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편/동대문구

(동대문구/용두동) 통마늘 듬뿍 매운 쭈꾸미볶음 ‘나정순할매쭈꾸미 본점’

먹기행 2025. 1. 21. 08:00

고독한 먹기행 (228) - 동대문구 용두동의 ‘나정순할매쭈꾸미’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누구나 이곳을 방문한다면 한 번쯤은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나정순 할머니는 여전히 안녕하실까?’ 하고 말입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일면식 없는 할머니의 안부를 챙기게 되는 이곳. 앞서 제기동 약령시장의 2호점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요. 추운 날씨를 기해 본점 방문을 감행해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서울 쭈꾸미 세계관에서 유명세로만 치면 일인자라 불릴 수 있는 용두동 쭈꾸미 골목의 ‘나정순할매쭈꾸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서울길쟁이이자 토박이이기도 한 필자의 연인은 이미 오랜 세월 이곳을 익숙하게 방문해 왔었는데요. 지난 창신육회의 글처럼 이 글은 약칭 나정순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짤막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백스물여덟 번째 이야기로 만나보시죠.
 
 
 


게시글 하단의 요약 정보만 참고 가능


 
 

 
 
 

 
2년 전 딱 이맘때였을 겁니다. 매운 쭈꾸미가 강력한 텔레파시를 보내오던 그날.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땐 고배를 한 잔 벌컥 마셔야 했습니다.
 
 
 

 
날도 서슬 퍼렇게 추워 죽겠는데 사진과 같은, 기약 없어 보이는 웨이팅 행렬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인데요. 때문에 당시엔 약령시장을 거쳐 제기동의 2호점으로 직행했던 필자입니다.
그런 기억으로 이번엔 브레이크 타임 종료 시기에 맞춰 나름 일찍 방문했다 싶었는데, 웬걸. 17시에도 웨이팅이 있다가 일사불란하게 입장한 것인지 가게는 만석의 상태였고, 전달받은 번호표는 1번이었습니다. 막  입장한 손님들이 식사를 시작했을 터였으니, 첫 계산 손님이 나올 때까지 한 20분 정도는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나마 1번이라 위안 삼았네요.
 
 
 

 
웨이팅 및 영업시간, 포장 가능 시간에 대한 상세 정보는 위의 정보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드디어 1번이 되었고 별관으로 입장했습니다. 2대 사장님의 번호 불호령과 함께 입장했습니다. 울화통을 삶아드신 건지 목청이 아주 쩌렁쩌렁이셨는데. 이는 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습니다. 필자는 재미났는데 연인의 표현이 조금 웃겼습니다. ‘호랑이(나정순 할머니) 없는 소굴에 토끼가 왕이 된 것이지.’ 라니.
 
여하튼 간 테이블은 널찍해 사람이 많은 것치곤 불편함은 없습니다. 연인의 기억에 따르면 이곳 별관은 꽤나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하는데, 원형 테이블의 구조에서 바뀌었다고 합니다. 본관 또한 좌식에서 지금의 테이블의 구조가 되었다고 하네요.
 
 
 

 

매운쭈꾸미와 천사채샐러드

 
그렇게 앉자마자 인수에 맞춰 쭈꾸미가 바로 세팅됩니다. 주류나 음료 및 공깃밥에 대한 여부만 추가로 체크해 주면 끝이네요. 이곳의 엣지라 할 수 있는 천사채는 오래간만인지라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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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 끓기 시작하면 기다리다가 작은 녀석부터 끝이 말린 건 바로 드셔줘도 되고, 위와 같이 졸일 대로 졸여 드셔도 되는데, 주홍의 색감에서 졸이다 보면 저렇게 진한 빛의 색상으로 넘어갑니다. 시작과 동시에 통마늘은 꼭 한가득은 뿌려주시길 추천합니다.
 
 
 

 

 
자, 이제 평가의 시간인데요. 확실히 양념은 맛있지만 이날 느끼기에 매운맛은 확 줄어든 느낌이었습니다. 특히나 2년 전 2호점 방문 당시보다도 덜 매웠던 수준. 매운맛 강자인 연인의 전언으로는 이전엔 천사채샐러드가 없으면 제대로 먹지 못할 지경이었다 하는데, 이제 매움은 아예 사라진 듯하다 했습니다.
그런데, 참 바로 옆 테이블의 손님이 땀을 한가득 쏟고 있는 것을 보면 음. 필자와 연인이 강해진 것인지 이 녀석이 덜 매워진 것인지 헷갈립니다. 흡사 호접지몽과도 비슷합니다.
 
