시장통인지라 더욱 좋아지더군요. 다만 이후로는 연령대가 높은 손님들이 집중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바로 주문부터 가보겠습니다. 사전 조사한 가격보단 5천 원이 더 붙었네요. 그래도 선방한 가격대란 생각입니다. 참게가 들어가지 않은 매운탕을 보자면 방문했던 곳들보단 확실히 저렴한 편이었거든요.
참게 메기로 小짜를 주문했습니다.
주문 이후 기본 찬인데요. 뻔한 찬들이 아니어서 참 좋네요. 젓갈의 향이 물씬 나는 진한 김치 또한 그랬구요. 작은 종지에 담긴 젓갈은 황새기(황석어)인가 했는데, 밴댕이젓갈이라 하십니다. 굉장히 특별한 건 아니지만, 지방의 향기가 웃도는 듯한 찬들. 뭔가 전라도 손맛이 아닐까? 추측도 해본 필자였습니다.
참게 메기 매운탕 小짜
(수제비는 기본 첨가 중)
얼마 기다리지 않아 등장한 참게 메기 매운탕입니다. 미나리 듬뿍 스타일이네요. 수색동에 이따금 들리던 메기매운탕집 이후로 참 오래간만이었습니다. 메기에 참게까지 함께 하니 결심이 섭니다.
이거, 소주 한 병을 장착하지 않을 수 없는 조합입니다.
국물공신이라 할 참게. 이 녀석이 들어가는 순간 게 특유의 감칠맛이 제대로 살아나죠. 살보다도 도톰히 들어간 내장으로 국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매우 헌신적인 녀석입니다.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해 봅니다. 음, 역시 새우도 끝내주지만 참게가 진한 깊이감은 더욱 월등합니다. 흔치 않다 생각하는데 종로 5가에서라니, 이따금 생각나면 자주 찾을 듯싶네요. 종로와 참게와 매운탕, 소주와 비. 적절한 연관 키워드들이 섞여 그 이상의 것을 만들어 냈습니다.
솔직히 간은 다소 센 편이었습니다. 극상의 맛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좋다라는 말을 연발할 수밖에 없는 맛. 무엇보다 칭찬했던 점은 가성비인데, 2만 원대에 수제비 사리까지 더해져 그랬습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매운탕이죠.
추어만두
사이드의 추어만두. 이건 졸아가는 국물에 수제비나 하나 더 시킬 걸 하고 후회했네요. 당연히 시판이었지만 이런 집에선 참게만큼 참된 무언갈 기대하게 되니까요. 그렇게 마무리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찬도 그렇고 훌륭한 종로의 집이었습니다.
주로 연령대가 있는 분들이 찾는 것 같은데 서비스도 괜찮았고 말이죠. 무엇보다도 참게, 닭한마리집에서 대기 중인 이들에게 귀띔해 주고 싶네요. 초입에 민물매운탕도 염두에 둬보시라고 말입니다.
추운 겨울의 비 오는 날, 아주 땀 제대로 뺐습니다. ‘덕순네 참게랑 메기랑’에서 매운탕에 소주 한 잔 걸친 이야기였습니다.
종로구 종로5가의 ‘덕순네 참게랑 메기랑’
- 영업시간은 캐치하지 못했다. 사전 유선 문의 필요.
- 주차는 불가하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 (남녀 공용인데 상당히 취약하다.)
- 메기, 잡고기 매운탕, 추어탕, 민물 장어구이 등을 다루는 민물의 집. (같은 상호가 여럿 조회되는 걸로 보아 체인점으로 운영되는 것 같다.)
- 참게가 들어간 매운탕에 꽂혀 방문했는데, 2인 기준 小짜도 가능해 가성비집이란 생각이다. (수제비 사리도 기본 첨가 중)
- 찬에서 전라도스러움울 느꼈는데, 간은 전반적으로 세고 진한 편이다.
- 종로에서 민물 매운탕은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따금 찾지 않을까 싶다.
함께 읽으면 좋을 ‘고독한 먹기행’의 또 다른 해산물탕 관련 글
'서울 편 > 종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로구/부암동) 미쉐린 빕구르망의 고즈넉한 만둣국과 앵두화채, ‘자하손만두’ (27) | 2024.11.27 |
---|---|
(종로구/공평동) 꼼장어처럼 모든 게 옹기종기 모인 ‘공평동꼼장어’ (8) | 2024.10.09 |
(종로구/부암동) 등산 후 찾는 서울 3대 치킨집, ‘계열사’의 후라이드 치킨 (6) | 2024.09.28 |
(종로구/익선동) 한옥이 품은 멕시코 타코와 파히타샐러드 ‘엘까르니따스’ (2) | 2024.09.04 |
(종로구/공평동) 모든 것이 다닥다닥 양념 꼼장어와도 같았던 집, '공평동꼼장어' (0) | 2024.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