 
 

 
게다가 약간은 매뉴얼화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프로세스화 되어버린 느낌이랄지, 이런 부분들이 느껴지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습니다. 듣기에 계란찜도 사라진 것 같다 하구요. 참 맛을 보며 느낀 거지만 은평구 대조동의 ‘독도쭈꾸미’ 또한 참 만만치 않은 강자란 생각입니다. 알찬 반찬의 구성들까지 개인적으론 ‘독도쭈꾸미’에 한 표를 쾌척하고 싶습니다.
 
이 타이밍에 과거 이곳에 대한 이야기로. 필자와 연인도 나정순 할매의 안부를 떠올려 봤습니다.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목청이 쩌렁한 2대 남자 사장님은 과거엔 계산대에만 조용히 계셨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 계시던 시절의 무용담을 여러 번 듣기는 했는데. 가게를 팔라는 깡패들의 엄포에도 밀리지 않는 포스를 지닌 분이셨다고 합니다. 매운 쭈꾸미를 먹으며 조폭들과의 실시간 X와 XX가 오가는 입방아 매치를 연인이 직접 들려주었는데, 살짝만 들어도 살벌했습니다.
그리고 듣기론 그땐, 뭔가 지금과 같은 규격화는 느껴지지 않았던 같기도. 밀려드는 손님과 유명세 앞에 장사는 없지요. 유명 맛집은 이런 게 아쉽습니다. 아무튼 그러했다고 합니다. 필자가 받은 인상과는 전혀 다른 추억을 연인은 갖고 있었습니다.
 
 
 

볶음밥 2인분

 
그런 이야기들을 주고받다가 볶음밥을 두 개 가줬습니다.
마침 2대 사장님의 두 분! 하는 불호령이 목소리가 터져 나와 시선이 쏠렸고, 아주머니와 함께 재미나게 키득키득 웃었는데. 뭔가 그 웃음소리가 기분이 좋고 귀여우셔서 이 타이밍에 필자의 기분도 상승했습니다.
 
 
 

 

 
완성된 볶음밥과 된장찌개입니다. 밥 메뉴를 시키면 된장이 딸려 나온다고 합니다. 공깃밥을 시키면 일찍 찌개가 나오는 셈이라고.
솔직히 볶음밥은 좀 싱거운 감이 있었는데요. 바로 된장 맛을 보니 시큼함이 동반하는 집된장의 스타일입니다. 음, 된장은 꽤나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일까요? 된장은 집된 스타일에 볶음밥은 싱거웠던 찰나. 눈에 들어온 쌈장. 콕 찍어 보니 ‘음, 괜찮은데?’ 맛이 좋았습니다. 시판도 집된장처럼 나오기도 하니 또 모르겠으나, 여하튼 간 된장찌개에 근거해 맛을 본 쌈장은 별도 조미가 되어있는 듯 맛이 괜찮았습니다. 마늘도 볶아져 있겠다 곁들여 한 입을 하는데, 맛이 더 살아나네요. 그리고 그게 또 뭐라고 그러한 발견에 홀로 뿌듯해했고 말이죠.
 
 
 

 
그렇게 식사는 마무리했습니다. 사진은 계산 후 받은 요구르트입니다. 타격과 내상을 입지 않은 클린한 상태라 조금 머쓱하긴 하네요.
뭐 그만큼 쭈꾸미볶음은 기대보단, 그리고 2호점 첫 방문보단 무난한 편이었지만 연인의 흔적을 되짚어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던. 그런 저녁이었습니다.
 
 
 


동대문구 용두동의 ‘나정순할매쭈꾸미’

- 영업시간 11:30 ~ 21:00
- 브레이크타임 15:00 ~ 17:00
- 라스트오더 14:00, 20:00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해 보인다.
- 테이블식 구조로 화장실은 외부 벽면에 위치 (남녀 구분)
 
- 서울 매운 쭈꾸미 세계관의 최강자. 근방의 토박이들은 나정순 하면 다 아는 듯했다.
- 다만 할머니는 이전과 같이 계시진 않고, 맵기도 이전보단 아주 많이 사그라든 것 같은 느낌이다.
- 그 유명세로 인해 살짝은 매뉴얼화된 느낌도 받았는데, 2호점을 처음 찾았을 때보다도 임팩트는 좀 약했다.
- 나름 이곳만의 여전한 엣지라면 통마늘 듬뿍 넣는 쭈꾸미와 천사채 샐러드가 아닐까?
- 찌개는 밥류를 주문해야 나온다고 한다. (계란찜은 없어진 것으로 추정)
- 나름 매운 음식이라 그런지 계산 후 요구르트도 증정된다.
- 2대의 사장님이 노동요처럼 힘을 끌어올리기 위함일지 웨이팅 손님을 부르거나 안내하는 목청이 아주 쩌렁쩌렁이신데, 이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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